히포크라테스 회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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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앞으로 나는 사람을 딱 하나 죽일 거야. 반드시 자연사로 보이게 말이야. 그러나 시신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겠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들어봐.

TV 방송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으나 과거 '커렉터'라는 전례도 있어서 현경 수사1과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p.89


우라와 의대 교수이자 법의학 교실의 주인인 미쓰자키 교수는 한 방송에 출연해 사법 해부의 필요성과 예산, 기관, 인원도 부족한 현실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고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그러던 중 누군가 방송국 홈페이지에 도발적인 글을 남기는데, 반드시 자연사로 보이게 사람을 딱 하나 죽일 테니,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시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과거에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던 전례도 있어서 현경에서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니... 현에서 발견되는 모든 변사체를 의심의 눈길로 봐야 하는 난감한 상황 속에서 과연 '살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미쓰자키 교수가 방송에서 말한대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90퍼센트는 돈으로 해결이 된다. 반대로 돈이 없어서 감춰진 진실과 돈이 없어서 운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미쓰자키 교수는 그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10퍼센트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카메라에 대고 말할 사람이 아니기에, 대부분은 그가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학에 쇄도한 항의 전화를 비롯해서 범인 역시 그러했을 것이고 말이다. 이야기는 연작 단편 형식으로 각각의 사안에 대해 해부와 사인 규명을 반복하며 살인 여부를 확인해 나간다. 병사 가능성이 큰 노인, 지병으로 죽은 것처럼 보이는 베트남 노동자, 오토바이 사고로 현장에서 즉사한 남자, 열중증으로 거리에서 쓰러진 필리핀 여성,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영아 돌연사로 사망한 아기까지 유족의 반대, 비용 문제 등 사법 해부를 쉽게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벽 앞에서 고테가와와 마코토의 고군분투가 펼쳐 진다. 




마코토는 최근 미쓰자키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전이라면 전혀 관여하지 않았을 범인의 상황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살해 동기에도 관심을 드러냈다는 것. 쓰쿠바는 설명을 다 들은 후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묘하군. 시신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 범죄 자체에 관심을 가지다니."                 p.311


나카야마 시치리의 법의학 미스터리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가 세 번째 이야기로 찾아왔다. 1편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2편 <히포크라테스 우울> 모두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내가 썼던 리뷰를 찾아보니 무려 9년 전이다. 정말 오랜 만에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멤버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법의학계의 권위자 미쓰자키 교수와 자신은 시신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는 미국인 조교수 캐시, 그리고 연수 차 왔다가 결국 정식 조교가 된 마코토, 그리고 저돌적인 형사 고테가와와 현경 최고 검거율의 신화 와타세까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법의학 교실에 휴게실이냐며 타박을 줄 정도로 뻔질나게 드나드는 형사 고테가와와 점점 더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 마코토의 티격태격 콤비 플레이가 너무도 유쾌하고, 귀엽게 느껴져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총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 문제, 인종 차별, 각종 혐오, 법의학 제도의 문제 등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고, 이들은 죽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그것도 부검을 하게 되는 경우에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법의학 교실 팀과 고테가와는 어떤 진실에 도달하게 될까.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마코토와 고테가와의 케미가 돋보이고, 미쓰자키 교수의 과거가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나카야마 시치리는 음악, 경찰, 의료 등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선보여 왔는데, 개인적으로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둥대고 삐걱대던 사이에서 이제 제법 손발이 잘 맞는 관계가 된 마코토, 고테가와 콤비의 활약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말이다. 자, 가독성 뛰어난 미스터리를 찾고 있다, 법의학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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