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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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유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밤의 숲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것이 솔로 캠핑이 싫은 가장 큰 이유다. 캠핑하러 오면 늘 모닥불만 바라본다. 주변 나무숲을 응시하면 그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동물이라면 차라리 괜찮다. 동물이 아닌 무언가가. 솔로 캠핑을 오면 하룻밤을 통으로 잘 수 없다. 아무도 없는 한밤중의 숲에서 눈을 감으면, 그 순간 어둠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기어나와 몸을 거의 덮칠 정도로 접근하는 기척을 느끼기에. 눈을 뜬 순간 그 무언가는 사라지지만.                 p.50~51


길을 잃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소문의 숲, 가미모리에서 다섯 살 자폐 아동 마히토가 실종된다. 수십 명이 수색을 벌였고, 경찰견과 드론도 투입되었지만 발자취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행방불명된 지 일주일, 겨울을 앞둔 숲에서 어린 아이가 생존할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일주일만에 마히토가 발견되고, 쇠약해지긴 했으나 다친 곳도 전혀 없는 상태였다. 누군가 아이에게 물과 음식을 준 것처럼 보였으나, 아이는 '곰 아저씨가 도와줬어.'라고 말할 뿐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편 숲의 폭력적인 어둠 속에서 누군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중이다. 미나는 남들이 부러워할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을 소중히 대하지 않는 남자를 참고 만나왔는데, 그에게서 관계를 끝내자는 말을 듣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힘겹게 숲에 도착해 시체를 파묻으려는 순간, 손수레 너머의 풀숲이 바스락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누군가 숲에 있었던 거다. 다쿠마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캠핑을 하는 유튜버였다. 월수입은 형편없었고, 솔직히 캠핑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여름이면 싫어하는 벌레가 우글거리고 겨울은 마냥 추웠다. 뭘 해도 잘 풀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3년째 유튜버로 살고 있을 뿐이다. 그날도 숲에서 촬영 중이었는데, 등 뒤에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누군가 어둠 속에 있는 것일까. 조직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인 남자와 자살하기 위해 숲에 도착한 국어 교사까지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사정으로 숲에 있었다. 마히토는 숲에서 이들을 만난 것일까? 




남에게 건방진 소리를 할 주제가 못 된다. 강하지 않다. 아이가 태어난 뒤, 돈을 벌어야 한다며 야근과 휴일 근무로 무리했던 하루타로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질러 정비 중인 차에 깔려 죽었을 때는 마히토를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했다. 다정하지도 않다. 마히토가 ASD인 걸 알았을 때는 왜 우리 아이한테 이러냐고 신을 원망했다. 우리 아이가 이렇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을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마히토가 숲에서 행방불명되었을 때 분명히 알았다. 마히토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p.525~526


숲에서 돌아온 마히토는 예전의 마히토와는 다른 아이처럼 보였다. 짜증을 내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된 것이다. 마치 숲에서 분노나 슬픔의 감정을 잃어버리고 온 것처럼. 한 번 헤맸다가는 다시는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그 숲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히토가 그간의 상황에 대해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삼촌인 도야가 숲에서 있었던 일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히토는 숲에서 곰 아저씨를 만났다고 했는데, 그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을 만난 것일 지도 모르겠다. 도야는 홀로 조사를 이어가며 마히토가 숲에서 여러 사람들과 마주쳤다는 사실과 그들이 아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도와주긴 했으나, 누구나 아이를 경찰에 인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체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등의 작품으로 만났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출간된 해에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중견 작가의 소설에 수여하는 중앙공론문예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평소 식물을 돌보며 신비로움을 느끼던 그는 식물의 집합체인 숲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항상 쓰고 싶었다고 한다. 숲이란 사람을 치유하는 장소인 동시에 사방으로 자라난 식물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 섬뜩한 장소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이가 숲에서 홀로 보냈던 시간을 추적해 가는 이 이야기는 미스터리 서사로 속죄와 구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가 숲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죄를 짊어지고 있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어 기적이 필요한 순간, 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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