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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 개정증보판
김규아 지음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왜 이런 벌을 받는 걸까?
"정우야, 벌이 아니야.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특별한 경험이야. 정우는 아주 조금 더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뿐이야..." p.123~124
아빠와 둘이 사는 정우는 매일 땅을 보고 걷는다. 아빠와 자꾸 다투던 엄마는 언젠가부터 따로 살기 시작했고, 말다툼 소리가 사라지자 집은 고요하기만 하다. 강인하고 멋진 늑대를 좋아하는 정우에게는 늑대에 관련된 책만 열 권 넘게 있다. 어떤 방법이든 풀어낼 수 있는 수학의 확실한 세계를 좋아하는 정우는 학원에서 우등반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 수업시간에 새로 선생님이 오셨는데, 늑대 선생님이었다. 빛을 보면 눈이 아파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선생님은 음악 수업을 해가 지고 난 뒤에 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늑대 선생님과 아이들의 '밤의 교실'이 시작된다.
한편, 정우는 요즘 눈이 자꾸 흐릿해지는 기분이라 아빠와 안과에 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눈에 병이 생겼는데 치료 방법이 없다고, 언젠가 끝없는 밤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실명이라니... 모두가 밝은 세상에 있는데 나에게만 여전히 밤인 세상이 될수도 있다니... 정우는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부모의 이혼과 시력 상실이라는 위기모두 어린 정우에게는 이해할 수 없고,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다. 수학 문제처럼 긴 시간을 들여 고민해봐도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 정우를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님과 친구들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늑대 선생님의 특별한 음악 수업덕분에 정우는 조금씩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연주를 찾아 가는 과정을 배워간다.

"마치 인생 같아. 예상할 수 없는 기쁜 일, 슬픈 일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처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생각해. 내 삶이 하나의 곡이라면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 걸까. p.149
늑대 선생님은 개나리꽃이 피는 3월에 태어났다. 그런데 아주 어릴 적부터 이유를 알 수 없이 빛을 보면 눈이 너무 아파 두 살 때부터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보통의 늑대 친구들처럼 사냥 수업에 나가지 못해서 친구도 별로 없었다. 늑대들은 타고나길 합창을 좋아했는데, 합창 연습은 대부분 밤에 이루어졌다. 눈이 약한 선생님에게는 제일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밤에 하는 수업을 고대하며 기다린다. 그렇게 미지근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 꿈을 꾸듯 몽롱한 표정의 아이들이 학교에 모여 즐겁게 수업을 받는다. 늑대 선생님은 정우에게 말한다. 나에겐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걸 사랑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그래서 낮보다 밤이 더 편한 눈을 가진 것이 그리 속상하지 않다고 말이다.
볼로냐 라가치 상 만화 부문 우수상을 받은 김규아 작가의 <밤의 교실>이 새로운 에필로그가 더해진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린 그래픽 노블로, 색연필 화풍의 따스한 그림으로 담담하면서도 의연한 시선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특히 좋았던 것은 정우에게 벌어진 일들을 단순한 비극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성장해내는 과정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해줘 위로받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초판으로 만났던 독자라면 그 뒷이야기가 에필로그로 수록되어 있어 더 반가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우와 늑대 선생님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다면 이번 개정판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아이가 읽어도, 부모가 읽어도 공감할 만한 부분들이 많은 작품이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면서도, 그것조차 돌아볼 여유가 없는 어른들에게 특히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