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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다 거짓이야
대니얼 나예리 지음, 김래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난 못생겼고 희한하게 말한다. 가난하다. 옷은 중고품이고 음식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콧구멍도 판다. 당신이 좋아할 농담이나 이야기는 모른다. 게임의 규칙도 모른다. 누가 내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처럼, 난 신중하게 창조되었다. 자신이 지은 것을 보고 기뻐하신 신이 나를 지었다.
당신처럼, 난 친구를 원한다. p.31
<천일야화>에서 셰에라자드는 왕이 자신을 죽이지 않도록 매일 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천일 하고도 하룻밤 동안. 왕은 왕비의 부정에 충격을 받아 매일 밤 처녀와 잠자리를 하고 날이 밝으면 그 처녀를 죽였는데, 셰헤라자데는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왕에게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매일 밤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고, 에로틱하고, 달콤하고, 자극적이어서 왕은 그녀를 죽일 수가 없게 된다. 그녀는 밤마다 이야기를 끝맺지 않고 멈췄기 때문에 나머지를 듣기 위해 왕은 하루하루 처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남은 목숨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 속 열두살 소년 대니얼도 고대 페르시아 신화로 직조해 낸 이야기를 끊임없이 우리에게 들려준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공포에 질린 소의 목에서 흐르는 시뻘건 피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부터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를 타고 주말마다 여행길에 올랐던 가족의 여정과 커다란 베틀로 페르시아 양탄자를 짜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 위로 이란에서 탈출해 두바이,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살게 된 가족의 생존기가 그렇게 펼쳐진다. 덕분에 소년은 페르시아어와 이탈리아어, 영어, 세 개의 언어를 말하게 되었지만, 평생 이상하게 말한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무슨 열두 살짜리가 이렇게 말한담?'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대니얼은 '조각보 같은 이야기는 난민의 수치'라고 말하면서도, 슬픔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솜씨좋게 엮어 내어 아름다운 마법의 양탄자로 재탄생시킨다.

무너진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 삶에서 하도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 고통을 느끼지조차 못한다.
아예 무감각해졌다. 지속되기 때문이다.
지루할 만큼 사실이다.
실은 우리 뇌가 두려운 나머지 우리 가슴속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p.233
오클라호마의 한 중학교, 밀러 선생님 반 아이들은 페르시아인은 다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만나본 페르시아인은 대니얼 밖에 없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이들은 대니얼을 피부색이 어둡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도시락을 싸오며 늘 거짓말투성이인 이야기를 지어내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니얼이 하는 이야기는 동정심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허풍을 떠는 것도 아니다. 적대감으로 가득한 교실에서 대니얼은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처럼 살아남으려고, 진실을 지키려고 이야기를 엮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전부 다 사실이다. 그렇게 이 작품은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주워 모아 빚어낸 아름다운 신화가 된다.
이 작품은 뉴베리 아너상 연속 수상으로 영미문학계에 가장 독보적인 거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대니얼 나예리의 신작이다. 작가는 이란에서 태어나 난민 생활을 거쳐, 일곱 살에 가족과 함께 오클라호마로 이주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열두 살 ‘호스로’로 분해, 어린 시절에 겪은 뼈아픈 상실과 난민의 삶을 펼쳐 보인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조차 가장 슬픈 기억으로 돌변해 버릴 수 있는,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 곳에서 참혹한 기억으로 살아가야 하는 난민 소년의 이야기는 시처럼 아름답고, 동화처럼 신비로우며, 신화처럼 매혹적이다. 실제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으로 바탕으로 쓰인 이 작품은 뼈아픈 상실과 난민의 삶을 서늘하고도 유쾌한 농담으로 풀어내며 먹먹한 감동을 자아낸다. 문학이 어떻게 완벽한 구원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