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신이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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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암만 그래봐라, 내가 너 싫어하나.'

까탈스러운 어린이인 나를 키우며 엄마는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생각에 힘이 있는 건 아닐까. 엄마의 그 생각이 주문처럼 내게 걸려 있다고도 상상해본다. 어느덧 주문은 내 목소리로 들린다. 설령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나를 싫어한다 해도 나까지 나를 싫어할 수는 없지. 어쩔 수 없지. 이 또한 무리에서 벗어난 존재의 생존 본능이다. 나를 보호하는 건 내 마음이다.              p.39~40


시의적절 시리즈의 <이듬해 봄>과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라는 시집으로 만났던 신이인 시인의 신작 산문집이다. '이렇게 된 이상 활짝 펼쳐진 책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엉뚱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시인이 그리는 반항과 낙천,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일상 이야기도, 낙천적이지만은 않은 '명랑'으로, 자신만의 독립된 우주를 펼쳐 보이며 경쾌하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시집도 좋았기에 이번 신작 역시 매우 기대가 되었다. 표지 디자인과 책의 판형부터 시인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책을 읽기도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에서는 '못돼처먹은'이 되어야만 버틸 수 있는 세계에서, 안팎을 가르는 경계를 넘어, 낙천적이지만은 않은 '명랑'으로, 자신만의 독립된 우주를 펼쳐 보였다. 발칙하고 자유로운, 유쾌하고 귀여운, 어수룩하면서도 되바라진 시 속 화자들이 놀라울 만큼 매력적인 시집이었다. <이듬해 봄>에서는 '이렇게 된 이상 활짝 펼쳐진 책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엉뚱함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시인은 그 산문집에서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들의 가방에 이 책을 넣어주고 싶다고, 이유 없는 경박스러움, 이유 없는 진지함, 이유 없이 어긋났기 때문에 가능한 자신의 낙천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것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인의 자유로운 영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이라 좋았다.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부르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시인이기에 페이지마다 담겨 있는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었다. 




사람 사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다들 너무 자란 탓이다. 어쩐지 나이 차이가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편하다. 나를 덜 자란 애로 봐주는 분들에게 마구 치대고 뒹굴고 싶고, 내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어린이 같은 친구들과 비눗방울처럼 놀고 싶다. 비눗방울처럼 놀고 싶다는 말은 좀 웃긴가. 내가 되고 싶어 한 건 늘 그런 결이었다. 예쁜 쓰레기. 내가 쓰는 시도 다 허울 좋은 쓰레기 같다.              p.95


이 책은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제목이 유독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시인은 산문을 쓰는 작업이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나를 들이미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굉장히 신선한 표현인데도, 또 너무 공감되는 문장이었다.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지 막 상상이 되면서, 어쩐지 귀여운 마음도 들었고 말이다. 시인은 이 책에서 집을 사랑으로 채워놓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가족들부터, 자신의 보금자리인 '뒤주'를 마련해 독립하게 된 과정, 반려 도마뱀과 함께 하게 된 에피소드 등 일상 속 이야기와 주변의 관계들, 그리고 그로 인해 드러나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포착해낸다.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려놓는 기분으로, 물러날 곳은 없다는 마음으로, 그러나 심각하지 않게, 거친 부분과 일그러진 부분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하철 빌런과 치한과 바바리맨을 웃어넘기며 그들을 이해하고자 했다는 부분이었다. 그들도 얼핏 보면 악역이지만 알고 보면 평범하거나, 가련하거나, 일탈을 즐기는 히어로일 수도 있다고. 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보면 세상이 귀여워진다고 말이다. 그러한 '이해가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였다'는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가능한 한 모든 여지를 상상해가며 세상의 기묘한 역학 관계를 이해해보고 싶었다는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어떻게든 발붙일 곳을 마련해서 지키고 살아가기 위해서 선택한 전략이 '외계인 되기'였다는 시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사람들 많지 않을까. '저는 이상한 사람이 맞으니까 받아들이세요. 대신 재미있기도 할 겁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이런 마음 가짐이라면 자신만의 방식과 시선으로 세상을 자유롭게 살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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