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미우라 시온 지음, 김은경 옮김 / 시공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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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흘 정도 그런 날들을 보냈을 때,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도 텔레비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텔레비전이 없는 숙박 시설에 체류하고 있는데 어째서 일에 진전이 없는가 미심쩍던 참에, 수수께끼가 풀려 마음이 한결 가뜬하다. 텔레비전의 유무 같은 자질구레한 일 따위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나의 집중력은 언제 어느 때건 그냥 없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바위처럼 굳건하게 집중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슬슬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하지 않으면 정말 곤란하다. 쓰고 또 쓰고 왕창 쓰겠다!                   p.149


<배를 엮다>, <사랑 없는 세계>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미우라 시온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여러 잡지와 신문에 연재했던 글과 단발성 작품을 모은 것으로 분량이 꽤 많아 매우 즐겁게 읽었다. 대부분의 에세이들은 분량이 작아 아쉬웠던 적이 많았는데, 이 책은 웬만한 소설보다 묵직해 아껴가며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의 일상을 담은 에피소드부터 일본 근교의 소도시 여행기, 책 소개와 독서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소재로 쓰인 글들이 담겨 있다.


식물 가꾸기를 좋아해 제법 많은 식물들을 키우고 있지만 대부분 이름도 모른다거나, 입체물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 수박 자르는 게 서툴어서 난처하다거나, 이파리에서 꿀이 나오는 식물 덕분에 개미와의 전투를 벌이고 나서는 왜 작은 생물들과 이토록 진심으로 싸우고 마는 것이냐고 생각하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너무 비싸서 살 수 없어도, 눅눅한 날씨 덕에 한참 빨래를 못해도 한숨 쉬지 않는다. 이렇게 살면 매일이 행복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글들이었다. '타인의 존재가, 인기척이, 일상에 빛을 내려주고 때로는 충돌을 일으킨다'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이 세상 아름다움의 근본이 '다양한 것',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나도 매일 하루치의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드는 시간이었다. 




나는 일단 어떤 대상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언제까지고 좋아하는 편이다. 어느 순간 '쿵' 하고 구멍에 빠지듯이 좋아진다. 구멍 안이 새카매도, 가슴께까지 흙이 차올라도, 그곳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다. 더듬더듬 그 세계를 탐험하고 "오오, 안쪽이 꽤 깊은데"라든가 "벽에서 신기한 버섯이 자라고 있어!"라든가 자그마한 뭔가를 발견하고는 혼자서 기뻐한다. '질린다'라는 감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좋아하기 시작하면 일편단심'이라고 말하면 듣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변화와 성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47~248


혼자 사는 친구가 이사할 때가 되어 집 찾기를 도와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만화와 옷을 좋아해서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친구였는데, 어느 정도냐면 다다미 여섯 장 크기의 방 벽면을 천장까지 닿는 책장으로 모조리 채우고, 방바닥 전체에 허리까지 올라올 만큼 만화를 쌓아도 부족할 정도였다고. 만화책이 이 정도였으니 옷장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집을 고를 때 건물의 건축 시기도, 역과의 거리도, 방범 수준이 좋은지 어떤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수납에 관해서 만큼은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영원히 세련되고, 물건이 적어 깔끔한 집에서는 살 수 없는 운명이라는 친구의 말에 공감하며, 인간의 마음과 가치관이란 정말 이상하고도 다양하다고 함께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미우라 시온과 그녀의 친구와 같은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역시 만화용 집을 따로 빌려야 할까 봐'라는 친구의 말에 공감하며, 나 역시 수납공간이 넉넉한 집을 꿈꿔 보았다. 


미우라 시온의 소설도 좋아하지만, 에세이는 소설과는 또 다른 결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침대 위에도, 침실 바닥에도, 식탁 위에도 아직 읽지 않은 책으로 바리케이드를 쳐두어 이 집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면서도 도 책을 사고 마는 모습도, 실수가 있더라도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저 속 편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태도도, 어떤 대상이든 한번 좋아하면 영원히 계속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성향도 너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봄은 벚꽃이 만개해서, 여름은 산이 울창해서, 가을은 단풍이 아름다워서, 겨울은 폭신폭신한 침구에 감싸여 잠드는 행복감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얼굴 찌푸리고, 기분이 나빠질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 마음이라면 일년 내내 허투루 보낼 날은 하루도 없지 않을까. 매일이 다른 방식으로 행복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책을 읽는 사람까지 긍정적인 마인드가 되도록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다. 해피 바이러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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