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각의 신세계 - 동물이 가르쳐준 인간의 12가지 경이로운 감각
재키 히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네눈박이귀신고기의 두개골 안에서 어떻게 이러한 메커니즘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지 묻자 더글러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철학자들의 영역으로 남겨두겠습니다." ... 이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사고 위에 더 많은 상상력을 더해야 한다. 공작사마귀새우의 사례는 다른 생명체의 눈을 통해서 세계를 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었는데, 심해 공간에서 끌어올린 '네눈박이' 생명체의 눈을 통해서 세계를 보려면 우리의 상상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p.84
우리는 감각 기관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지각으로 주변 세계를 느낀다. 이러한 감각 덕분에 책표지를 보고, 손에 전해지는 무게를 느끼고,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가끔 보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들으면서도 귀 기울이지 않으며, 들이마시는 공기 속 향기를 자각하지 못한다. 익숙함이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하고, 세계의 경이에 눈과 귀를 닫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지의 영역 너머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감각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BBC,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채널 등에서 약 20년 동안 야생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저자는 세계 곳곳에 있는 과학자들을 직접 취재하며 알게 된 놀라운 발견들을 통해 인간에게 오감 이상의 더 넓은 미지의 감각 세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공작사마귀새우는 동물계 '최고의 색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영장류의 인지 능력이 있는 것처럼 눈을 마주치는 행동을 하는데, 이는 공작사마귀새우가 지닌 수많은 시각적 능력의 하나일 뿐이다. 그들의 눈은 표면이 낱눈이라고 부르는 육각형 수정체 수천 개가 촘촘히 박혀 있는 구조로 밝고 선명한 서로 다른 색의 작은 덩어리들을 가지고 있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랑, 분홍, 보라색이 흩어져 있는데, 마치 눈 속에 무지개가 숨어 있는 것과도 같다. 각 줄의 세포들이 각기 다른 파장을 흡수하기 때문에, 공작사마귀새우가 보는 세계는 수많은 색으로 가득하다. 실제로 감각신경학 연구를 이끌었던 저스틴 마셜 교수는 '이 정도의 색 지각 능력이라면 어이없이 과한 것이 아닌가 싶어 당황스러웠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그야말로 공작사마귀새우의 눈은 이 세상 눈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색각은 우리 인간이 세상을 보는 많은 방식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던져준다.

먼지거미는 자연의 시간을 상징하는 부적 같은 존재다. 우리는 우리에게도 시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이 발견에 용기를 내어 인공 시계는 내던지고 우리의 몸속 시계에 따라도 되지 않을까. 먼지거미가 손쉽게 발현하는 생체리듬이 우리가 꿈꿔온 시간여행 아닌가.... 어쩌면 우리의 여덟 다리 친구에게 길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존스는 말했다. "이 거미들이 어떻게 매일 아침 아무 해도 입지 않고 시차를 조정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이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능하게 해줄지 상상해보세요...." p.367~368
먼지거미는 사람 머리카락 한 가닥의 1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움직임도 탐지해낸다. 그들은 그 미미한 움직임이 바람에 흔들린 것인지, 수컷 구애자가 접근하는 것인지, 영양 만점 먹이가 잡힌 것인지 구문한다. 또 흥미로운 점은 거미들이 어둠 속에서 거미줄을 부분적으로 수선하는 게 아니라, 매일 밤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짓는다는 것이다. 주행성인 먼지거미들은 한밤중, 해가 뜨기 전부터 깨어 움직인다. 바치 빛을 앞질러 예측하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도 시계 장치처럼 규칙적으로. 한편 신경초라 불리는 미모사는 가지와 잎이 햇볕이 강한 쪽을 향해 자라는 식물이다. 미모사를 빛이 들어가지 않는 공간에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태양과 햇빛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접 빛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간을 감지하는 식물이라니 놀랍기 그지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사실 감각이 허락한 만큼만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계 곳곳에 있는 과학자들을 직접 취재하며 알게 된 놀라운 발견들에 대해 읽으며 인간에게 5감 이상의 더 넓은 미지의 감각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감탄도 하게 되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짓는 먼지거미는 아주 특별한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고, 큰뒷부리도요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집을 찾을 수 있는 방향감각이 있으며, 공작사마귀새우는 인간보다 4배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색각을 지녔다. 빛이 전혀 없는 심해에 서식하는 귀신고기는 출중한 시각 능력을 소유했으며, 큰회색올빼미의 예리한 청력은 소리 하나만으로 놀랍도록 정확하게 먹잇감을 찾아내어 귀로 보는 능력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 외에도 흡혈박쥐, 골리앗메기, 블러드하운드, 참문어 등 열두 종의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경이로운 감각들을 통해 미지의 감각 세계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가능성을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해낼 수도 있는 존재로서 인간 감각의 새 지평을 여는 이 책을 통해 지각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