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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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버님한테 복수하고...... 싶으신 거 아니었어요?"

아버지가 멋대로 죽어 버린 이상 영영 물 건너간 복수였다. 하지만 100년, 1,000년도 이르다던 그 해답이 생가 아래에 있었다.

"하고 있잖아요, 지금."

재헌은 그가 앗아간 지난 세월과, 그가 선사한 모든 불행을 떠올렸다. 전부 다 아버지 잘못이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되갚아 줘야 했다.                 p.115


2017년 정유년, 해가 바뀐 지 보름이 채 안 된 어느 날 이운암 전대통령 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방화로 추정하고 있었다. 이운암 생가는 그가 퇴임 후 민간에게 개방해 그의 일생을 전시하는 일종의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옥을 복원하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모로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다. 도편수는 불에 탄 생가를 절대 복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고, 도편수의 후계자가 되지 못했던 아들 재헌은 그에 반발이라도 하듯 생가를 복원해달라는 전대통령 손자의 의뢰를 받아들인다. 


재헌은 아버지를 가장 닮았으면서도 가장 증오했던 아들이다. 다시 지어선 안된다는 생가를 굳이 복원하려는 재헌은 지하실에서 기묘한 공간을 발견한다. 집이란 것이 위치부터 각 건물의 조화, 균형, 동선까지 모든 게 아귀가 맞아야 하는 건데, 그곳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집 전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대체 전 대통령 일가와 아버지 도편수는 대체 뭘 숨겨온 것일까. 한편 대형 트럭 기사 시록은 어머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평생 만난 적 없던 아빠의 존재를 찾다가 이운암 생가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재헌과 맞닥뜨린다. 국내 최고 도편수였던 범근의 영향력으로 업계 전체가 복원을 반대한 가운데, 재헌은 한배를 탄 시록과 함께 점차 작업을 진전시켜 가는데... 과연 생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진심일지도 몰랐다. 우리가 겪는 모든 시련은, 그들 나름의 우주적인 사랑일지도 몰랐다. 아득히 커서 인간이 견뎌 낼 수 없는 사랑. 신이 인간에게, 이운암이 국민에게, 지범근이 재헌에게 그래 왔다. 그리고 재헌 또한 그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서로를 이해 못 해 반복되어 온 영원한 사슬이었다.

"그럼 당신도 이해해 줘요. 아버지니까."

이제 사슬을 끊어야 했다.                 p.377


이 작품은 영화 <커미션>을 만든 감독 신재민이 시나리오를 소설로 발전시킨 것이다.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수목 신앙과 한옥 건축 등의 전통적 요소,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대사를 결합한 오컬트 호러로 서늘하고 오싹한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무더운 여름 날씨를 한방에 날려 버릴 만한 긴장감이 페이지마다 가득하고, 호러와 미스터리를 넘나들며 암울한 역사와 저주를 엮어내는 솜씨 또한 탁월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공간적으로도 다양한 장소를 교차시켜가며 보여주고 있어 지루할 틈없이 읽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건축물인 한옥을 색다른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화재가 난 이후의 생가 모습을 '지붕이 무너지고 기둥이 뚝 부러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거대한 괴물의 머리가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라는 식으로 그려내고 있어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공포 영화 배경처럼 느껴지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역사가 오래된 관습이 미신처럼 전승되며 어느새 신앙으로 변모하게 된 것과 불타 버린 생가를 다시 원래대로 회복시키려는 '복원'이라는 개념이 그 속에 잠들어 있던 건드리면 안되는 존재를 다시 깨우는 일이 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앗아간 지난 세월과 그가 선사한 모든 불행에 대해 영혼을 팔아서라도 되갚아 줘야 한다고 복수를 다짐하는 아들의 서사 또한 서사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자, 저주를 품은 집을 복원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긴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생가의 비밀은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요즘같은 계절에 읽으면 공간의 온도가 서늘해 질만한, 한국적 요소가 담긴 오컬트 호러의 정수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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