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으로 데려다줘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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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안톤은 대체 왜, 나를 상속인에 포함한 걸까?

빌라로 향하는 가파른 자갈길을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믿음직스러운 친구를 데려왔더라면 그의 가족들을 혼자서 감당하지 않아도 됐을까. 하지만 나는 엄마의 비밀을 누구와도 공유한 적이 없다. 이건 결국 혼자서 오롯이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p.42~43


플로리다에 사는 피오나에게 이탈리아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생부의 부고 소식과 그가 피오나에게 재산을 남겼다는 사실이었다. 피오나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엄마로부터 생부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게다가 키워준 아빠와 각별했고, 그를 배신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산이라고해봤자 사실상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상속이었다. 하지만 사지 마비 환자인 아바의 간병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했기 때문에, 당장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끊고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할만큼 돈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복잡한 마음으로 이탈리아로 간 피오나는 유언장 공개 후 생부의 가족들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오래전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기로 한다. 


열여덟 살까지 피오나는 자신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끈끈한 가족이라고 믿고 있었다. 몸이 약해진 아빠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별별 감염에 맞서 병원을 들락날락하던 때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뇌출혈로 엄마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죽기 직전에서야 비밀을 털어놨다. 그리고 아빠는 피오나를 친자식으로 알고 있으니, 절대 진실을 말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생부의 이름과 사는 곳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피오나는 아빠에게 비밀이 생겼고, 그제야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금, 플로리다에서 피렌체로의 여정은 예기치 못한 시련이었고, 도착해서 접하게 된 소식 또한 너무도 놀라운 이야기였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가시방식이 된 그곳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주어진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기에, 과거로 향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아는 거라고는 당시 엄마와 아빠가 그곳에서 여름을 보냈다는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과연 피오나는 30년 전 여름의 토스카나에 묻힌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녀를 설레게 만든 건 토스카나였을까? 아니면 이곳에 도착한 이래 내면을 변화시킬 만한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릴리언은 이곳에 와서야 자신이 활짝 피어난 것 같았다. 그건 꽤 좋은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두려움을 내려놓았고, 경계를 풀었다. 앞으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열리는 마음의 크기만큼 상처받을 자리 역시 커질 거라는 불안감도 덤으로 딸려왔다.              p.227


갑작스러운 남편의 실종과 남겨진 아내의 이야기를 그렸던 미스터리 로맨스 <이토록 완벽한 실종>이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줄리안 맥클린의 작품이다. 전작이 겹겹이 쌓인 반전들을 드러내며 차곡차곡 서사를 만들고, 로맨스와 미스터리 장르를 넘나들며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페이지 터너였기에 이번 작품도 매우 기대가 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토스카나를 배경으로 생부에게서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딸이 30년 전 여름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과거의 실수를 되짚어 보고 거기서 뭔가를 배우는 건 중요하다고, 그래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극중 대사처럼 현실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숨겨왔던 비밀을 따라가는 서사라 1986년과 2017년의 시간이 교차로 진행되고 있다. 서른 권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린 로맨스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설레이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나 토스카나의 풍경 묘사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지금 같은 계절에 읽으면 현지의 와이너리를 거니는 듯한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녹음이 우거진 초록색 산꼭대기 위로 우뚝 솟은 중세 마을과 성, 자욱한 안개가 하얀 띠를 이룬 올리브 나무 숲과 포도밭,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사귀, 햇살을 머금은 포도 내음까지... 배경 묘사만으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던 것일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공간에서 말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피오나와 함께 토스카나의 낭만적인 여름을 경험해보자. 여름 휴가철에 읽을 소설책을 고민 중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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