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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 프로젝트 -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
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불평등체제를 참을 수 없다. 내가 김수영이면 침을 뱉어도 시가 되고, 내가 백석이라면 외로움과 쓸쓸함도 시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그래서 불평등체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이행 전략을 논의한다. 《불평등 이데올로기》에 이어 이 책도 나의 불만과 분노를 담아서 쓴다. 이 책은 가볍고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다. 한여름 밤 마시는 한 잔의 맥주처럼 시원한 목 넘김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술술 읽혀져서는 안 된다. p.28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에서 주인공 맥베스는 던컨 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뒤에도 친구 뱅코까지 의심하며 살해한다. 권력도 정당성이 없으면 권력자에게 안식을 가져다 줄 수 없는 것이다. 정당성을 거부당한 불평등체제는 불안정하고 지배세력은 불안감을 벗어날 수 없다. 지배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고 상생을 거부하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멀어지고, 다수의 행복이 없으면 소수의 행복도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 역시 불평등하고, 시민들은 불평등에 불만인데, 어떻게 불평등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평등사회를 이룩할 방안과 전략에 대해 고민해본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실태를 밝히고, 세계 최고의 성평등 복지국가이자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인 스웨덴 모델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불평등 이데올로기>에서 왜 우리 사회가 불평등을 벗어나지 못하는지에 대해 분석했던 저자는 그 후속편으로 이 책에서 평등사회 대안과 이행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평등을 실현하고 불평등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실천은 뭐가 있을까. 이 책은 여성들과 함께 성별 임금 격차를 제로로 만들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청년들과 함께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보육, 주거 국가책임제를 관철하는 등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대안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불평등체제에서 어떤 대안이건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그럼에도 보다 많은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이 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시발점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권력이 최대수혜자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최소수혜자까지 포용하는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높은 조세 국민부담률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한편 생산현장은 물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서 성평등을 제도화했다. 그렇게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함으로써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공리주의 공정성 원칙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통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p.588
세상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렇다면 왜 부와 권력은 불평등을 허락하는 걸까. 불평등은 왜 문제가 되는 걸까. 그 동안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불평등이 있어 왔다. 100년 전에 불평등은 이보다 훨씬 심했고, 200년 전에는 그보다 더 심했다. 그러니 길게 보면 진보가 이루어졌고, 세계는 더 평등한 쪽으로 움직여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심화된 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경제적 불평등, 능력주의, 이민자 배척과 외국인 혐오 등 다양한 문제들로 가득한 오늘날, 이 책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저자는 평등사회 이행을 위해 노동의 중심적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차별 지옥의 복합적 차별의 피해자인 여성과 불평등 대물림의 수저 계급 사회를 물려받은 청년과 노동의 평등사회 동맹을 제안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실태와 이데올로기 지형을 검토하며 스웨덴의 사례를 분석하고, 노동계급이 계급형성에 성공하고 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그리고 평등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을 제안한다. 노동자들과 함께 여성, 청년 등 불평등체제 피해자들의 주체 형성과 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에 담고 있는 내용도 매우 방대해서 수월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냉철한 분석과 날카로운 통찰은 여러 번 곱씹어 다시 생각해 볼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하게 상생하는 평등사회를 실현할 수 있기를, 촛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응원봉의 성공을 실현하는 평등사회 프로젝트가 보다 본격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묵직한 책을 덮었다. 이 책이 평등사회 입문서로서, 불평등·불공정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더 다채로운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