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돌칼에서 AI까지, 물건들이 만들어온 330만 년 인류의 대장정
칩 콜웰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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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축음기 이야기는 물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물건은 어떻게 발명되는가? 이 질문은 우리 현대 물질세계의 핵심에 놓여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더 많은 물건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시 종이 우리 옛 조상들을 행동 전문가 단계에서 창조적 행동 혁신가 단계로 데려간 뒤 호미닌은 세상의 위대한 발명가가 되었다. 그러나 석기가 세상에 탄생한 이후 이런 발명의 순간들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새로운 기술은 어떻게 개발될까?               p.107


우리는 각종 물건으로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물건은 계속 늘어나고, 너무 많은 물건은 결국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인간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상태에서 모든 것이 필요하게 된 상태로 변화한 계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339만 년 전 처음으로 석기를 사용한 동아프리카에서부터 수백만 가지 기술 쓰레기가 산을 이룬 21세기 미국의 매립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물건이 출현하고 발전해온 인류 역사를 살펴본다. 우리가 만들어낸 물건이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 것인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소유한 채 자신들이 가진 물건 속에 익사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고학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


이 책의 저자는 덴버자연과학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로 일해왔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컬렉션을 아끼고 보호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적 특성과는 달리 그가 물건을 손에 넣기보다는 없애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더 많은 물건을 원하지 않는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정체성의 모순사이에서 고민하던 끝에 이 책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어떻게 인류가 지금 시점에, 물건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물건 때문에 끔찍한 고통을 겪는 세상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수백만 년에 걸친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만들고 남긴 물건을 연구하는 것이 직업인 고고학자'로서, 우리는 왜 이렇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한다.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다른 어떤 생물도 물건과 이처럼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쩌다가 동시에 호모 스투펜시스, 자신의 물건들로 규정되고 형성되는, 물건으로 가득 찬 종이 되었을까?




"어째서 물건의 삶이 사람의 삶을 지배하게 될까. 소유물을 이해하고, 구분하고, 관리하려는 시도가 통제 범위를 넘어선 소유물의 증식에 압도당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어딘가 뒤틀린 동물적 본능일까? 그들은 특이한 심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시민에게 점점 더 많이 소비하라고 요구하는 새로운 소비 사회의 희생자였을까? 21세기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인간 종이 결핍에서 초과잉으로 나아간 여정을 생각해보면, "비축"이 인간 경험의 중심 특징이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p.296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죽은 영혼>에는 자기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수집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낡은 구두창, 넝마가 된 여자 옷, 토기 파편 등 모든 것을 가져다가 방 한구석에 쌓아둔 잡동사니 더미에 모아둔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에는 강박적으로 물건을 모으는 중고 물품 가게 주인이 나온다. 온갖 종류의 병, 녹슨 열쇠, 폐기된 법률 서류 등을 모은다. 문맹이라 서류를 읽지 못하면서도 말이다. 아서 코넌 도일의 <머스그레이브 전례문>에서 셜록 홈스는 자기 방의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서류를 없애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일종의 '화학 물질과 범죄 흔적'의 비축자로 그리고 있다. 이런 인물들은 허구적 캐릭터이지만, 산업 사회에서 소비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가정 속으로 스며드는 데 대한 커져가는 불안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물건은 우리의 정체성을 실어 나르는 수단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사용하는 물건은 개인 수준에서든 집단 수준에서든 정체성의 '시그널'이 된다. 값비싼 명품과 수입자동차와 할머니가 물려주신 낡은 골동품 지갑이 남들에게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수백만 년 전 헐벗은 채 아무것도 없이 살았던 때와 비교하면 물건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집 자체도경이로울 정도로 신기로운 현상이다. 한 추산에 따르면 미국 평균 가정의 물건 수는 30만 개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인간은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만든 물건들이 거꾸로 우리를 만들고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고고학, 역사, 세계사, 인류학, 빅히스토리를 아우르는 거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펼쳐지는 책이었다. 330만 년 인류 진화의 대장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대단히 신선했다. 우리는 과연 물건 없이 살 수 있을까? 기존의 인간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물건들이 만들어온 역사라는 시점으로 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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