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 엄금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 8월에 다마시에서 발생한 대량 살인사건에 관한 기록을 세 개 제시했다. 이 자료들을 보고 여러분은 알아차렸을까? 이 사건에는 명백하게 '이상한 점'이 존재한다. 그 '이상한 점'이 바로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을 밝힐 실마리다. 그렇다, 단순한 무차별 살인으로 보이는 이 사건의 이면에는 머리털이 쭈뼛 설 만큼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다. 알고 나면 당신이 지금까지 봐 왔던 세상이 싹 달라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진실'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기록은 그러한 위험성을 고려하고 주의 깊게 읽길 바란다.             p.14~15


도쿄에서 끔찍한 대량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대낮에 한 남자가 도끼를 들고 축제 참가자들을 덮쳐 11명이 사망하고, 6명은 의식불명의 중태 상태다. 남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뜻 모를 말만 되풀이해 책임 능력 유무를 포함해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차별 살인사건의 범인인 야에가시 신야의 정신 감정을 맡은 정신과 의사 우에하라 가스미는 명백히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범인은 몇 달 전부터 강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무단결근을 했고, 계속 감시당하고 있다, 언제 살해당할지 모른다, 어디에 숨어도 누군가 날 보고 있다는 발언을 하며 전형적인 조현병과는 약간 다른 증상을 보인다. 조현병 환자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피해망상과 혼란 증상이 보였지만, 다른 정신 질환의 특징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오랜 시간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에게 발생하는 정신 질환인 '간저 증후군'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의식이 몽롱해지거나 환각 또는 망상에 사로잡혀, 대화는 가능하지만 마치 장난치는 것처럼 엉뚱한 대답을 반복하게 되는데, 야에가시의 증상이 바로 그러했다. 어딘가에 감금당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증후군이 발생한 걸까. 게다가 간저 증후군 환자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는 해도, 사고가 분열된 조현병 환자와 달리 질문의 의미 자체는 올바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가 횡설수설 늘어놓았던 말들의 의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는 대체 왜 아무도 없는 쓰레기장에 가서 도끼를 휘두른 것일까. 그는 왜 대량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일까. 누가봐도 아무도 없는 공간에 덤벼들었던 그의 행동에 대해 야에가시는 '거기에는 '그것'이 있었어.... 너희가... 모를... 뿐이지...'라고 말한다. 우에하라 가스미는는 이 사건 이면에 숨겨진 뭔가가 있음을 직감하고는 실체를 직접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과연 우리는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 그러니까, 지금 난 이 책의 독자, 바로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

─ 이 책을 읽고 반응을 보는 건 일종의 '임상시험' 같은 거지. 그래서 임상시험의 규정에 따라 처음에 양해를 구했어. 이 책을 읽으면 위험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읽기를 그만둘 수 있다고 말이야.

─ 이 책을 끝까지 읽었으니 당신은 임상시험에 동의한 셈이겠지. 그러니 당신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나에게 보여줘. 

─ 당신에게는 책임이 있어.               p.277~279


실제 핸드폰 사이즈의 책으로 신개념 모큐멘터리 호러라는 독특한 장르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스와이프 엄금>, 그 후속작이다. <열람 엄금>에서는 전작인 <스와이프 엄금>에서 촉발된 '도메키'라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진상이 밝혀진다. <스와이프 엄금>은 핸드폰만 한 크기의 책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서사가 평소 핸드폰으로 이용하는 온갖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책을 읽는 동안 실제로 핸드폰 화면을 스와이프하는 듯한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괴물 도메키가 진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채로 시종일관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전작처럼 이번 작품 역시 독특한 구성과 전개 방식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는 기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열람 엄금>은 오직 정신 감정 전문의 우에하라 가스미의 인터뷰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터뷰 내용 사이 사이에 신문 기사, 현장 사진, 이메일, 지도, 단면도, 핸드폰 화면, 각종 보고서와 같은 여러 증거 자료들이 삽입되어 생생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시작부터 경고 페이지가 있는데, '이 기록은 여러분에게 예기치 못한 정신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절대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읽더라도 원하면 언제든 중간에 그만둘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경고를 보고도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마지막 페이지에 남겨진 문장 또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 준다. 갑자기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책이 말을 걸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게 모큐멘터리의 극한을 보여주는 거라면, 우리는 공포와 놀라움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허구의 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공포와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독서 체험'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