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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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흔히 케이팝 문화를 ‘환상을 사고파는 일’에 비유한다. 케이팝은 나의 현실인데 왜 환상이라는 건지 토를 달고 싶지만…… 또 그것만큼 케이팝을 관통하는 비유는 없다. 먼저 아이돌 멤버의 입장에 서보자. 그들은 콘서트에서, 공개방송에서, ‘버블’에서 팬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얼굴도 사연도 모르는 ‘여러분’을 어떻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데?... 아이돌을 향한 팬의 사랑이 환상이라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p.53~54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덕질'은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 물론 그것은 마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산을 탕진하게 하고, 집 안 곳곳의 공간을 침범해 가족들의 눈총을 받게 하고, 잠잘 시간을 줄여가면서 몰입하게 만들어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니 덕질의 대상이 나를 구원하러 온 것인지, 망치러 온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 잠시라도 행복했다면, 그래서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닐까. 덕질의 대상은 각자 취향에 따라 무궁무진하지만, 지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케이팝일 것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케이팝을 바라보는 가장 내밀하고도 뜨거운 시선을 보여준다. <아무튼, 예능>이라는 책으로 만났던 복길이 6년 만에 펴내는 신작 산문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2023년부터 3년간 〈씨네21〉에 연재한 ‘슬픔의 케이팝 파티’에 음악을 듣고 현실을 살아내며 벼린 최신의 사유를 더해 완성되었다. 저자는 케이팝 디제잉 공연 ‘슬픔의 케이팝 파티’의 기획자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이 책은 케이팝 덕질의 지극히 개인적인 연대기이기도 하지만 대중문화 비평서에 가까운 수준높은 통찰도 함께 보여준다. 1990년대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케이팝 역사에 이름을 남긴 케이팝 아티스트와 그들의 곡을 아우르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케이팝을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대다수의 어른이 그럴 것이다. 케이팝은 아이돌이 입은 옷소매 끝자락의 날림까지 미리 계산하는 기획의 음악이다. 그들은 투자와 성과에 민감하기에 언제나 총력전을 펼치고, 그로 인해 우리는 대화나 설득이 아닌 압도되는 방식으로 케이팝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른에겐 피로를 느끼는 레이더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고 몸을 사린다. 케이팝은 그래서 어른의 음악이 될 수 없다.               p.180


케이팝 문화는 환상을 사고 파는 일이다. '환상을 사고파는 일'은 거짓말로 유지된다. 아이돌과 팬은 '우린 서로를 사랑하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라는 피상적인 합의 위에서 관계를 맺는다. 대다수 케이팝 팬은 이 합의를 믿고 따르지만, 그들 중 일부는 왜 그래야 하느냐며 저항한다. 그렇게 케이팝은 사랑과 집착, 믿음과 맹신 사이를 줄타기하는 음악이다.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허공이니 우리는 늘 날카롭고 예민하다. 아이돌은 그 환상이 깨지지 않아야 먹고살 수 있으니 어떻게든 자신의 진짜 욕망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팬은 거기에 같이 장단을 맞추지 말고 계속해서 내 욕망을 추구해야 한다. 팬들은 케이팝의 주체이자 객체다. 아이돌을 향한 사랑으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성공을 위해 발벗고 나서지만, 동시에 산업이 설계한 판 위에서 움직인다.


저자는 줄곧 케이팝의 즐거움을 예찬하면서 동시에 케이팝의 유해함도 지적한다.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내면서, 케이팝이라는 산업 전체를 통찰하기도 한다.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케이팝을 현상이자 문화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과 동시에 케이팝을 들으며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렸던 역사를 털어놓는다. 기쁠때, 외로울때, 사랑에 실패했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도 노래 가사가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와 닿았던 적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아이돌 콘서트에 가고, 팬클럽에 가입하고, 방송을 챙겨보며 투표를 한 적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케이팝은 일상 속 시간을 함께한 추억이자 기억이다. 오늘도 운동을 하며, 출근을 하며, 케이팝을 듣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애정과 애증 사이, '케이팝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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