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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아버지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나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애쓸 것이다. 내가 알아낸 비밀이 너무 성가시기 때문이다. 내가 비밀을 공개하면 기존의 모든 주장들이 무너지면서 학계 전체가 난처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건 진리의 문제다. 진리에 맞서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진리를 아무리 물속에 처박으려 해도 결국엔 다시 물위로 떠오르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대,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 나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 1권, p.57
저명한 고생물학자 아제미앙 교수가 자신의 집 욕조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범인의 자취도,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살인자는 준비된 흉기가 아니라 범죄 현장에서 대용물을 구했다. 범죄 수법이 여러 가지 점에서 동일한 사건이 벌써 다섯 번째였다. 그렇게 수사는 시작되자마자 종결되었다. 살인 사건에 관심을 둔 것은 마침 위층에 살던 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였다. 신참 기자인 그녀는 이 살인 사건이 경찰이 생각하는 것처럼 부랑자의 소행이 아니라 누군가 교수의 입을 막고 싶어 하는 자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기원에 관해 연구하던 교수가 어떤 비밀을 발견해 세상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부장은 전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며, 취재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왜, 어떻게 인간이 이 지구상에 나타났는가, 에 대한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이다. 결국 한 선배가 그녀에게 <과학부의 셜록 홈스>라는 별명을 가진 은둔 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를 소개해준다. 하지만 기사를 안 쓴 지 적어도 10년은 되었고, 탑처럼 생긴 건물에서 은둔 생활 중이라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둘 지는 알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함께 살인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인류가 오만하게 쌓아 올린 역사와 과학적 업적, 언론과 산업계의 추악한 기득권을 뒤흔드는 음모의 서막이었다. 과연 교수는 무엇을 알게 되었기에 살해당한 걸까. 그는 인류 진화의 비밀을 풀어 줄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켰던 걸까. 300만 년 동안 감춰져 있던 미싱링크를 둘러싼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뭔가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세계를 진보시킨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뤼크레스의 느닷없는 질문에 이지도르가 대답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걸 겁니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체제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체제를 문제 삼을 이유가 전혀 없지요. 따라서 그것을 변화시킬 이유도 없는 거고요......」
그는 큰 칼을 사용하여 길을 틔우며 활기차게 걸어가고 있었다. - 2권, p.58
지금으로부터 7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의 조상은 강한 신체도, 날카로운 이빨도, 몸을 보호해 줄 털도 없는 벌거숭이로 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류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살아 남게 된 걸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최초의 인류에 대해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책은 이 세 가지 질문에서 시작된다. 최초의 인간은 언제 나타났을까. 일반적으로 현생 인류과 그 조상 사이에 존재한다고 가정되는 중간 단계의 존재를 가리켜 '미싱 링크'라고 한다. 진화의 어느 한 단계에 존재했다고 가정될 뿐 실제로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은 생물종 일반을 뜻한다. 그런데 한 고생물학자가 오랜 연구 끝에 무시무시한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미싱 링크, 빠진 고리라고 부르는 그것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위대한 발견을 공개한들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을 아연실색게 할 비밀이므로, 모두들 전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시켜야 한다. 물론 그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테니만 말이다.
어떻게 지구에는 이렇게나 많은 생명이 존재하는가?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어떻게 시작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고, 그에 대한 대답은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생명의 출현과 인류의 진화로 이어지며 다양한 영역에서 나름의 결론을 내려왔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 전무후무한 문명을 구축한 현생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한 점들이 많다. 이 작품은 우리의 그러한 궁금증에 소설로 대답을 들려준다. 과학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가면서 말이다. 그것이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가지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현대의 정밀한 추리극과, 수백만 년 전 평원에서 생존을 도모하던 원시 인류의 나날을 교차 진행시키며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보여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기발한 상상력과 방대한 철학, 그리고 과학적인 정보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거대한 세계를 구축해내고 있다. 출간된 지 이십 년이 넘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롭게 읽히는 작품이라니 놀라웠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표지뿐만 아니라 판형도 달라졌는데, 실제로 보면 상당히 아름답다.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딱 좋은 비율이어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딱 좋다. 새로운 장정과 판형으로 만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유니버스의 기원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