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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언어는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오늘날의 인간과 자연의 괴리가 생겨났다. 하지만 박새들은 그건 틀린 생각임을 가르쳐주었다. 인간에게는 인간의 언어가 있듯 새에게는 새들의 언어가 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 언어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연을 올바르게 보는 눈을 잃었지만 새들은 다른 동물의 언어까지 제대로 이해하며 살고 있다. 나는 믿는다. 새들의 언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앎으로써 우리의 하루하루는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p.22~23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2천 년이 넘는 동안, 우리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는 언어가 없다'고 굳게 믿어왔다. 과연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일까. 여기 20년 동안 숲이라는 거대한 실험실에서 박새를 관찰해 온 생물학자가 있다. 그는 인간에게 언어가 있듯 새에게도 새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아시아 최초로 영국 동물행동연구협회 국제상을 수상한 스즈키 도시타카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생물들을 상자나 수조에 넣고 키워왔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에 세뱃돈으로 쌍안경을 산 것을 계기로 새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관찰을 할수록 즐거움은 점점 더 커졌고, 그렇게 탐조에 빠져들게 되면서 새를 연구할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해 연구자가 된다. 일생을 바쳐 밝히고 싶고 몰두하는 연구 주제를 찾다가 숲에서 박새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새들의 행동을 추적하고 관찰하며 그들의 울음소리 유형이 놀라우리만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연구하기로 결심한다. 먹이 접시 두기 -> 관찰 -> 정리,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해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단순 작업을 꾸준히 반복하고 몇개월이 지나자 몇몇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울음소리의 유형은 달라도 서로 의미를 학습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박새들은 하늘에 매가 나타나면 '삐삐삐' 울고, 뱀을 발견하면 '츠르르르르'하고 운다. 동료를 부를 때는 '치지지지' 울고, 경계하라고 재촉할 때는 '삐-쯔삐' 하고 운다. 울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새들의 행동이나 무리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고, 의미를 담아 전하고, 문법 규칙에 따라 단어를 조합하는 새들만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수천 년간 존재해온 우리의 고정관념을 넘는 경이로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동물의 울음소리가 그저 감정의 표현인지 인간의 말처럼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는지를 구별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다. 만약 사고 절약 원칙에 따라 생각해도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한다고밖에 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해낸 사람은 전 세계에서 나밖에 없다! 나는 '동물은 말하지 않는다'라는 2천 년 이상에 걸친 역사상 최대의 오해를 풀고,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일어섰다. p.213
이 책에는 각각 서로 다른 의미가 담긴 박새의 울음소리가 QR코드로 수록되어 있다. 먹이를 보채는 새끼의 소리는 어떤지, 영역을 선언하는 울음소리는 어떻게 들리는지 실제로 재생해보니 정말 신기했다. 우리가 쉽게 공원이나 길가에서 듣는 새들의 지저귐이 단순한 울음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QR코드 옆에는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음성을 들을 때는 실내에서 음량의 주의하며 들어 달라는 주의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그만큼 청량하고 또렷한 실제 새의 울음이라 숲에 가서 실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새들을 혼란스럽게 할까봐 말았다. 하핫.
이 책은 여타의 과학책과는 다르게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직접 녹음한 새들의 울음소리를 비롯해서 생생한 일러스트와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실험 과정을 통해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숲에 걸어둔 박새의 인공 새집을 망가트린 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 과정, 동물 학자들이 습성뿐 아니라 '생김새'까지 자신의 연구 대상을 닮았다는 사실에 대한 가설, SNS로 제보받은 야생 박새의 새끼 구출 대작전 등 웬만한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많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숲속에서 박새들의 울음소리를 채집하고, 그 안에 숨겨진 규칙과 암호를 해독해 나가는 모습을 탐정이 단서를 쫓아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처럼 보여주고 있으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동물들은 서로 무슨 대화를 주고받을까? 동물들은 어떤 방법으로 서로 소통을 할까? 한번쯤 궁금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심코 지나쳤던 새들의 작은 수다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때부터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