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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 - 양자 컴퓨터와 초전도체 너머 양자역학의 미래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양자역학은 얼핏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이유로 놀랍다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세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아주 근본적인 역할을 하여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어진 대부분의 기술 발전이 양자역학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양자의 세계가 따분하다니요! 그 세계가 얼마나 큰 좌절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안겨주는지, 익숙하고 단단해 보이는 우리의 실재가 사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유령 같은 토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런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p.15~16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과학의 기쁨>으로 만났던 짐 알칼릴리의 신작이다.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서 아름다운 문장으로 물리학의 매력을 보여주었고, <과학의 기쁨>에서는 과학자의 생각법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우리가 모두 과학자처럼 생각할 때 얻을 수 있는 ‘과학하기’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이번 신작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에서는 양자의 의미와 철학부터 미래 기술의 가능성까지 양자역학의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는 양자역학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법칙이 우리가 만지고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를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텔레비전, 컴퓨터, 전자레인지, 레이저, 휴대폰 등 기술시대에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도구들을 발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유명한 물리학자도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어려운 걸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보이는 세상의 꽤 많은 부분들을 이루고 있으며 세상의 수많은 원리와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성공한 과학 이론이 왜 지금까지도 이해 못할 존재로 남게 된 걸까.
30년 넘게 양자역학을 탐구해온 물리학자이자 BBC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짐 알칼릴리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 양자역학에 대해 들려준다. 철학, 아원자물리학, 고차원 이론에서 레이저, 마이크로칩 등 오늘의 하이테크, 그리고 미래에 펼쳐질 놀라운 양자 마술의 세계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은 우리가 양자역학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들을 조금은 달라지게 만들어 준다. 물론 그럼에도 결코 수월한 책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그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찰스 배비지가 꿈꾸었고 나중에 앨런 튜링이 공식화한 기계식 장치와 동일한 근본 원리를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즉 기계의 한 가지 안정적인 상태가 하나의 수를 나타내죠. 심지어는 DNA를 바탕으로 나온 모형처럼 겉으로는 표준이 아닌 계산 모형인 듯 보이는 컴퓨터도 사실 알고 보면 이런 기본 원리를 공유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자연계를 기술하는 법칙들은 감지하기 힘든 양자물리학의 법칙이기 때문에 컴퓨팅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볼 것을 우리에게 촉구합니다. p.351
고양이가 상자 안에서 살아 있는 동시에 죽은 상태로 존재한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양자역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고 가장 인기 있는 개념이기도 한 '중첩'과 '간섭'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고실험이다. 짐 알칼릴리는 바로 그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에 인간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매우 파격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례에서는 상자 뚜껑을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에는 고양이가 죽었다, 살아 있다 말할 수 없고, 동시에 양쪽 상태로 있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상자 안에 고양이 대신 인간 참가자를 집어넣는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 안전을 위해 치명적인 독이 아니라 그냥 참가자가 의식을 잃게 만드는 독을 넣고, 잠시 후 상자를 열었을 때 그 참가자에게 "우리가 꺼내주기 전에는 당신이 의식이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로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라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이 사고실험의 모순은, 이 논증의 결함은 어디에 있을까. 죽었으면서 살아 있는 고양이를 왜 우리는 실제로 볼 수 없을까. 의식이 있는 상태와 무의식 상태가 동시에 공존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과학책들을 흥미롭게 읽어 왔다. 양자역학이 난해하고 직관에 반하는 학문이지만, 저자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들을 위해 설명해주고 있어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은 복잡한 방정식 대신 자유로운 설명과 한눈에 들어오는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양자의 세계를 풀어내고 있다. 양자역학의 의미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의 성공도 다루고 있다. 수많은 현상을 설명하는 데서 거둔 성공, 우리의 일상생활 속 과거, 현재, 미래의 수많은 적용 분야에서 지금까지 거뒀고 앞으로도 거둘 성공들이다. 물론 이 책만으로 양자역학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양자역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학문인지에 대해서는 다들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즈음 '어떻게 양자역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양자역학을 조금 쉽게 이해해보고 싶다면, 복잡한 방정식과 코드대신 친절한 설명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양자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