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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파이돈》에서 《팡세》까지, 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수업
최대환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대철학이 철학을 진정한 위로를 주는 원천으로 이해한 것은 근대 이후 잊혀진 철학의 소중한 전통이며, 오늘날 고대철학이 다시금 재발견되고 높이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에티우스가 전하는 철학적 위로는 죽음이라는 인간 존재를 뒤흔드는 주제를 대면하고 그 의미를 실존적이면서도 온전하게 살피는 데 있어 철학이 얼마나 유용한지 생생하게 깨닫게 합니다. p.97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삶'이라고 부른다면,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는 방향대로 우리는 나이를 먹게 되고,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게 된다. 산다는 것은 다시 말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고, 나이를 먹은 만큼 노화한 육체는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지만, 아무도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살아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죽음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사는 동안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좋은 삶을 위하여 죽음에 대해 묻고' 있다. 저자는 죽음을 사유하는 것은 좋은 삶이 무엇인지 깨닫는 길이라고 말한다. 가톨릭의대 생명대학원에서 수많은 의료인과 종교인의 극찬을 받은 명강의 〈죽음 이해〉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파이돈》, 《명상록》, 《신곡》, 《팡세》 같은 고전 철학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위대한 철학의 대가들은 인간 존재의 신비를 무엇보다 영혼에서 찾으려 했고, 인간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영혼에 대한 사유를 통해서만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고대철학의 죽음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는 플라톤의 <파이돈>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에 있어 변함없이 깊은 감동과 영감을 준다. 죽음과 사후 세계와 관련해서 플라톤은 <파이돈>만이 아니라, <고르기아스>와 <국가>에서도 깊은 철학적 통찰과 문학적 천재성을 보여준다. 고대철학 중에서도 유독 스토아철학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많은편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감정을 치유하고 올바른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을 수련하고 연습하는 데 가장 관심을 두고 체계적으로 접근한 학파이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은 죽음 앞에서, 나아가 죽은 후에까지도 각 개인의 개성과 고유함과 기품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더 확고하게 드러난다고 증언합니다. 이는 심지어 악덕의 경우도 그러해서, 지옥의 악인들 역시 그 개성과 고유한 운명을 잃지 않습니다.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드라마는 신의 정의와 섭리만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 의지로 선택한 인생의 길에 따른 보답과 응징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인간 행위는 그 행위자인 인간 안에 특징이자 개성으로 자리 잡으며, 죽음 후에도 인간은 이를 책임져야 합니다. p.251
이 책의 저자인 최대환 신부는 천주교 사제이자 인문학자이다. 교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고, 10년 동안 가톨릭방송 라디오를 진행하며 교양과 품격을 전해왔다. 그는 언젠가 독일의 대학에서 철학을 연구하던 시절, 정원에서 달리기를 하다 '지금 죽어도 허무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존재를 관통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한 고민과 사유가 지금의 이 책까지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질문이 저자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철학을 평생의 동반자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철학을 직접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저자 역시 죽음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고 공부한 결과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대 철학자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작품에 담긴 철학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했는지에 대해서 고전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알려 준다.
카프카는 말했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 살아가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죽음에 대한 질문이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 또한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아직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적이 많지 않기에, '죽음'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남아있는 삶을 위해 죽음에 대한 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서양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담고 있기에 수월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저자가 원전에서 직접 옮긴 고전의 문장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죽음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된다. 어떤 형태의 삶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기 때문에,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묻는 이 책이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어떤 오늘을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자, 이제 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수업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