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해방 - 알츠하이머병 세계적 권위자가 30년 연구로 밝힌 뇌 건강 프로젝트
묵인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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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노화가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이기는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다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60세부터 매년 0.5~1% 정도의 뇌 부피 감소가 일어난다. 특히 전두엽과 해마의 미세한 위축이 관찰되며, 기억력, 주의력, 실행기능 등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며, 일상적인 인지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치매는 단순한 노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특정 신경세포가 병리적인 변화를 거쳐 급격하게 소실되는 과정이다.              p.46~47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되었다. 나이든 부모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단연 '치매'일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고 당당한 노년의 삶을 즐기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랑하던 사람의 눈빛이 사라지고, 말투가 바뀌며, 존재 자체가 낯설어지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면 남겨진 가족들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30년 넘게 알츠하이머병을 파헤쳐온 세계적 의과학자이자 서울대 치매융합연구센터장 묵인희 교수가 처음으로 대중을 상대로 해서 펴낸 것이다. 인류가 치매와 벌이고 있는 전쟁의 최전선에서 수십년간 고군분투한 연구자의 가장 최신 연구 결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그저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며 치매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 인상깊게 읽었다. 이 책은 치매의 발병 원인부터 조기진단의 중요성, 약물 치료부터 디지털 치료제, 비약물 치료 등 치매 치료의 최전선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치매 예방 전략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인 내용들을 가득 담고 있다. 




치매와 단순 건망증의 가장 큰 차이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과 자신에 대한 인지 능력이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자신이 문제를 인지한다면 대부분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고 자신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치매와 단순 건망증을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과거의 일에 대해 언급하거나 힌트를 주었을 때 건망증인 경우에는 힌트를 통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치매의 경우에는 힌트를 주어도 기억해내지 못하고 "정말 그랬어?"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p.258


나이가 들면서 자꾸 깜빡깜빡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물론 건망증은 나이가 많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여타 다른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망증은 일상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건망증은 그게 치매로 연결될 까봐 걱정하게 만든다. 엄마가 일흔이 넘고 나니 카드키를 잃어 버린다거나, 외출할 때 물건을 두고 와서 다시 집에 돌아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소소한 건망증에 대해 걱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치매 검사라는 게 있어서 받았는데 치매는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도 걱정이 되신다고 말이다. 이 책의 서두에 치매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알려 주면서 건망증과 치매가 어떻게 다른 건지 명확하게 구분해서 설명이 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건망증은 뇌기능의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으며,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 사건 전체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고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는 잊어버리는 기억의 범위가 더 넓어지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장도 매우 도움이 되었다. 뇌의 각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인지기능 강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 TV 시청은 수동적인 활동이므로 좋지 않고, 독서, 글쓰기, 퍼즐, 악기 연주, 외국어 학습 등 다양한 활동들이 우리 뇌를 발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또한 인지기능 강화 훈련 프로그램도 개발되어 있고, 인지 중재 치료와 인지 재활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AI를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인지훈련 및 진단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운동과 식단이 큰 도움이 되고, 정신적인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사회적 교류는 뇌기능을 활성화하고 우울증을 예방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그 중요성을 알 것 같았다. 또한 치매 예방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인지예비능'이라는 개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치매가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예방을 통해 충분히 대비하고 맞설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만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노년을 미리 준비하고 싶은 이들에게, 노년의 부모들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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