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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역사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Future Publishing 지음, 강영준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5월
평점 :
현대에는 거의 모든 문화에 마녀라는 개념이 확인된다. 사소한 차이는 있으나 마녀는 대체로 어둡고 사악한 무언가, 무시무시한 무언가를 상징한다. 하얀 옷을 두른 무구한 처녀와는 대조적으로 마녀는 늙고 추하며, 솥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있고 무방비한 희생자에게 재앙과 다툼을 부를 계략을 꾸미고 있다. 마녀는 여성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며, 착란에 빠졌고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마녀는 감당할 수 없는 여성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마녀의 이미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마녀가 조합하는 약처럼 오랜 세월 동안 신화, 종교, 탄압이 섞여 달여진 것이다. p.12
'마녀사냥'이라는 말은 현대에서 빈번히 쓰인다. 인터넷, 언론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공격할 때, 혹은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지닌 인물에 대해 기득권이 행하는 위협 등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중세 시대에는 평범한 여성들이 마녀라고 누명이 씌여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곤 했다. 실제로 가혹한 마냐사냥의 시대 동안 7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처형당했다고 할 정도이니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녀사냥은 왜 일어나게 된 것일까.
이 책은 중세에서 근세까지 유럽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마녀사냥'과 '마녀재판'의 전모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다. 마녀사냥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는지, 여러 사건들의 사례를 강렬한 일러스트와 상세한 해설로 낱낱이 보여준다.
근데 유럽과 미국의 마녀사냥꾼들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고문하고 사형대로 보냈다. 무엇이 이러한 참사를 일으킨 것일까. 수 세기 동안 권력자들은 요술을 사회를 위협하는 어리석은 미신으로 여겼다. 그리고 요술을 믿는 것을 요술 자체보다 위험하다고 여겨 엄벌에 처했다. 마녀사냥은 요술을 박멸하고 판별하기 위한 목적의 하나이기도 했는데, 문제는 평범한 여성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마녀로 몰려 재판을 받았으며, 혐의가 풀리지 않는 경우 고문이라는 수단을 통해 억지로 결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단 마녀로 소환되면 진위가 무엇이든 죽음으로 가는 길 밖에 없었다.
르네상스기는 예술의 추구와 과학적 사고가 유럽에서 개화한 시대로 인식된다... 하지만 동시에 진보는 의혹의 색을 띠었고, 사람들은 열심히 연금술 같은 수상한 과학을 추구했다. 유럽사에서 문명이 개화하는 시대에 주로 신성 로마 제국에서 대규모 마녀사냥이 일어난 것은 기묘하게 느껴진다. 전쟁, 기아, 종교적 및 사회적 격동이 얽혀 의혹과 히스테리가 양성되기 알맞은 환경이 갖춰졌다. 이렇게 일어난 혼란기 동안 공동체가 겪는 재난에 대한 대처법으로 초자연이 이용되었으며, 희생양을 원하는 자들은 악마와 손을 잡고 신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마녀를 표적으로 삼았다. p.82
마녀와 마녀재판은 과거의 사회를 이해하는 귀중한 단서임과 동시에 현대의 문화 산업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나 스토리의 모델이 되었다. <더 위치>, <아메리칸 헌팅>,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등의 작품들은 모두 실제 마녀재판을 소재로 하거나 당시의 자료들을 면밀하게 조사해 분위기를 재현했다.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기묘하며 폭력적인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15명의 가장 악명 높은 마녀에서는 실제 마녀라 불린 여성들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 미국, 스웨덴 등 다양한 나라의 경우를 엿볼 수 있다.
성전기사단, 군힐드, 나바르의 잔, 엘리자베스 우드빌등 마녀의 전설을 만든 사람들과 흑마술과 음모론 등 마녀사냥이 벌어지던 시기의 정치, 사회적 배경, 마녀로 지목된 사람이 겪게 되는 재판 과정, 악명 높은 마녀사냥 장군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읽을 거리로 가득한 책이다. 책의 판형이 큰 데다 생생한 컬러로 만나게 되는 일러스트와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잘 정리된 역사적 사실들로 인해 '마녀의 역사'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안내를 받게 해준다.
악마의 위협에 노출된 유럽에서 안전이 보장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녀라고 바로 의심받는 타입에 대한 목록을 보고 있자니, 정말 아무 이유없이 마녀가 될 수도 있는 시대였구나 싶다. 과부, 노인, 혼자 살며 고양이를 기르거나, 매주 교회에 가지 않고, 기묘한 신체적 특징이 있거나 혼잣말이 많은 것도 마녀로 판정될 여지를 주는 요소였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게 선정된 마녀들을 분간하는 방법 또한 막무가내였다. 가장 유명한 것이 용의자를 물에 던지는 방법으로, 물에 뜨면 유죄이며, 가라앉으면 무죄로 보았다고 하니, 어떤 경우든 용의자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거였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7세기에 이르러 유럽의 마녀 박해와 수색이 천천히 기세를 잃어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성의 시대라 불리는 현대에도, 아직 요술의 혐의로 목숨을 잃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 물론 밝은 면도 있다. 비웃음을 사고 두려움을 받아온 마녀들이 21세기의 긍정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어둠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