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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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유키가 죽기 전에 그려졌다. 유키는 출산을 앞두고 자기가 죽는 그림을 몰래 그려둔 셈이다. '미래 예상도', ,,,,,, 그 말이 사사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유키는 자기가 죽으리라고 예상했던 건가......?"
"...... 뭐,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설명이 되겠지......"
"아니면.... 자기가 살해당할 줄 알고 있었다...... 거나."        p.64~65

 

나무와 집, 그리고 한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A코'라는 소녀가 그린 그림이다. A코는 열한 살 때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 한 심리학자는 그림을 통해 소녀의 정신분석을 했고, 대학교 강의실에서 해당 그림으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보이지만, 군데군데 아주 묘한 부분이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통해 소녀가 어머니에게 학대받았다는 것, 혼자 틀어박혀 있고 싶다는 소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의 한 부분을 통해 이 심리학자는 소녀가 갱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그 진단 결과에 따라 현재 성인이 된 소녀는 행복한 어머니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심리학자의 그림 분석은 정확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던 것일까.

 

 

오컬트 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는 사사키는 어느날 동아리 후배인 구리하라로부터 이상한 블로그에 대해 듣게 된다.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라는 제목의 블로그인데, 평범해 보이지만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많다는 거였다. 제일 최근에 올린 글이 약 1년 반 전에 올린 마지막 글로, 내용은 이랬다. 그림 세 장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다는 거였다.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던 블로그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방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이를 낳던 도중 아내가 사망했고, 몇 년이 흘러 아내가 남긴 그림들의 진실을 깨달은 남편은 충격을 받게 된다. 아내가 임신 중에 그렸던 다섯 장의 그림에 숨겨져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구리하라와 사사키는 이 그림들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와타는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역 앞 슈퍼에서 받은 영수증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미우라는 죽기 직전, 어째선지 여기서 보이는 산줄기의 그림을 그렸다. 그 행동을 따라 하면 미우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타는 연필을 꺼내고 서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 미우라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산줄기의 경치가 보일...... 터였다. 하지만 이와타의 눈앞에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 그림과...... 달라.'               p.214~215

 

주택 평면도에서 발견된 이상한 점들로 수수께끼를 만들어 미스터리를 풀어내었던 <이상한 집>에 이어 우케쓰의 이상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우케쓰'는 전신에 검은 타이즈를 입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를 연상시키는 흰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유튜버로 주로 호러‧오컬트에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다. 구독자 수 65만 명, 누적 조회 수 7,000만 뷰의 유명 유튜버지만 나이도 성별도 거주지도 밝혀지지 않은, 그야말로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주택 평면도에 숨겨져 있는 ‘위화감’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찾아내는 내용이었던 ‘부동산 미스터리 일본의 이상한 집'이라는 컨텐츠가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하며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그 영상을 보고 먼저 출판사에서 연락을 했고, <이상한 집>이라는 책으로 만들어져 일본에서 65만 부가 팔리며 인기 작가가 되었다.

 

 

우케쓰의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그림>은 일본에서 45만 부가 팔렸고, 일본 내에서 4천 개 이상의 리뷰가 달리며 인기를 끌었고, 현재 채널 구독자수는 9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첫 번째 작품이었던 <이상한 집>은 호기심을 자극했던 소재에 비해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크게 높지 않았다. 별다른 반전이 없었고, 결말 또한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그에 비해 <이상한 그림>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추리 과정을 도식화하여 정리하고, 그림을 보여주며 독자들도 함께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 재미를 더해준다. 다양한 이미지와 도표를 통해 마치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을 보는 것처럼 가독성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작품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의 이야기에는 미스터리의 중심인 그림이 하나씩 나온다. 각각의 그림에 포함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다 보면, 어느 샌가 네 편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서사가 완성되는데, 그것이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네 편의 이야기를 단편처럼 따로 읽어도 상관없는데, 각장의 수수께끼는 해당 장에서 완결이 되기 때문이다. 단편 미스터리로도 재미있지만, 그 네 편의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이루어지는 장편 미스터리 서사가 정말 오싹하고, 소름끼치면서 완성도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상한 집>보다 <이상한 그림>이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었기에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본모습을 감춘 채 오직 미스터리 콘텐츠로만 승부를 보는 수수께끼에 싸인 인물인 '우케쓰'가 소설가로서도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바로 이 두 번째 작품에서 제대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우케쓰의 세 번째 소설도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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