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 15 미생 (리커버 에디션) 15
윤태호 지음 / 더오리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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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있는 돌이 움직인다. 키워 죽이려는 의도다.
이 경우엔 키워 죽이는 게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이득이기 때문이다.
고수들의 바둑에서 바둑돌 하나 하나는 이처럼 죽어 가는 순간에도 최후의 1g까지 기름을 짜내듯 몸을 바친다.
비정하다는 점에서 바둑과 전쟁은 닮았다.            p.131

 

<미생>은 2012년 첫 연재 후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가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2014년에는 tvN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어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미생>은 2012년 1월 처음 연재를 시작해, 2016년 1월 시즌 2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시즌 2의 13권까지 출간이 된 다음 출판사가 바뀌고 14권이 나왔다. 그리고 시즌 1, 시즌 2 모두 기존의 표지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무려 4년의 기다림 끝에 신간 15권이 나왔다. 리커버 에디션부터는 표지가 실재의 공간에 가상의 인물을 그려 넣는 식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생생한 오피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표지이다. 등장 인물들이 실제 극 중에서 매일같이 드나들어야 하는 곳을 실사로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어 더욱 생생하게 현실처럼 다가오는 표지이다. 윤태호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읽다 보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만화인지, 실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실재의 공간에 그려 넣은 가상의 인물들이 어찌나 찰떡인지, 새삼스레 장그래와 오상식, 안영이, 김동식이 우리 중 누군가라는 생각이 든다.

 

 

기품, 습관을 변화시키는 건 수많은 시도를 거쳐야 가능하다. 기품, 습관이 바뀌지 않는 건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중요하여 익숙하고 안전한 태도를 다시 꺼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손실을 각오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매 순간이 '지금 이 순간'이고 그토록 중요했다면 지금 당신의 모습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p.181

 

시즌 1의 이야기가 대기업의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위태로운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기업 계약직 사원인 장그래는 중소 기업의 사원이 되었고, 오상식 과장은 오상식 부장으로, 김동식 대리는 과장이 되었다. 14권에서 전체의 프리퀄 스토리인 오상식의 과거 젊은 시절을 담으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눈’ 사연을 들려 주었다면, 이번 15권에서는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영업 3팀’으로 발령받은 장백기, 온길과 갈등을 빚는 김동수, CIC를 고민하는 천 과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나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아온 장백기의 사연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은 세상의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여전히 '미생'인 당신이 '완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가 완전히 살아 있는 자가 되기를 응원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회사의 당연하지 않은 요구를 당연한 듯 해내는 자신을 보면서, 먼지 같은 일을 하다 먼지가 되어 버렸다는 기분이 든 적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앞을 살필 기력도 없이 주어진 일을 허덕거리며 하다가 멈춰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든 적도 있을 것이다. <미생>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만 아직 원작을 만나보지 못했다면, 혹은 이 작품이 궁금했는데 분량이 많아서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시즌 2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시즌 2는 아직 몇 권 안되고, 시즌 1의 이야기를 읽지 않았더라도 상관없이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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