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측, 부의 미래 -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신희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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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각광받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의 첨단 과학과 신기술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세계를 극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지금 상태에 머무르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뿐입니다.    p.34

 

이 책은 NHK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엮은 것으로, 지구촌 차원의 위기에 직면한 현 인류가 미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에 세계 석학 5인의 전망과 통찰을 담고 있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플랫폼 제국의 미래>의 스콧 갤러웨이, 암호화폐 개발자, 찰스 호스킨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천재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까지 이 시대 최고의 지성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5인의 인터뷰를 한 권에 모은 것이다. 작년 봄에 나왔던 <초예측>에서 진화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 석학들과 다가올 미래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 책에서는 세계의 부와 권력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향방을 전망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현대의 종교가 된 자본주의가 과학기술과 만났을 때 펼쳐질 미래를 내다본다. 그는 기술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준다고 말하면서, 오늘날의 한반도를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는 하나의 민족이 동시대의 과학기술을 사용해서, 남쪽엔 자유 민주주의 정부가 이끄는 IT 강국이, 북쪽엔 핵을 보유한 가난한 독재 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같은 기술이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가능하게 만드는 미래 사회의 시나리오 역시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스콧 갤러웨이는 현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IT 기업들의 폐해를 독자적인 시점으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그 첫 글자를 따 가파 GAFA로 일컬어진다. 그는 거대한 플랫폼 기업들인 GAFA가 인간의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에 호소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구글은 신, 애플은 섹스, 페이스북은 사랑, 아마존은 소비를 향한 욕구에 호소한 것이다. 그가 말하는 관점도 흥미로웠고,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GAFA에 맞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앎의 가치’는 결코 공격 대상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을 잃고 말아요. 민주주의가 기능하려면 진실이 중요하며, 지식 없이는 진실을 검증하고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면 사회는 안정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입니다. 우리는 '국가'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사회는 탈진실로 인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펼쳐지는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고 말았습니다.    p.159

 

찰스 호스킨슨은 암호화폐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시장을 열어젖힐 것이라고 하며 과학기술에 내재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장 티롤은 과학 기술이 가져올 시장 실패에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탈진실의 시대에 가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찰스 호스킨슨은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알기 쉽도록 이야기했고, 장 티롤은 시장 경제가 사람들의 도덕과 윤리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자연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와 경제의 협력이 민주주의까지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역사, 경영, 경제, 철학 등 각 분야의 세계 석학들이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력있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에 기반한 거대한 네트워크와 곧 인간을 능가할 것 같은 인공 지능, 그리고 유전체 분석까지 해내는 바이오 기술이 사회를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버블을 몰고온 것도 모자라 끔찍한 디지털 범죄의 온상이 되었고, 전염병, 테러, 선거 등 민감한 사회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가짜 뉴스는 확산되고 있으며,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기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지적 기반을 제공한다. 누구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자, 그럼 지금의 자본주의를 둘러싼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가 어디로 향하게 될 지에 대한 그들의 전망을 지금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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