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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자기결정권 연습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마음속의 ‘이분법’이다. 행복은 100퍼센트로 오지 않는다. 언제나 약간의 불행과 함께 온다. 천국으로 불리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도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바가지를 씌우려는 관광지의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할 수도 있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풍경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행복하다고 느낀다. 0:100으로 판단하면 세상에 행복은 없다. 사소한 행복과 기쁨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폄하해버리면 삶에서 행복은 배제된다.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으면 어떤 순간에도, 어디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게 된다. p.43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했다. 그냥 재미로 하는 가벼운 거였는데, 집안에 있을 때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 중에 어느 것부터 해결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매기는 거였다. 다섯 가지 항목이 있었고, 내가 고른 테스트 내용에 따른 결과는 애정, 돈, 일, 친구, 자기자신 순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몇 명도 함께 했는데, 결과 내용은 모두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모두 자기자신이 마지막이었다. 그저 가볍게, 재미로 하는 놀이 같은 테스트였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모든 것들의 우선순위에서 자기자신, 내 마음을 가장 등한시하는 걸까, 라고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은 뒤로하고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 남들이 내게 하길 바라는 일을 삶의 1순위로 올려놓는다. 그렇게 살다 보니 무의미함과 허무함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인 것이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나보다 더 높이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아무리 많이 가져도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빛을 내며 서 있다. 이곳이 아니면 안 돼, 남들도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는 없어. 라는 식의 생각은 어느 순간 초조함과 무기력, 절망에 가 닿게 만든다. 이 책은 국내 최초 대중정신건강전문지 〈정신의학신문〉 창간인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정엽 원장이 내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인문 심리서이다. 저자는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과 생각부터 제대로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셀프 심리 코칭 과정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사람들은 객관적인 세상을 똑같이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만의 주관적인 세상에 산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세상,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세상을 심리학 용어로 ‘심리적 실재’라고 한다. 세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상황을 나중에 개개인에게 물어보면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자 자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멈추고 객관적인 사실 자체만을 보려 노력해야 한다. p.131
어떤 상황을 마주하면 사람은 생각, 감정, 행동의 순서로 반응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감정을 참 소홀히 여긴다. 이성적이라는 말은 칭찬인 반면, 감정적이라는 말은 비난에 가까우니 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밝고 긍정적인 감정은 취하고, 불쾌한 감정은 분리 수거해서 버리려고만 한다. 하지만 이것은 교양도 어른스러움도 아닌, 내 마음에 대한 억압이자 폭력이다. 감정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감정의 그릇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자신의 언어로 감정 태그를 붙이기 위해 하루에 한 번 네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는 거다.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보고, 그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느낀 감정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해보는 거다. 이렇게 언어화를 하게 되면 억압된 문제를 자신과 대상의 언어로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저자가 만든 감정 테이블도 흥미로웠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 있는지 막연한 사람들은 이 감정 테이블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종종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따르기보다 ‘그래야 한다’라는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춰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고 모른 척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농담에 화가 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일이 잘 안 풀릴까 걱정돼도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불안감을 숨기며,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에게 요구되는 일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은 '나를 괴롭히는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하게 만드는 자기결정권 연습'을 통해서 직장 생활부터 인간관계까지 자신을 억압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결정하는 삶에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잊지 말자. 나는,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