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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
마이클 윌슨 지음, 임산.조주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8월
평점 :
뉴욕에서 활동중인 비평가 마이클 윌슨의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 How to Read Contemporary Art Experiencing the art of the 21st century >
이 책은 대략 20여년간의 미술작품을 다루고 있는데요. 유명한 미술가보다는 새로운 논쟁을 충분히 일으키고, 다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미술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칭 그 '빛의 화가’”라고 소개되고 있는 토마스 킨케이드인데요. 미국에서는 일반인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가라고 합니다. 저 역시 토마스 킨케이드의 작품을 좋아하고, 소장하고 있어서인지,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미술과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오기는 하더군요.
특히나 제일 첫번째로 소개하는 작품 에바&프랑코 메티스의 온라인 퍼포먼스 <재미없음>이 그러합니다. 물론 시사하는 면은 많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불쾌했던 드라마로 기억되는 영국의 <블랙미러>의 ‘애국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이들의 작품에서 이러한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더군요. 특히 온라인 퍼포먼스 <재미없음>의 경우에는 작가가 목을 매달아 죽은 것처럼 꾸며진 영상을 통해 이를 보게 되는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인데요. 드라마도 그러하지만, 이들의 퍼포먼스 역시 상당히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인상적인 작품들도 많았어요. 아이 웨이웨이의 <코카콜라 로고가 그려진 신석기 시대 항아리>, 폴 챈의 <나의 새들... 쓰레기... 미래>, 클라라 리덴의 <무제(‘포스터 페인팅’시리즈의 일부)>, 수보드 굽타의 <통제선>같은 작품들이었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현대문명의 어두운 그림자 혹은 위선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또한 어떻게 보면 매우 심플하고 직관적인 작품에 일단 눈길이 가는 거 같네요. 책에서 작품에 대한 충실한 설명을 더해주지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다가 그 설명을 읽고 나서야 비로서 이해가 되는 작품은 흥미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어쩌면 책을 통해 설치미술을 감상하는 경우는 그 규모를 비롯하여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매우 제한될 수 밖에 없기에 더욱 그러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매튜 바니의 <드로잉 제한 9: 시메나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연인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지만, 두 사람의 손에는 서슬 퍼런 칼이 들려 있었지요. 시메나와 하면, 일본에서 설날에 액운과 잡귀의 출입을 막아준다는 금줄이 떠오르는데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연인이 동반자살을 하는 신주心中와 오페라 <나비부인>이 떠오르더군요. 어쩌면 나비부인이 진정으로 꿈꾸었던 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처럼 때로는 멋지게 때로는 불편하게 하지만 그 어떤 방향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무난하게 감상할 수 없어서 더욱 흥미로운 현대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