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평점 :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에 뜨끔했던 것도 사실이네요. 물론 시뿐만 아니라 책 자체를 읽지 않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책은 읽어나가지만 시와는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인 거 같아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만 해도, 단언할 수 있었는데요. 몇 일전
조문을 위해 찾았던 곳에서, 거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던 해안가 절벽에서 김소월의 ‘초혼招魂’을 떠올렸던 기억 때문에 그 거리감이 제가 의식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알고 있는 시의 대부분이 문학과 영문학
시간에 배운 것들이라는 것이죠. 아무래도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말 그대로 시를 공부했기 때문에, 제가 시에 대해서 갖고 있는 시선은 매우 규격화 되어 있고, 직선적이라서
문제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바다를 바라보며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를 떠올릴 때는 문학시간에 암기했던 은유와는 달랐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은유의 힘>에서
‘시인의 상상력은 그 세계와 부딪칠 때 동심원을 그리며 펼쳐진다’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제 머릿속에서는 지극히 단답형이었던 시가 아주 작을지 몰라도 원형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인이자 독서광 그리고 문장노동자라고 하는 장석주의 <은유의 힘>에는 ‘40년간
시와 함께 살아온 시인 장석주가 젊은 시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은유에 관한 24편의 편지’라는 설명이 더해져 있어요. 저는 이 책이 지금이라도 시 감상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은유에 관한 24편이 편지로 느껴지더군요. 특히나
은유는 ‘명석한 은유’와 ‘덜
명석한 은유’만이 있다는 글귀 덕분에, 힘이 나기도 했는데요. 예전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이나 윌리엄 워즈워스의 ‘루시’를 배우면서, 제 머릿속에서는 아주 기괴한 이야기가 한 편 펼쳐지고
있었거든요. 그 것이 나쁜 혹은 해로운 은유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시를 감상하는 제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정말 좋은 시인들의
시를 만날 수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김춘수의 ‘꽃’에 대한 해석을 읽다 보니, 문득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책을
읽으며 시가 갖고 있는 포용력을 살펴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 할 때를 빼고는 시를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도리어 그 때 배웠던 시들을 조금 더 넓게,
그리고 내 것으로 해석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와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거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