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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평점 :
‘감동적이다’라는 표현을
조금 더 감각적으로 만드는 것이 ‘뭉클하다’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60년 넘게 시인의 길을 걸어온 그리고
또 앞으로도 걸어갈 신경림님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수필들을 엮은 <뭉클>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지요. 물론 ‘뭉클’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니 제가 생각하던 뜻은 아니라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가슴이 뭉클하다’라는 표현 참 많이 사용하고, 그 말이 주는 느낌도 참 좋잖아요. 시선집은 많지만, 산문선집은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워서 나온 책이라고
하는데, 정말 수록되어 있는 글 하나하나가 다채롭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네요.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씨가 ‘앵커브리핑’을 진행하는 걸 보면요. 마치 한 편의 짧은 수필을 듣는 기부마저
들 때가 많아요. 그런데 이 책에도 손석희가 쓴 수필이 하나 실려 있더군요. 바로 ‘햇빛에 대한 기억’입니다. 처음에 ‘햇빛의 가져다 준 밝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왠지 손석희 앵커 하면 떠오르는 정의로운
그리고 공정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햇빛과도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가 생각하는 햇빛이 가득한 세상은 제 예상과는 조금 달랐어요. 밝고 따듯한 그리고 관대함이 가능한
세상이라, 햇빛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것, 세상만물에 공평하게
닿는 그 것을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정말 저도 햇빛과도 같은 삶을 꿈꿔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제목이 독특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바로
박목월 시인의 ‘평생을 나는 서서 살았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기, 머리카락에 백발이 섞이기 시작하는 바로 그 때를 시인은
‘유감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렇죠. ‘늙는구나, 늙었구나’ 그 마음이 저도 조금씩 피부에 와닿기 시작하는 나이라 더욱 안티에이징에 집착하고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시인은 이제는 앉아야 할 시기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침착하게
여유를 갖고 살아가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저의 자세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저는
연어라도 된 양, 흐르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생각만 하니까요. 그리고
박목월 시인의 글을 읽으며 나도 서구적인 사고방식에 많이 기울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요. ‘사월 상순’이라는 시를 읽으며 그 절묘한
표현에 감탄을 아니 뭉클해하고 있는데, 자신의 ‘졸작’이라고 표현을 하시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이게 졸작이라뇨!’라며 겸손이 지나치다고 울컥했거든요. 그 시대에는 다 그렇게 아니 요즘도 거하게 차려놓고 차린 게 없다고 말하곤 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순간 든 제 생각에 혼자 웃곤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