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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너무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바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이다. “이 책 너무 재미있어, 읽어봐!!”하고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랄까? 책 띠를 그대로 두는 편이라,
미처 몰랐던 표지의 묘미까지 좋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하여, 드라마 '연애시대'등을 집필한 박연선이다.
그래서일까? 캐릭터가 정말 살아 숨쉬는 느낌이 든다. 마치
머릿속에서 아기자기한 미스터리 드라마가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저녁 7시도 안되어 버스가 끊겨버리는 충청남도 운산군 산내며 두왕리
아홉모랑이 마을에 삼수생 백수 강무순은 아침잠이 많은 죄라면 죄로 또다시 남겨지고야 말았다. 막장드라마를
보다 할아버지가 고혈압으로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할머니를 부탁하는 아버지의 성의 없는 메모와 50만원은 그녀의 유배생활의 시작을 알린다.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갔다 ‘미친년’이라는 소문이 났다는 말을 할머니에게 직접
들었을 때의 강무순의 표정은 어땠을까? 그 상황을 “문화적
차이가 거의 파리지앵과 아프리카 마사이족만큼”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문화차이만큼 큰 지루함에 몸서리치던 무순은 15년전
이 곳에 남겨졌을 때 그려놓은 그림지도를 찾게 된다. ‘다임개술’이라는
암호와 함께 막대한 보물이 있다는 표시가 담겨 있는 지도를 따라 간 무순은 15년 전 이 마을을 뒤흔들었던 4명의 소녀가 실종된 사건과 마주치게 된다.
쑥스러움이 많은 듯, 혹은 마냥 까칠한 듯한 ‘꽃돌이’ 중딩 유창희도 매력적이었지만, 이 소설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할머니 홍간난 여사이다. 진짜
할머니처럼 정겹기도 하고, 걸쭉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말이다. 처음에는 ‘다임개술’이
뭘까 나 역시 고민했었는데, ‘튜브’를 ‘쥬브’로 ‘서자’를 ‘스자’로 발음하는
홍간난 여사의 발음으로 금새 깨닫게 되기도 했을 정도이다. 15년전의 일을 바로 어제처럼 기억하고, 사소한 거짓말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는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도 정말 탁월한 할머니이기도 하다. 역시 팔십 세의 내공은 어디 가지 않는다. 마냥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펼쳐지다가도, 회색 빛 종이에 소녀들의 목소리가 짤막하게 나오면서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잔혹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 역시
세 명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탄생’이라는 소개를 보고 코지 미스터리가 뭐야? 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코지 미스터리를 더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