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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스페인 Hola! Spain - 한 발짝, 그만큼 더 다가서는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법
예다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6월
평점 :
친구와 몇 달에 거쳐서 유럽을 여행할 때 스페인은 그 여정의 끝이었다. 대학을
입학하고 처음으로 하는 친구와의 여행이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다. 배낭여행 같은 형태가 아니었음에도, 몸과 마음이 지쳐서 스페인을 찾았었다. 빼곡하게 표시된 관광지도와
자료도 저 멀리 던져버리고 그냥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스페인 하면 유명한 관광지나
유적지의 풍경이 아니라 작정하고 쉬던 우리보다 더 여유로워 보이던 스페인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얼마 전 스페인을 찾았던 꽃할배를 보면서 친구와 우리 스페인 가서 뭘 보고 온거냐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삶에서 잠시 쉼표를 찍기 위해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떠난 예다은의 <올라! 스페인>을
읽으며 문득 나름대로 괜찮은 여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스페인에서 친구 마리오와의
대화에 등장한 마리오의 아버지 이야기 때문이다. 30년간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한 마리오의 아버지는
오후에 퇴근을 하면 언제나 달콤한 낮잠 ‘시에스타’를 즐기며
살아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 마리오는 삶의 여유가 갖고 있는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의 부모님도 그랬지만, 한국사람들은 참
바쁘게 살아간다. 그리고 20대 때 나와 친구의 여행도 참
바쁘기만 했었다. 그런데 본 것 없이 들렸다 오기만 한 거 같은 스페인의 느낌이 가장 길게 남는 걸
보면, 여행의 목적은 유명한 관광지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도 잠시나마 자신의 바쁜 삶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며 긴 여행을 떠났다.
아름답고 유명한 풍경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다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물론 나의 취향과 딱 맞는 미술관 여행이 많은 것도 좋았다. 살바도르 달리의 고향 피게레스도 가보고 싶다. 그래도 스페인 사람들이나
알 법한 여름철 휴양도시 간디아를 겨울에 찾아가 놀멍쉬멍 보낸 일주일,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자연 속에
그대로 있는 밸렌시아의 오렌지 나무, 해마다 정원과 창가를 꾸미고 축제를 하는 코르도바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정말 작은 마을이라고 하지만 코르도바는 꼭 파티오 경연대회가 열리는 5월에 가보고 싶다. 집집마다 마당의 문을 활짝 열어두어 누구나 구경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축제가 아닌 때의 사진을 봐도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처음 스페인 여행에서는 여유로운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두번째
여행에서는 그들 사이로 걸어들어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