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 김춘수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김춘수 지음, 조강석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 김춘수하면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가 생각납니다. ‘김춘수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을 보는 순간 탐이 났습니다. 이 책을 통해 김춘수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시인의 진면목을 알고 싶었습니다. 시그림집 타이틀도 마음에 듭니다.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어떤 의미로 시그림집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요?

김춘수의 시, <>,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등을 감상하다가, 책 뒷 편에 있는 문학 평론가 조강석의 작품 해설을 읽었습니다. 김춘수의 시작(詩作)의 흐름을 명쾌하게 알려주는 해설입니다. 시인은 초창기 존재론적 탐구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은 사물과 언어로서의 꽃을 넘어 존재의 본질에 가닿는 이데아로서의 꽃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시어(詩語)를 통해 사물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 보려는 시도입니다. 다시 <>을 읽어봅니다. 마지막 연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을 곱씹어 봅니다. ‘나와 너라는 존재의 본질을 찾고 의미를 찾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은 초창기의 존재론적 탐구에서 극적인 전환을 모색했다고 합니다. 시에서 관념을 완전히 덜어내고 이미지 위주의 서술적 시 세계,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를 통해 언어적 그림을 추구한 것입니다. 그는 더 나아가 무의미시를 시도합니다. 시에서 모든 의미를 배제하고 방심상태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시를 통해 정신적 위안을 얻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어를 사용하는 한 의미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이제야 이 책의 제목이 이해됩니다 시는 이기도 하고 눈물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시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춘수의 시에는 존재와 본질, 의미와 무의미, 역사와 이데올로기, 등에 관련된 문제들이 끊임없이 얽혀있습니다. 김춘수의 시 세계는 너무나 넓고 깊습니다. 나의 서재 책꽂이에는 아주 오래 전에 발간된 <김춘수 전집2시론>(문장, 1986)이 꽂혀 있습니다. 이 책을 펼치자, 빛바랜 책에서 광채가 나는 듯합니다. , <김춘수 사색사화집>(현대문학, 2002)<시의 이해와 작법>(자유지성사, 2003)도 있군요. 이번에 김춘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도 소중한 애장품이 될 것입니다. 여러 화가들의 그림이 곁들여 있는 시그림집! 자주 들여다보고 낭독하면서 김춘수의 시세계에 깊이 빠지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윤순식 옮김 / 미래지식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 년 전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해설한 책을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니체 철학의 정수라고 하는 이 책을 직접 읽지 않고 해설서만 읽으니,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이번에는 독문학자인 윤순식 교수가 번역하고 풍부하게 해설한 이 책에 직접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니체의 글은 매우 난해하다고 알고 있어서 살짝 겁을 먹고, 이 책 뒤에 나오는 역자 해설을 먼저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윤 교수는 니체가 신이 죽었다고 한 것은 형이상학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삶을 직시하고 사랑하라는 도전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이 설명으로 자신감(?)을 얻고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외친 저 유명한 말, “신은 죽었다는 니체가 신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신은 이미 죽어 있다라는 사실을 천명(闡明)했을 뿐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성적(理性的)으로는 기독교의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기독교적 형이상학적 관념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생각했습니다. 니체는 이에 대해 비판하며 이제는 인간 스스로 초인’(超人)이 되어야 한다고 도전합니다. 그는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p. 16)이라고 주장합니다. 자꾸 신이나 악마, 천국과 지옥과 같은 형이상학적 관념(觀念)과 이상(理想)을 이야기하지 말고 현재의 삶을 직시하자는 것입니다. 인간도 동물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런 존재를 뛰어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검은 구름을 뚫고 나오는 번개와 같은 초인이 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책 곳곳에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이렇습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사자가 아이가 된다는 이 변화를 말하려고 한다”(p. 38). 낙타는 참을성이 강한 동물입니다. 인간의 정신 단계는 낙타와 같은 순종으로 시작된다는 것이죠. 인간의 정신은 나는 해야 한다고 말하며 참을성 있게 짐을 싣고 황량한 사막길을 달려갑니다. 그러다 사자가 되어 나는 하려 한다고 말하며 사막의 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사자가 된 인간 정신은 여전히 황량한 사막길에 있습니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아이는 순진함이고 망각입니다. 더 이상 나는 해야 한다라든가 나는 하려 한다고 말하지 않기에 절망하지 않습니다. 대신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고 유희인 것입니다.

니체는 시장의 파리떼에 대해서’(pp. 80~85)에서는 윙윙대는 군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때 묻지 않은 인식에 대하여’(pp. 196~200)에서는 고양이를 통해 지식인의 교만을 지적합니다 커다란 사건들에 대하여’(pp. 209~215)에서는 불개를 등장시켜 국가(혹은 왕)과 교회를 비판합니다. ‘중력의 정신에 대하여’(pp. 307~314)에서는 타조를 통해 인간의 동물성을 말합니다. 니체는 지금까지 인간의 모든 사상과 삶의 방식을 가차없이 비판하면서 초인을 꿈꾸었습니다. 그는 인간 스스로 초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 것 같습니다. , 그는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기에 무신론적 사회인 현대에서 니체의 사상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은 스스로 초인이 되어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이런 담대한 주장을 펼친 니체 자신은 정신병을 심하게 앓다가 외로이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어쨌든 인간다움, 구원, 삶의 태도,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독서였습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정독할 가치가 있는 문제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정희 외 4인의 한시 24수 - 한자 따라 쓰기 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김정희 외 지음, 큰그림 편집부 기획 / 도서출판 큰그림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문 서예를 배우면서 한시를 써보고 싶었는데, 이 책을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이 책은 추사 김정희,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매월당 김시습, 만해 한용운, 이렇게 조선 시대의 문인 다섯 분의 한시를 수록해 놓고 있습니다. 이들의 한시를 한 페이지에 큰 글자로 소개하고, 이어서 모든 한자를 세 번씩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붓펜으로 써볼 수 있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한자 따라 쓰기로는 제격인 책입니다. 하지만 단지 한자 연습만 하는 책은 아닙니다. 머리말에 한시(漢詩)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시 속에는 시인의 삶과 시대적 상황을 내포하고 있어, 시인의 삶도 짐작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시론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대부분 시 후반부에 주제가 담겨 있다는 설명도 염두에 두고 한시를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어보면, 한시의 운치를 느끼게 됩니다. 각 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한시를 나름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시라고 하면 왠지 깊고 고상한 사상이 담겨 있어 어려울 것이라 지레짐작합니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시를 읽으면서 한시가 훨씬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온갖 꽃을 다 꺾어 보아도(折取百花看)/ 우리 집 꽃만 못하구나(不如吾家花) / 그거야 꽃의 품종이 달라서가 아니라(也非花品別) / 단지 이것이 우리 집에 있어서라네(祇是在吾家)” 일상에 우리가 느꼈던 것을 이렇게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참 마음에 듭니다. “잠깐 맑았다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니(乍晴乍雨雨還晴) / 하늘의 도리도 오히려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 오죽하랴(天道猶然況世情)”라는 시구를 대하며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의 파란만장한 삶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그에 관한 정보들을 찾았습니다.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의 저자인 김시습은 결혼생활도 원만하지 못했고 계유정난(癸酉靖難) 소식을 듣고 승려가 되어 전국을 유랑하며 절개를 지켰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조선 시대의 문인 여섯 분의 삶까지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붓글씨로 이들의 한시를 써볼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과 바다 - 노인이 소년에게 남기고 싶은 것
고민곤 지음 / 좋은땅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인과 바다>,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자주 인용하신 기억이 납니다. 이 책, 원문과 함께 작품 해석까지 해 놓았다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쳤습니다. 발췌한 영문을 읽는 것만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이 해설책의 저자는 이 소설의 전개가 육지에서 바다로 그리고 바다에서 육지로 다시 순환한다고 친절히 설명합니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 소설의 가장 다이내믹한 순간임은 분명합니다.


각 파트의 해설(commentary)은 매우 통찰력이 넘칩니다. General Review는 이 소설이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짚어줍니다. 비록 상어에게 모두 뜯기고 뼈대만 남은 물고기만 가지고 육지에 도착했지만, 노인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정신적인 성취를 이룬 것입니다. 또한 삶의 고통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피조물은 모두 고통을 겪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동류의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노인은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기에 자연을 존중합니다. 젊은 어부들은 바다를 남성(El Mar)으로 보고 투쟁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노인은 바다를 착취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에 아름다운 여성(La Mar)으로 부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인이 사자의 꿈을 꾸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노인은 분명 사자 같은 위대함과 고상함, , 패배하지 않는 신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노인이 자신에게 계속 상기한 말은 매우 인상깊게 나의 마음에 남습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이 책 뒷부분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노인(Santiago), 소년(Manolin), 청새치(Marlin), 젊은 어부,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쿠바의 역사, 문화, 종교, 음악과 술까지 자세히 소개해서,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맨 마지막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전쟁 경험과 소설 형성 과정을 말하고, 헤밍웨이의 연보까지 실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 분이라면 이 소설을 해설한 고민곤의 <노인과 바다>를 읽은 뒤, 다시 읽어보세요. 분명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영어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 해설서를 먼저 읽는다면, <The Old Man and The See> 원서를 자신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리는 마음에게 - 영성이 마음에게 건네는 안부
김용은 지음 / 싱긋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 고단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흔들릴 때도 영혼은 고요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 김용은 수녀님의 글을 대하면서 도종환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영성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1부와 4부는 모두 마음에게혹은 다시, 마음에게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글 감정을 마음이라 말하지 않기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고요히 바라보며 그 감정에 말을 걸어보라고 충고합니다. 사실 감정은 우리 마음에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손님이라는 말에 깊이 동감했습니다. 우리 마음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걱정, 갑자기 몰아닥치는 두려움이라는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이 책,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말씀을 기본으로 영성에 관해 깊은 묵상을 전합니다. 각 꼭지 끝에는 살레시오 성인의 말과 일상을 돌보는 마음영성그리고 오늘의 기도가 실려 있습니다. ‘오늘의 기도가 참 마음에 듭니다.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너가는 사람은 물 위의 파도를 보기보다는 하늘을 쳐다 보듯, 오늘의 걱정거리보다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게 하소서”(p. 34). “슬플 때 기도처럼 좋은 명약은 없다 하지만, 기도할 의욕도 없어지고 서글픈 생각만 드는데 어쪄죠? 그럴 때마다 그저 애써 외쳐봅니다. 자비와 사랑이신 주님, 저의 기쁘이시고 희망이시며 사랑이신 하느님!”(p. 171).

마음 다스리는 구체적인 비법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으면 실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가지고 마음 다스리기를 스스로 시도하려고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음 다스리기는 수학 공식처럼 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주님 앞에서 하루하루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주님께 은총을 구해야 합니다. 고통과 이별과 죽음이 두렵고, 재앙같은 슬픔이 몰려올 때, 이 책은 친절하고 따뜻한 조언을 건넬 것입니다. 너무 조급하지 마세요. 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고요한 방에 앉아 있을 때 치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브레이즈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한다고 말했다죠. ‘마음 영성영혼의 음식과 같아서 마음을 돌보고 삶을 단단하게 세워 주는 근력과 같은 것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에게>는 정보와 지식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을 고요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희망이 가득 하도록 만드는 책입니다. 천천히 읽어보세요. 실망하지 않으실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