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윤순식 옮김 / 미래지식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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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해설한 책을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니체 철학의 정수라고 하는 이 책을 직접 읽지 않고 해설서만 읽으니,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이번에는 독문학자인 윤순식 교수가 번역하고 풍부하게 해설한 이 책에 직접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니체의 글은 매우 난해하다고 알고 있어서 살짝 겁을 먹고, 이 책 뒤에 나오는 역자 해설을 먼저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윤 교수는 니체가 신이 죽었다고 한 것은 형이상학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삶을 직시하고 사랑하라는 도전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이 설명으로 자신감(?)을 얻고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외친 저 유명한 말, “신은 죽었다는 니체가 신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신은 이미 죽어 있다라는 사실을 천명(闡明)했을 뿐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성적(理性的)으로는 기독교의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기독교적 형이상학적 관념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생각했습니다. 니체는 이에 대해 비판하며 이제는 인간 스스로 초인’(超人)이 되어야 한다고 도전합니다. 그는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p. 16)이라고 주장합니다. 자꾸 신이나 악마, 천국과 지옥과 같은 형이상학적 관념(觀念)과 이상(理想)을 이야기하지 말고 현재의 삶을 직시하자는 것입니다. 인간도 동물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런 존재를 뛰어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검은 구름을 뚫고 나오는 번개와 같은 초인이 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책 곳곳에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이렇습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사자가 아이가 된다는 이 변화를 말하려고 한다”(p. 38). 낙타는 참을성이 강한 동물입니다. 인간의 정신 단계는 낙타와 같은 순종으로 시작된다는 것이죠. 인간의 정신은 나는 해야 한다고 말하며 참을성 있게 짐을 싣고 황량한 사막길을 달려갑니다. 그러다 사자가 되어 나는 하려 한다고 말하며 사막의 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사자가 된 인간 정신은 여전히 황량한 사막길에 있습니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아이는 순진함이고 망각입니다. 더 이상 나는 해야 한다라든가 나는 하려 한다고 말하지 않기에 절망하지 않습니다. 대신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고 유희인 것입니다.

니체는 시장의 파리떼에 대해서’(pp. 80~85)에서는 윙윙대는 군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때 묻지 않은 인식에 대하여’(pp. 196~200)에서는 고양이를 통해 지식인의 교만을 지적합니다 커다란 사건들에 대하여’(pp. 209~215)에서는 불개를 등장시켜 국가(혹은 왕)과 교회를 비판합니다. ‘중력의 정신에 대하여’(pp. 307~314)에서는 타조를 통해 인간의 동물성을 말합니다. 니체는 지금까지 인간의 모든 사상과 삶의 방식을 가차없이 비판하면서 초인을 꿈꾸었습니다. 그는 인간 스스로 초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 것 같습니다. , 그는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기에 무신론적 사회인 현대에서 니체의 사상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은 스스로 초인이 되어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이런 담대한 주장을 펼친 니체 자신은 정신병을 심하게 앓다가 외로이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어쨌든 인간다움, 구원, 삶의 태도,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독서였습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정독할 가치가 있는 문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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