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죽음 이후 - 그리스도인의 위대한 희망,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테렌스 니콜스 지음, 김연수 옮김 / 샘솟는기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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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문제는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에게 근본적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깊은 사유를 요구합니다. 오늘날은 왜 몸의 부활죽음 이후의 삶을 부정하는 것일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의 저자는 몸의 부활과 천국과 지옥의 실재를 설득력 있게 주장합니다. 또한 죽음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죽음 이후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죽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죽고 하나님과 함께 있는 영원한 삶을 희망하는 일입니다.

이 책은 먼저 구약과 신약 그리고 신구약 중간기의 묵시문학을 살펴보고, 기독교 전통 안에서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리고 과학의 도전과 임사체험에 근거한 죽음 후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임사체험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뇌가 기능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간의 정신과 인식이 몸 밖에서 존재할 수 있다면, 영혼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에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장 영혼에 대하여는 육체와 영혼의 관계를 깊게 다룹니다. 죽음 이후 영혼의 생존, 죽음과 부활 사이에 놓인 인격적 정체의 연속성을 주장하는 전일적 이원론 혹은 창발적 이원론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이 땅에 있는 동안 몸과 영혼은 통합된 일체성을 가지고, 영혼은 몸의 죽음 이후에도 생존하며 부활한 몸과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죽음과 부활, 사후 세계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 있어도, 죽음은 여전히 재난인 것은 사실입니다. 죽음은 물리적으로 고통스럽고 감정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무엇보다 죽음은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는 영적 재난입니다. 하지만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고 고백한 다윗처럼, 진실한 그리스도인은 님의 사랑이 죽음의 순간에도 함께함을 믿기에 죽음의 시련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선한 죽음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안에서 죽는 것”(p. 335)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과 갑작스러운 죽음을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죽음을 여행길의 한 국면이라고 생각하기에, 준비된 죽음 즉 남겨진 자들과 화해하고, 물질적인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두려움 없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자가 죽음 시 직면하게 될 심판을 세관 본부(customs station)’,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여권(passport)’으로 비유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개신교 신자로서 나는 성경에 언급이 없는 가톨릭 신학의 연옥설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연옥을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연옥설은 천국의 신비를 인정하고 죽음 이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 더 많은 사람이 천국에 이르기를 바라는 소망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지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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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 내 인생의 문장들
장석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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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장석주 하면 대추 한 알이 생각납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이 시를 읽고 장석주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엄청난 독서에서 나온 통찰력과 빛나는 문장들에 감탄합니다.

그가 66편의 에세이를 묶어 펴냈습니다. ‘내 인생의 문장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입니다. 그는 평생 읽고 쓰며 산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책머리를 시작합니다. 그는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몰입과 기쁨을 위해 책을 읽었다고 고백합니다. 작가는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감탄하며 즐겼습니다. 그의 이런 고백이 이 에세이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장석주가 좋은 문장들을 접하면서 누렸던 감탄과 환희를 나도 이 책을 통해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저 유명한 괴테의 문장,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얘기하지 마라.”를 소개하며 장석주는 절망의 힘을 믿는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더는 절망할 여력이 없을 때 죽음을 택하는지도 모르니, 절망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말이겠죠.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자라는 말이 있듯, 살아남음이 의로움입니다.

강가에서 주워온 돌이 책상 위에서 가만히 흐느낀다”(p. 217)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에서, 장석주는 슬픔에도 각각의 색깔이 있다고 말하며, 불안에 떨었던 과거의 삶을 돌아봅니다.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 그의 삶과 사유가 녹아들어 있음을 느낍니다. 그에게 독서는 일탈과 무위를 통해 누리는 한 조각 행복임이 분명합니다. 그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렇듯 멋진 문장들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대추 한 알이 붉게 익기 위해 태풍, 천둥, 벼락이 필요했듯, 그의 찬란한 문장들은 거저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런 에세이집은 이곳저곳 눈길 가는 대로 읽는 것이 제격입니다만, 장석주의 글에 매료되어 저녁마다 조금씩 거의 순서대로 읽었습니다. 독서의 행복, 무위의 행복을 누린 시간이었습니다. 삶이 불안하고 피곤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과 삶에 대한 초연한 감정이 생길 겁니다. 너무 실용적인 이야기인가요? 그냥 독서의 순간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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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그리스도인 - 소설은 한 사람을 알게 하는데 그게 나일 수 있다
이정일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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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그리스도인은 성경 읽기를 평생의 영적 과업(?)으로 여깁니다. 진지한 그리스도인은 성경 읽기에 매진하며,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신학과 철학 서적을 탐독합니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 ‘허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소설 읽는 일은 왠지 가벼운 소일거리 독서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죠. 이 책, <소설 읽는 그리스도인>은 소설에 대한 이런 편견을 여지없이 쪼개는 도끼입니다. ‘프롤로그의 타이틀부터 눈을 번쩍 뜨게 합니다.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친구’! 팩트와 실용적 정보만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표류합니다. 이때 소설은 좋은 친구가 되어 일상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독자는 이 좋은 친구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참모습과 인생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소설은 나의 진짜 친구라는 작가 이정일의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프롤로그를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벌써 작가에게 설득되었습니다. ‘미주/참고문헌에서 저자가 언급한 책의 목록을 살펴봅니다. ! 백 권 가까운 책들을 언급했군요. 그중에 내가 읽은 소설을 제법 많이 찾을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읽은 소설의 스토리는 얼추 기억이 나지만 감동하거나 도전받은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끄러웠습니다.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읽은 후의 내가 달라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설을 제대로 읽으면, 나와 세상을 알아가는 행복을 경험하고 좋은 문장에 감탄하며 감정의 정화까지 경험합니다. 따라서, 소설을 통해 성장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인상적인 문구를 소개합니다. “네가 장미를 가꾸는 곳에는 엉겅퀴가 자라 수 없단다(<비밀의 화원>에서). ‘좋은 문장은 작가가 썼지만, 그것을 공유하는 순간 읽는 사람의 것이 된다고 작가 이정일은 말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를 즐기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깊이 즐기고 더 오래 감동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스토리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상적인 문장을 가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내면을 변화시켜 나이테 같은 성장의 흔적을 남깁니다.

신앙의 성숙을 위해 문해력이 필수라는 저자의 말, 그리스도인에게도 소설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때로는 성경을 소설 읽듯, 소설을 성경 읽듯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재에 가서 내가 소장한 소설들을 찾아 마치 오랜 친구와 대화하듯 천천히 즐기며 읽어야겠습니다. 분명 소설이 나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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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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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스타북스에서 윤동주 全詩集’ <하늘과 바람과 별과 >2022년에 내놓았습니다. ‘윤동주 연보를 살펴보면서 읽었던 윤동주의 시들은 아직도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정지용 全詩集’ <카페 프란스> 2023년에 내놓았죠. 이 두 시집은 내 서재와 내 마음 책꽂이에도 고이 간직해 놓았는데, 이번엔 김소월의 詩集이네요. 한국 시인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 김소월의 시집은 꼭 소장하고 싶었습니다.

소월의 시집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제목으로 펴낸 것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학창 시절, 시험을 대비하며 외웠던 시였죠. “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지금도 여행지에서 밤하늘의 달을 쳐다보면 아내와 함께 읊조립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내가 소월의 시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었다니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 /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라고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못 잊어>, “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 라는 시구가 강렬한 <초혼>, 대중 가수가 애절하게 불렀던 당신은 무슨 일로 / 그리합니까? /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 ” <개여울>, 그립다 / 말을 할까 / 하니 그리워 가곡으로 들었던 <가는 길>,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어 시험 준비하느라 외우고 또 외웠던 시 <진달래꽃>, “산에는 꽃이 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 ? 공원 팻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 <산유화>, 대중가요 덕분에 널리 알려진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어릴 적 동요로 불렀던 <엄마야 누나야>, 등등.

소월의 시가 우리네 삶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온 이유는, 그의 시가 한국인의 정서와 전통적 운율을 잘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가슴 아픈 삶을 살다 간 소월, ‘그의 연보를 훑어봅니다. 억울한 일을 당해 평생 정신이상 증세에 시달렸던 아버지, 관동대지진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한 일, 문단 활동을 함께 했던 나도향의 요절, 잇따른 사업의 실패, 그리고 고향에 성묘를 간 뒤의 죽음. 모든 아픔과 슬픔과 이별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시인은 설워하고 그리워하며 살고 죽었습니다. 그의 삶이 곧 그의 서러운 시입니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고단한 인생길을 걷은 이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한국인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시인, 김소월! 그의 시는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내 마음의 서재에 고이고이 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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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 걷기전도사 신정일이 만난 쇼펜하우어 인생처세 이야기
신정일 지음 / 다차원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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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지대한 영향을 준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글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는 무신론자도 염세주의자가 아닙니다만, 그의 글은 삶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서 끌리는 데가 있는 것입니다. 길 걷기 전도사인 신정일 선생이 쇼펜하우어의 글에 자신의 단상을 담아 멋진 사진들과 함께 엮어냈습니다.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철학자의 글을 이렇게 편하게 읽고 생각에 잠기도록 하니, 이 책 마음에 쏙 듭니다. 책 표지 사진과 제목도 근사합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그런데 이 책에 있는 풍경 사진들은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인가요? 사진 출처가 없어서 궁금합니다.

곳곳에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있어 밑줄을 치다 보니 너무 많이 쳤습니다. “앞날에 불행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야 상처를 덜 받는다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뜻밖의 기쁨을 누리기 때문이다”(p. 93). 이전에 읽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묶은 책 제목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삶에는 불행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때, 불행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겠죠. “인간의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며, 사실 이 두 가지가 삶의 궁극적인 구성 요소이다”(p. 145)라는 문장도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신정일 선생도 인생을 남을 것도 밑질 것도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삶은 살수록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합니다. 삶은 항상 발아래로 미끄러져 가고 있고, 마지막은 죽음입니다.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memento mori), 우리 삶을 옥죄는 많은 것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신정일 선생이 소개한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나오는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나쁜 사람이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아니?” “지옥이요그렇게 되지 않으려거든 어떻게 해야 하지?” “건강해서 죽지 않아야지요.”(p. 163). 우리도 종종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 쇼펜하우어의 여러 글에서 발췌해 소개한 것도 좋지만, 철학자의 글을 나름대로 묵상한 신정일 선생의 글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시간이었습니다. 온전히 아름다운 삶은 없는 법입니다. 삶이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삶이 형통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함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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