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 걷기전도사 신정일이 만난 쇼펜하우어 인생처세 이야기
신정일 지음 / 다차원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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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지대한 영향을 준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글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는 무신론자도 염세주의자가 아닙니다만, 그의 글은 삶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서 끌리는 데가 있는 것입니다. 길 걷기 전도사인 신정일 선생이 쇼펜하우어의 글에 자신의 단상을 담아 멋진 사진들과 함께 엮어냈습니다.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철학자의 글을 이렇게 편하게 읽고 생각에 잠기도록 하니, 이 책 마음에 쏙 듭니다. 책 표지 사진과 제목도 근사합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그런데 이 책에 있는 풍경 사진들은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인가요? 사진 출처가 없어서 궁금합니다.

곳곳에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있어 밑줄을 치다 보니 너무 많이 쳤습니다. “앞날에 불행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야 상처를 덜 받는다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뜻밖의 기쁨을 누리기 때문이다”(p. 93). 이전에 읽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묶은 책 제목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삶에는 불행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때, 불행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겠죠. “인간의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며, 사실 이 두 가지가 삶의 궁극적인 구성 요소이다”(p. 145)라는 문장도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신정일 선생도 인생을 남을 것도 밑질 것도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삶은 살수록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합니다. 삶은 항상 발아래로 미끄러져 가고 있고, 마지막은 죽음입니다.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memento mori), 우리 삶을 옥죄는 많은 것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신정일 선생이 소개한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나오는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나쁜 사람이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아니?” “지옥이요그렇게 되지 않으려거든 어떻게 해야 하지?” “건강해서 죽지 않아야지요.”(p. 163). 우리도 종종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 쇼펜하우어의 여러 글에서 발췌해 소개한 것도 좋지만, 철학자의 글을 나름대로 묵상한 신정일 선생의 글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시간이었습니다. 온전히 아름다운 삶은 없는 법입니다. 삶이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삶이 형통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함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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