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소, 북풀씨.
별점이 왜 궁금한데요? 무슨 빚쟁이 독촉하듯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왜 궁금하냔 말이오. 내 별점이 하나이든 다섯이든 당신이 궁금해할 이유가 몇 개인지 나에게 별점 몇 개로 보여줄 수는 없는지요? 내가 어련히 알아서 볼 때 되면 볼 것이고, 혹은 읽지도 않는 책이라 책장에 처박아 둘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소. 뭐 사진이 좋아서, 온통 사진 찍겠다고 설레발치는 사람들도 사진 책 안 보는 마당에, 그나마 사진 책 봐주는 알량한 사진 자존심 때문인데 읽기는 하지만 이렇게 자꾸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별점 찍어 달라니 깝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외다. 왜 재촉 당하니 괜한 마음 급하기만 하잖아요. 게다가 사진 책이라서 사진 한 장을 오래 보고자 해서 어떨 땐 한 페이지 사진에 몇십 분씩 시선을 고정하고 들여다보려니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한 달에 한 페이지조차 못 넘길 때도 있더란 말이오. 책의 진도가 텍스트만 있는 책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전혀 읽지를 못하는 경우도 생기잖소. 책 구입한지 이 주일도 채 안된 책인데 벌써 다 읽었냐. 별점이 몇 개? 등 이렇게 빨리 독촉하듯이 보내면, 거참 성질머리도 너무 급하신 건 아닌가 싶소. 어떻게 재미나게 읽었는지 물어 주고 관심 가져 주는 것은 눈물이 앞을 거릴 정도로 고마운 일이긴 하나, 너무 급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이건 소설책도 아니고 시집도 아니라서 줄줄줄 읽어나가는 텍스트 책도 아니더란 말이오. 사진 책이니 서너 댓 번씩이나 사진 보고 지나도 아니 본듯한 느낌의 사진들이니 독촉에 시간 맞추는 게 무척 어렵구려. 물론 책도 속독으로 읽을 수도 있고 느긋하게 읽을 수도 있고 구라로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가짜 별점 매길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사람마다 책 읽는 속도는 제각각이외다. 왜 이렇게 급하게 묻습니까? 아 좀 천천히 갑시다. 뭐 누가 따라와서 똥구녕 찌르는 건가요? 책 산지 이 주일도 안된 건데 벌써 지대한 관심으로 묻는 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북풍 프로그래머 분, 천천히 타임 걸어 놓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북플씨.
왜 책의 별점을 묻는데 재미 별점만 묻습니까? 사진 책이 얼마나 재미없었으면 사진 책도 안 팔리거든요. 그렇다고 억지로 사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무슨 소설스러운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잡지책의 사진처럼 화려한 것도 아니고 거시기 플레이보이지처럼 홀딱 헐벗은 츠자들이 미소 띤 사진 책도 아니고 무슨 재미가 있다고 재미가 얼마나 있었는지 별점을 묻느냔 말이외다. 사진 책은 책 치고는 머리 빡쳐서 재미라곤 하나도 없소. 재미로 치면 별점은 0개이고 유익함은 1개 라면, 사진의 고민 난이도는 5개더란 말이오. 그렇잖소?. 뭐든 본질을 다루는 책치고 재미있는 게 뭐가 있겠소. 시인의 본질이 뭡니까. 문학의 본질이 뭐냐고 이렇게 물으면 이걸 누가 재미있느니 따지고 별점을 찍겠어요? 사진의 본질? 이것도 참 골 때리더란 말이오. 재미는 1도 없지만 거르지 않고 그나마 꼭 따져 보고 사유를 해야만 우리 삶이 겉돌지 않는 것처럼 사진도 겉돌지 않고 본질에 다가가려 하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 재미는 1도 없으니 묻지나 마소.
추측해보건대, 네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압니다. 별점 좀 빨리 당겨서 이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참고사항이 되어 책 판매가 잘 되기 위함이라는 거죠. 그래서 급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요. 그런데 어떡합니까. 이 책은 재미 1도 없는데 재미있다는 별점 다섯 개 줘 본들. 아무리 별점 다섯 개씩이나 구라를 쳐도 안 팔립니다. 카메라 시장이 점점 죽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사진도 안 찍는 사람이 사진 책을 봐서 뭐 하겠습니까. 쓸데없는 책이더란 말이지요. 더군다나 사진작가랍시고 노는 사람도 사진 책은 안 봐요. 아마 지 나름대로 사진가랍시고 한 권씩 팔렸더라면 베스트셀러 되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요.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요. 자신의 사진집 책은 많이 봐달라고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거든요. 지는 남 꺼 전혀 안 보는데 제거는 봐달라니. 참 조가튼 요구가 아닐 수 없지요. 적어도 남들 책과 사진도 좀 많이 챙겨 봐주면서 내 것 봐달라는 게 공정한 이련만, 제 거만 보라니 웃기지 않겠습니까요. 지는 조또 안 보거든요. 서로 도우며 산다는 게 뭔지도 모르는 놈이 사진 백날 찍고 사진 책 내봐야 뭘 하겠다는 건지 알고 싶지도 않더구먼요. 사진 판이 책 팔아서 돈벌이 전혀 안된다는 것쯤은 미리 알고 책을 냈어야지 온통 사달라고 부탁만 해서야 되겠습니까요.
요즘 시대에 SNS 하지 않고 여전히 블로그에 글과 사진만 올리고 댓글도 자주 달지 않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도 없어요. 나도 그런 쇼셜미디어 계정도 있었던 적이 있었지요. 절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부탁만 받으니 버거워서 떠났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느 정도 SNS에서 서로 간 비슷한 관심사로 닉 이름이라도 트고 나서부터 이것 좀 사달라, 저거 좀 가입해달라 등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정말 거절하기 어렵더란 말이지요. 특히 책 팔이 작가들. 사진 팔이 작가들. 오죽했으면 시 전문 잡지까지 보게 되었겠어요. 내가 시인될 것도 아닌데 문학잡지까지 보는 건 참 오버스러운 일이긴 해도 부탁을 받으니 거절하기 어려워서 3년 구독도 했었더라만 말이죠. 아직도 계간으로 책이 옵니다. 마음은 참 허접한데 누구 부탁에 심성은 여러서인지 거절을 못하는 거라 뿌리치지도 않고 들어 주는 거니까요. 그러니 뭐든 좀 친해지는 게 두렵기까지 하단 말이죠. 특히 책은 더하더란 말이지요.
몇 가지만 부탁합시다. 북플씨.
아시다시피 알라딘에 아직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저자의 책도 버젓이 검색이 되더군요. 나 같은 독자가 멋도 모르고 그 물의를 일으킨 저자의 책을 보고 나중에 어떤 문제를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너무 실망하게 된다는 점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알라딘의 추천할 수 있는 책도 있지만 추천하지 말아야 할 책도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좋아요가 있다면 싫어요도 있는 게 세상 이치인데 어떻게 추천은 있는데 비추천은 없을까요? 책과 저자는 동체나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자의 책은 저자의 몸이나 마찬가지죠. 몸속에 정신이 깃들거든요. 그런데 몸속의 정신이 썩었다면 그 썩은 내나는 저자의 책은 어떻게 읽을 수가 없거든요. 하물며 자기 몸뚱어리조차 제어하지 못하고 욕망에 헐떡이는 놈이 책에서 온갖 소리 대댄들 독자는 거저 허탈할 수밖에 없는 슬픔이 생기더란 말이지요. 작가는 몸과 정신이 곧 작가의 자격입니다. 이게 썩었으면 책도 썩은 것이 될 뿐입니다. 책 따로 몸 따로 가 아니더란 말이지요. 과감하게 알라딘의 책 검색에서 제외할 책은 없을까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많이 파는 게 목표인 것도 압니다. 북풀씨도 기업 아니겠습니까. 이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 아이템이 책이더란 말이죠. 책이 뭐겠습니까. 돈도 돈이지만, 돈보다 앞서 책이란 가치에 대한 인식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몽매한 국민들을 책을 많이 보게 해서 깨우치고 삶이 변화되도록 촉매제의 역할이 책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책을 다루는 기업의 사명감은 평소 오로지 돈만 아는 기업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따지는 기업이더란 말이지요. 그러니 목표야 많이 파는 것이더라도, 목적은 차원을 달리하는 게 맞겠지요. 책이 무조건 재미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요. 재미 이전에 책을 통해서 인간의 모든 정신문명의 집합체의 책을 거래 함으로써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 문화 창달이라는 거창하고도 원대한 목적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무조건 잘 팔리는 책만 추천하지 말고 정말 북플씨가 책 전문가로서 꼭 이 책은 국민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책을 추천해주시고요. 돈벌이 잘 되는 책만 추천하다가는 오래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출판사 영업에 말려서 추천 따위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독자가 읽어서 정신의 건강이 튼튼해지는 그런 책이 많이 팔릴 수 있도록 밑밥을 깔아주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 이 말이외다. 메이져 출판사에서 자본의 파워로 들이밀어 주는 책만 아니라 작지만 소수의 책이더라도 꼭 추천이 필요한 그런 책이 널리 퍼질 수 있게 힘을 써주는 게 진짜의 북풀씨가 갖춰야 할 본질적 목적이라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