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요즘 시중에서 "암" 걸릴 거 같다는 농담이 우스께 소리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진짜 암 생길 거 같은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세월호 사건 때처럼 분노하다가 우울증 증상으로 이어지고 메르스 사태 때의 허탈감으로, 이제는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울분과 비통함과 서글픔까지 치밀어 나옵니다. 사회안전 시스템이 붕괴되어 던 것만큼 이제는 정치 자체가 동급으로 무너지는 형국을 당면한 것을 보고 국민들은 암 걸럴 것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고작, 그동안의 찾아왔던 민주주의가 이 정도로 형편없었던 수준 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자괴감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다가, 오늘에는 지시받아서 했다고 하는 그 뻔뻔함. 인간이 양심은 이렇게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인간성의 자기 파괴감과 이율배반. 국가의 권력이 개개인 간의 착복을 위해 전횡되고 이에 억압받는 기업들, 그리고 그런 기업은 뜯긴 이익에 대해 세금도 탈루하고 다시 소비자를 기만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또 얼마나 많은 갑질로 이어지는 등의 거대한 국가적 뒤틀림에 국민들은 질식할 것만 같습니다.
상당히 슬픕니다. 국가의 대표를 선택해서 뽑았든 뽑지 않았든, 이에 대한 대가는 모두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어제 월스트리트 저널이라는 신문에서 다테 일하게 꼬집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을 향해서 상당한 조롱과 멸시까지 보내더군요. 대표의 선택권은 국민에게 있지만 이 선택권의 책임 또한 국민에게 있다는 이 당연한 대의 민주주의적 사회시스템에서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해당될 것입니다. 결국 정치입니다. 국민의 삶의 질적인 부분은 상당히 정치가 방향타 키를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열쇠를 잘못 돌렸다가는 어떤 개개인들에게 혜택과 피해가 도래하는 것인지 선택권을 가진 국민이 더 똑똑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정말 뼈아픈 지적이며 멸시와 조롱입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듭시다. 이제 곧 겨울입니다. 당장 아침에 날씨가 아주 쌀쌀하더군요. 앞으로 더 추워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 예산에서 경로당 난방비가 전액 삭감되었다고 하더군요. 추운 겨울날 오갈 때 없는 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자발적인 십시일반이 되지 않으면 추워서 떨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네 그렇게 노인네들이 바라던 바대로 선택은 했어도, 당신들이 있을 경로당 난방비는 없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알고도 그럴 리는 없을 것입니다. 네 이런 게 바로 고통스러운 대가를 받는 것이고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국가 예산이 한해 400조가 넘는다는데 노인들 몇이나 된다고 그런 것조차 예산이 없앨 만큼 허약한 복지란 말입니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조선소에 경영을 잘못한 낙하산 인사들이 슈킹 해 먹은 선박 건조회사는 수조원 씩 세금을 고라 박으면서 고작 경로당 난방비 하나 마련 하기 힘듭니다. 생각해 보세요. 왜 이렇게 자발적으로 자해를 하는 선택인지 모를 일인지, 정녕 모른단 말입니까?라고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선택과 지식은 비례하는 것이라 증명되는 것인가 싶어서 더더욱 슬픕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이익에 반대되는 선택을 하고 욕하면 자기만 바보일 수밖에 없는 이 자해적 정치의 선택에서, 발암 시대의 대표적 증상이 우울함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의 뻔뻔함 선택은 결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모두에게 대가를 요구합니다. 뉴스에서 보니 사드 미사일에 관한 것도 무기 거래 중계상의 전력이 있는 로비 리스트가 등장하고, 심지어 담배세까지 2배로 급등하게 했던 이야기도 들립니다. 보안이 제일 무거운 청와대 출입까지 마음대로였다니 결국은 그런 전횡들의 책임은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의 고통으로 오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사정을 가진 마음인지 표현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야 알 수 없으나, 아마 일정한 공감대를 가진 분들은 다 느낄 수 있는 판단력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책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더군요. 읽어도 책은 상당히 건성으로 읽히거나 날림으로 읽게 되는 거 같고 심지어 책을 읽어도 심도 있는 글쓰기가 되지 않더군요. 책도 읽을 려면 넋살이 조금이나마 있어야 되는 건가 싶어요. 고 김대중 대통령은 불합리하고 부조리에 대해서 마음에만 담아 두지 말고 "담벼락에라도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담벼락이 무슨 귀가 있어 들리기야 하겠습니까만 은 그렇게 앞도 뒤도 꽉 막힌 담벼락에서라도 울분을 토해내야 조금이나마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 심정을 공감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외면은 가장 비겁하다고 했었죠. 어차피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쪼록 속에 담겨 차오르는 울분의 눈물을 쏟아야죠.
뜬금없지만 학교 다닐 때 교정 정문 앞에서 스크럼 짜고 구호를 외치고 짱돌 던지다가 최루탄 페퍼포그를 온통 뒤덮어 쓴 그때가 그립더군요. 눈물 콧물 다 찍어 바르고 초췌한 모습으로 서 있던 어떤 날 비가 내리더군요. 빗물인지 콧물인지 분간도 하지 못하고 앞도 보이지 않았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