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라고 책 이야기만 하니 좀 심드렁하죠?

그래서 오늘은 사진 이야기나 한번 해 보겠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읽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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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 원망도 듣고 욕도 듣습니다. 그런 욕먹는 것에 대해 별반 크게 댓구조차 하지 않습니다. 욕먹을 때 변명이라도 하면 분명 싸움 나기 딱 좋거든요. 이제는 어떤 욕을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그러려니 하고 맙니다. 그런 것에 일희일비할 것도 없습니다. 괜히 부딪혀봤자 사진에 대해 변호하면 입이 아파서요. 십수 년간 카메라 들고 요란스럽게 다니지 않았어도 간간이 무슨 행사, 이를테면 결혼식이나 무슨 제품 사진 촬영의 요구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일단 그런 요구가 나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난 그런 사진 못 찍는다라고 말하기 바쁩니다. 그러면 섭섭하다, 우리 사이 그런 사이였더냐, 왜 못 찍냐, 찍어 주기 싫어서냐 등등. 아 능력만 되면 난들 왜 못한다 말하겠습니까. 아니 더 해주고 싶거든요. 이럴 때 사진 찍는다는 게 너무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솔까, 내가 사진 찍으러 다닐 때 당최 무슨 도움을 준 적이라도, 하다못해 무슨 카메라 필터라도 선물해준 적도 없었으면서 바라는 것은 큽니다. 이럴 때는 정말 미치겠더군요.

일반적으로는 사진을 깊게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한 이면의 노력은 알 턱도 없고 꼼꼼히 들여다보려 들지 않습니다. 특히 행사용 사진은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60-70% 이상 카메라 장비 빨로 커버 되어야 하거든요. 카메라만 하나 있다고 행사용 사진을 무리 없이 찍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카메라만 가지고는 우리가 흔히 보는 예식장 웨딩에서 보는 결혼식 사진은 못 찍습니다. 아니 찍을 수가 없어요. 영업용으로 행사 뛰는 사진가 하드 케이스 가방에 든 장비만 해도 웬만해서는 천만 원이 넘는 장비를 가지고 다닙니다. 카메라가 플래그십 바디 한 대가 보통 500이 넘어요. 게다가 렌즈는요. 조리개 값 수치가 낮은 단 렌즈는 하나에 2백도 합니다. 망원렌즈는 3백만 원 넘습니다. 하다못해 스트로보가 50만 원이 넘어요. 삼각대는 짓조 브랜드가 100만 원 넘어요. 행사용 영업용 사진에 무슨 장비 빨 이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행사 사진은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질 뿐입니다. 실수하면 무를 수가 없어요. 그러니 웬만한 행사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그 오류의 가능성을 도구의 힘으로 커버하는 것입니다. 결혼식 했는데 사진 잘 못 찍어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봐요. 당장 손해배상에 멱살 드잡이 들어갈 것이 뻔하거든요. 게다가 영업의 신뢰가 깨지고 이게 소문나면 그야말로 영업 접고 폐업할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게 상업적인 촬영하는 사람들의 절실한 밥줄이거든요. 그러니 그런 장비에 투자하지 않으면 업계에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무슨 사진에 용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싸구려 카메라 한 대에 덜컹거리는 삼각대로, 게다가 조명도 없는 흐릿한 예식장 실내에서 사진을 어떻게 찍을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요. 사진 찍어 달라기 전에 블로그에 딱 한번 만이라도 들어가서 사진 감상해봤더라면 대체 이 냥반이 무슨 사진을 찍어 온 것인지 금방 알아차릴 텐데 그저 카메라만 있으니 모든 사진을 다 작품처럼 찍어 대는 줄 압니다. 행사 사진도 소위 전문가들의 세상이기도 하거니와 아무나 카메라로 섣불리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도 모르니 카메라만 있으면 다 찍을 거라는 생각을 바꾸게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당장에 누가 카메라 있으면 웨딩 촬영비 안 들어도 된다는 계산이 깔리니 공짜를 바라는 심리 때문이거든요. 일생에 한 번뿐인 사진을 전문가에게 비용을 치르고 찍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사진의 기록물로써도 정당한 방법입니다. 이는 어떤 제품 사진을 찍고 팜풀렛이나 광고지에 실어야 할 사진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정교하게 세팅된 조명 값으로 사진이 기획되고 설계되어야 하거든요. 스튜디오 내부에 설치된 조명 값만 해도 수천만원인 이유가 그만큼 사진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때문이고 설계된 조명 값에 부합되도록 조명이 밝혀져야 실행할 수 있거든요. 그냥 카메라로 아무렇게 대충 셔터만 누른다고 절대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비싼 제품일수록 사진이 고급 지고 걸맞게 제품의 의도가 잘 보여야 되거든요. 수백만 원짜리 물건의 홍보용 사진을 찍는데 고작 스마트폰 화질이면 써먹을 수 있겠어요?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된다면 굳이 본인이 직접 찍고 사용하면 될 일은 굳이 내가 찍을 이유도 없습니다. 대부분 행사용 사진이나 제품 사진은 그래서 작품을 의뢰하며 상당히 비싼 이유에 바로 이런 고가의 사진 장비과 경험을 통해서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래서 상업적 프로 사진가가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 투자하는 일종의 사업이거든요.

그런데 나는 그런 사진을 찍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카메라 이외에 장비도 장비랄 것도 없이 단출합니다. 싸구려 렌즈와 필터들, 덜컹 거리는 삼각대.(이건 거의 잘 쓰지도 않습니다. 인공조명을 극구 싫어해서요.) 다른 장비 아무것도 없는데 찍어 달라면 내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찍어 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못 찍는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상을 보면 안면이 벌써 돌아갑니다. 이럴 때 사람 참 미치겠거든요. 싫어서가 아니라 장비도 안되고 그런 사진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전문용어 써가면서 둘러대는 것도 한두 번이죠. 대체 블로그라도 한번 보면 내가 찍는 분야는 이러이러하다. 차라리 전문가에게 맺거라. 괜히 전문가가 비싼 돈 들여가면서 있는 이유가 뭐겠는가라고 설득을 시킵니다. 간혹 설득이 안되면 어쩔 수 없더군요. 섭섭해하거나 삐쳐도 나로선 별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원해진 사람들이 몇몇이나 되니 늘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요. 내가 어쩌다가 사진을 하게 되어서 이렇게 관계가 무거워져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가끔은 그 공짜심리가 참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사진이라고 다 같은 사진이 아닙니다. 특히 나와 같이 일상의 풍경과 특정한 부분을 통해서 시간의 단면을 잘라내는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해석하고 묘사하는 부분은 거의가 관념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상업적인 사진과는 철저히 거리가 먼 사진들입니다. 따라서 인물 사진이나 제품 사진과는 멀어도 너무 멀리 있습니다. 한가지 분야에서도 그 분야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같은 분야라고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인물 사진은 제가 선호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사진 십수 년을 찍어도 인물 사진 한번 근사하게 찍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저도 인물 사진 찍을 일 있으면 사진관에 가서 기사분에게 부탁합니다. 제가 찍는 분야가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찍는 사진 분야는 많은 카메라 장비가 필요 없습니다. 대신에 책이 많이 필요로 하죠. 결국 사유할 수 있는 것은 사진도 책과 더불어서 나가야 되기 하거든요. 광고 분야에서 인쇄물의 사진이나 각종 월간지에 나오는 광고 사진은 전문가들의 손을 반드시 거치고 나온 결과물입니다. 그런 작업들과 제가 찍는 사진 분야가 그래서 다르거든요. 하물며 그런 장비를 어디 빌릴 만한 곳도 없어요. 전문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는 제가 찍는 사진과는 너무 차이가 나거든요.

네 저도 알죠. 좁쌀만 한 렌즈와 아주 작은 칩의 면적에 담긴 이미지 정보와 필름 사이즈만큼 큰 사이즈의 칩에 담긴 정보의 량이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주먹 한한 렌즈가 아주 작은 렌즈와는 화질과 색감이 다르니까요. 만약 같다면 카메라 회사들 전부 다 카메라 안 팔려서 문 닫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가볍게 둘러댑니다. "카메라 다 팔고 이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요. 스마트폰이 글쎄, 사진이 아주 잘~~나오더라고요. 어찌나 스마트폰이 사진이 잘 나오던지 다 작품 같더라고요." 이렇게 둘러대면 거의가 사진 찍어 달라는 소리 쑥 들어가 버립니다. 카메라 크다고 사진 잘 찍힌다는 생각의 허를 찔러 줘야 하거든요. 현실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도 큰 카메라와 원리는 다 같다고 이야기하면 수긍합니다. 물론 기능은 무지하게 차이 나지만 뭐 이런 거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왜냐면 그런 거 꼭 설명한다고 해서 알아듣지도 못할뿐더러 아니라는데 뭐 어쩌라고 따질만한 지식도 없거든요.

진즉에 이렇게 둘러댔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하기야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라서 대부분 다 갤럭시 들고 다니잖아요. 그러니 그것도 카메라라고 이야기해줍니다. 그런데요. 한가지 웃기는 것은 "그런데 나는 아무리 해도 사진이 그렇게 안 나오던데?"라고 까우뚱하거든요. ㅎㅎㅎ 딱 자릅니다. "마이 알믄 다쳐요. 연구해 보세요. 왜 다른지를... 그냥 카메라 어플 푸시만 하면 작품처럼 나오면 사진작가들이 왜 있겠어요, 네 다 작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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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0-19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스키모인들은 눈을 표현하는 언어가 4000가지 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저 같이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진`이지만, 유레카님과 같은 전문가에게는 분명 큰 차이가 있겠지요? ^^:

yureka01 2016-10-19 17:11   좋아요 2 | URL
네 차이 너무 많아요..ㅎㅎㅎ
제가 사진중에서 제일 못찍는 사진이 인물사진입니다.
사람의 표정은 카메라 앞에서 제가 먼저 얼어버리니까요.^^

2016-10-19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9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0-19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군대 선임은 카메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허세가 많다면서 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보지 않았지만, 선임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어요. 멋을 내려고 사진 찍는 사람들 때문에 사진을 진지하게 찍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생겼습니다.

yureka01 2016-10-19 17:47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네 맞습니다.
지금도 카메라 들고 개폼잡는 놈들이 널렸거든요...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물론 허세인지 실세인지는 사진을 보면 판가름 나는데,
보통 이미지에는 편견이 다 개입되어 있으니까요.

저도 워낙 그런 소리 많이 들어서 무덤덤해졌죠.
뭐 그러라면 그러라고 말아야지 일일히 변호할 필요성은 못느낍니다.

어쩔 수 없죠.
실제로도 똥폼 잡는 것중에 하나가 카메라가 빠지질 않으니 부인키도 어렵죠.

2016-10-19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9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9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9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6-10-19 1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심정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몇 해전에 누군가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낡은 수동 카메라를 선물해줘서,
가끔 행사 진행 할 때, 그냥 스마트폰 보다는 화질이 나으니,
그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찍었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다음부터 무슨 총회나 기념식 같은 행사 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더라구요.
진짜 부담되더라구요.
제대로 사진 찍는 방법을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셔터스피드나 조리개 노출 등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심지어 선물받은 그 수동 카메라를 잘 다루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이젠 그 카메라 서랍에 처박아 놓고 안 들고 다닙니다.
무서워서요. ㅎㅎ

yureka01 2016-10-19 21:52   좋아요 1 | URL
그저 가볍게 몇 컷 스냅 좀 찍어줘...
라고 던지면
고민스럽고 부담감이....

사람들의 기대치가 어떤지 잘 안다면,,
무거움은 더해지거든요..
명색이 사진으로 놀아 봤다는 인식을 가졌을될 때는..더더욱.

작품급으로 찍어 낼거라 믿거든요..

분야가 다르면 초보나 다름없기 때문인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거..

만능 아닌데 말입니다..ㅎㅎㅎ

2016-10-19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0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6-10-19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짜믄 내 심정을 이렇게 잘 아실까요 ㅎㅎ
카메라 크면 사진 잘 나오는줄 아는 사람 쌔비맀어요.
덕분에 해외여행 가서 사진만 찍어주다 볼장 다 본다는....ㅎ
저도 미러리스로 카메라를 바꿀까 생각중입니다.
무엇보다도 무게가 스트레스예요 저는.

yureka01 2016-10-20 00:03   좋아요 0 | URL
아이고..너무 공감되는 말씀..
사진찍어주다가 볼짱 다본다는 말씀이 아주 절절하네요..

미러리스 좋습니다.ㅎㅎㅎ
저도 카메라 두대중 하나가 미러리스랍니다.

서니데이 2016-10-20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yureka01 2016-10-20 16:23   좋아요 2 | URL
네 서니데이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