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젖 잠 - 돼지가 우리를 본다, 박찬원 사진책
박찬원 지음 / 고려원북스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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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로 대표되는 돼지의 짧은 사진 이야기.


꿀꿀꿀하며 아기 돼지 생산용 암컷 돼지는 임신 주기가 114일.

(아 내가 무슨 기억력이 좋아서 돼지 임신 주기를 다 알까만은,

고등학교때 실업과목이 농업이었다.)


농업선생님 이름도 기억난다.송** 선생님. 

한번은 선생님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선생님, 돼지 꼬리 자르면 아픈가요?"

 

선생님은 인상을 쓰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다"

그래 아프다.

" 손톱 밑에 가시하나 박혀도 아프지? 생자베기 꼬리 자르면 안아픈 돼지가 없다"


그래, 꿀꿀꿀 아픈 암퇘지에서 쉼없이 돼지를 생산하고

용도가 끝나면 퍠기되어 다시 고기로 나간다.


돼지는 태어난 후 꿀꿀꿀하며 젖만 빤다.

먹고 자고, 이른 바 먹잠먹잠.

 

좁은 우리에서 밀도가 높으니 서로가 뜯어 문다.

꼬리를 짤라 버리고, 송곳니를 짤라 버린다.

다시 먹잠 먹잠으로

태어난지 170일 되는 전후의 어느 날.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와 트럭에 실려 도축장으로 가서

전기 충격, 쇼크사로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꿀꿀꿀하며 태어나서 먹잠먹잠하다가

딱 한번 트럭으로 나온 밖의 공기 한번 심호흡후

어디론가 가서 110키로의 몸은 철저히 등급과 분류로

인수분해되어 포장되어 어느 식탁에 올려 지글지글 익어간다.


자 오늘 삼겹살 회식에,

어느 식당에 갈비에,

소주에는 고기였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짧은 단막극.


돼지는 임신주기 114일.

비육기간은 170일.


도합 물질이 고기로 만들어져서 고기로 끝날 때까지 284일.


아 꿀꿀꿀 젖빨고 잠자고. 끝.


참고로, 한우는 24개월에서 30개월.

닭은 35일 전후.


뭐 나도 나중에 돼지로 태어나 170일간 살다 가더라도,

전혀 이의는 없을 것이고,

 

물론 어떤 존재이든 간에,

그 시작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뜻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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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1 0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축들 생활 환경을 개선시키는 일이 법적으로든 지켜졌으면 해요. 결국 인간들의 먹이가 되고 말더라도 살아있는 동안에 짐승답게 지낼 수 있게요.

yureka01 2016-10-11 00:48   좋아요 1 | URL
목적을 위해 사육될지라도 살아있을 동안만은 스트레스 덜받고 고통이라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작 시리즈 사진의 의도가 바로 그런 것을 제시하는 이유 아닐까 싶었거든요..

사람이 살면서 고기 전혀 먹지 말자라는 극단적인 생각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를 축은지심이라고 해두죠 ^^.

Conan 2016-10-11 0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억력 좋으십니다~ 저도 중학교때 농업 배웠는데 기억이 안납니다. 돼지 콜레라, 돼지 단독 같은 병명 몇개만 생각 나네요^^

yureka01 2016-10-11 08:52   좋아요 1 | URL
기억력 좋은게 아니라 딱 저거 하나만 기억나서요.

축사 우리의 환경이 열악하면 각종 병이 창궐하죠..
항상제 먹이고...그 고기를 또 우리가 먹거든요...

2016-10-11 1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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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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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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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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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5 2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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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1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소속된 공동체 집단(학교, 군대, 회사)도 어떻게 보면 돼지우리 같습니다. 규칙적인 일상이 반복되고, 폐쇄된 공간 속에는 경쟁심과 이기심이 가득해요.

yureka01 2016-10-11 11:19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축사라는 환경이 사회의 축소판같은 은유로써...생각해보면
얼추 그런 생각이 드는게 무리는 아닐듯합니다.^^

2016-10-11 1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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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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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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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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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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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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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0-15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너무 이뻐요 ~

수제 파우치도

탐이 납니다 ㅎㅎ

유레카님처럼 좋은 아빠를 둬서

따님이 참 행복하겠다 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내 시간 좀 줄여서

딸내미 많이 사랑해주고 그래야겠어요~

yureka01 2016-10-16 00:12   좋아요 0 | URL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짧아요..
지금도 그때 사진 더 많이 찍어 놓지 못한걸 후회되는 ...

그럼요..많이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후회가 적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