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지나치는 연못에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라.
바람이 불건 말건.
누가 지나 가든 말든.
구름이 일고 사라지든 말든.
꽃은 필 때에 피고
질 때에 진다.
왔다고 티 내지 않고
간다고 서럽지도 않으며,
무심함의 정체를 고스란히 보였다 사라진다.
그저 왔다가
한 계절을 뜨겁게 피우고는 진다.
시간 앞에 핀 것은
모두 지고야 만다.
영원할 것처럼 바라지나 마라.
연꽃같이 가야 할 인연이면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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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퇴근 하기 전에 간만에 알라딘에 사진 포스팅합니다.
사진의 일반적인 색조에서 맥이 빠진 것처럼
후보정으로 색을 많이 뺏습니다.
대비도 줄이니 연꽃잎의 디테일한 꽃잎 수맥이 보이기도 해서
진한 것보다 반대로 살아나는 효과도 기대했던 것이었어요.
사진찍을 당시에는 와이프와 가야산 자락 한바퀴 돌던 때,
우연히 지나는 길가 연못에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거든요.
급히 도로 가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연못으로 가보니,
한 여름의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흐느적거리며
연못의 물결은 일었나 잠잠해지기도 하고
구름은 흐르다 말다 일었다 사라졌다 하고
도로에 차는 무심히도 흘러 가고 오곤 했습니다.
연꽃도 무위자연, 이 한가운데에서
때가 되면 피었고 때가 되면 지고야 마는,
이렇게 왔다리 갔다리하는 과정의 영속을
느끼는 경우였을 것입니다.
물이 흐르듯, 시간도 흐르고
이 시간에 공간의 모든 것들이
흐르는 반야의 세계를 만나는 듯한
그런 홀로 자뻑형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는 게 다 우연이었던 필연이었던
이렇게 한 철의 꽃은 피었다 지는 것과 같이
우리의 삶이란 것 또한, 왔다가 가는
한 철의 연꽃처럼 빛 바랜 사진같은 시간을
질주하고 있는 중은 아닐까 하는 은유로써 담았던 것이죠...
사진이야 연꽃이 핀 연못에 가면
요즘이 시즌이니 흔하게 만날 수 있어서,
그다지 별 특징없는 사진일 뿐입니다만
사진 찍을 당시의 마음이 그랬다~~~~이 거 였거든요.
이것도 사진이냐.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 말 입니다.
그러면 그런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일 뿐.
사진이야 보는 사람의 시선이 장땡이고 도리찍고 땡땡입니다.
맘대로 보는 것은 자유이고 내가 본 마음도 자유일 따름인 거죠.
뭐, 아님 말고..ㅎㅎㅎ우짜겠습니까. 그런갑다.하면 그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