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고 싶음 가면 될 거 아닌가"라고 반문해도 결국 여행을 못! 간다. 핑계를 대자면 왜 "못(NO")이냐 하면. 사는 게 다 못(PIN)으로 쳐돌려 있거든. 뭐 관광이라면 잠시 다녀오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야 있겠지. 아니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어야 하는데, 몇달씩 집을 비우며 직장을 관두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회사가 한 달 두 달 간이나 여행 가겠다고 휴직하겠다 하면? 그러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몇 곳이나 될까. 연휴라 해봐야 명절에 빨간 색 날짜 이외엔 꼬박 징역살이하듯이 잡혀 있는 현실에서 장기간의 휴직이란 것보다는, 퇴직이 훨씬 여행에서 가능한 시간표일 것이다.
아마도 장기간의 여행은 현실에서 관두고 떠나야 할, 그리고 관두고 떠났으니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들지 않을 정도라면? 비로소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자. 퇴직계를 제출하면서 사표 낼 때 사유가 여행이라고 하면? 회사 대표는 이 무슨 뜬금없는 이유라는 반응으로 미친 세 끼라고 쏘아붙일 것이 뻔하다. 아니 지금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여행 갈려고 사표 낸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이 통상적이다. 일주일 휴가로는 안되겠냐라고 여행 대신에, 관광성 휴가를 권유할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달 아니, 서너 달을 비운다고 하면 여행의 목적으로 사직이 아니라 혹시 다른 불만 있냐라는 반응이다. 어느 나라에서는 일 년을 벌어서 한 달 동안 여행을 간다고는 하나, 그건 그 쪽 여건일 뿐, 여기는 그런 이야기에 그저 먼 나라의 워라벨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대충은 여행 간다고 하면 어디 놀러 간다는 유람성 놀이처럼 여길지도 모르니까. 여행을 왜 놀러 같다 생각하는지, 외국이나 혹은 여타 국내로 여행 간다면 십중팔구는 대체적으로 놀러 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골프 치러 가는 것도 관광이지 여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우리나라 많은 여행사가 있지만 대부분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의 일종의 영업이 대부분이다. 관광 경비를 받아서 차액을 남기는 식의 수익창출 구조이다. 여행사에서 내놓은 패키지여행은 그냥 관광이라는 상품을 소비는 것일 따름이다. 다면 여행이라는 포장지가 아닐까 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그야말로 관광도 포함된 유랑이다. 유랑엔 방황이 제격이거든. 어디를 갈지를 몰라도 된다. 정해 놓은 것은 없다.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무작정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된다. 정한 루트가 없는 목적지가 없는 목적의 여행일는지도 모른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낯선 곳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여기는 어디인지, 나는 여기서 뭐 하자고 이렇게 방황하는지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 생겨야 겨우 여행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정착민은 유랑을 끝낸 사람들이다. 어디에 정착하기까지 어떤 유랑을 거쳐왔는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공간의 이동뿐만 아니라 각자가 살아가는 시간 또한 여행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래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도 앞서 경험한 적이 없는 낯선 시간이라 것. 혹자는 두메산골 산중에서 우주를 여행하는 상상을 할 것이고, 하루 종일 배낭을 메고 다녀도 늘 그 자리인 것처럼 살기도 한다. 그렇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낯선 시간으로의 여행이라 여기면 그나마 여행을 가볼 수 없는 사람이 둘러댈 여행 못간 것에 대한 그럴듯한 핑계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은 아니 올 것처럼 짐을 싸서 떠나는 게 진짜 여행은 아닐까 한다. 시간여행도 다시는 첫 출발지로 돌아갈 수 없는, 첫 출발지의 시간을 되짚을 수도 없는, 영원한 떠남의 여행을 꿈꾼다면 지금 떠나고 싶은 간절한 여행이 될지도.
개인적으로도 사진을 오래 찍어 왔던 터라, 어디 나들이라도 갈라치면 카메라부터 챙기는 버릇이 생긴지 오래되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도 좋은 그런 여행을 꿈꾸는 게 왜 이렇게 사치처럼 여겨지는 걸까. 나도 잘 떠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