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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절판
이 이야기가 실화라니, 믿기가 너무나 힘겨웠다. 책 표지 여자의 사진은 그냥 가상의 인물을 찍었거니 라고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그 눈빛에서 뿜어내는 알 수 없는 강렬함에 몸이 떨렸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표지를 장식한 그녀는 이 실화속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저 알 수 없는 눈빛의 강렬함은 그래서였구나. 라고.. 이제야 수긍을 할 수 있었다. 1998년 3월 2일 열 살의 나타샤 캄푸쉬 여자아이는 등교길에 서른살의 한 남자에 의해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8년. 정확하게는 3096일동안 범인의 지하방에 감금해 있었다. 그리고 그 믿기지 않는 시간들의 일들. 읽으면서도 감당하기 힘든 그 일들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 왔다. 그리고 드디어 2006년 8월 23일 그녀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를 찾게 되고, 그녀 스스로 이 책을 펴내게 되었는데, 표지 사진까지 널리 보여주다니.. 그녀의 대단한 용기에.. 놀랍기만 하다.
엄청난 실화. 이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납치된 이야기로부터 시작할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깨고, 조용하게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로 시작된다. 10살의 그녀는 보통보다 통통한 아이였고, 이쁜아이도 아니였다. 범인은 등교하는 이 아이를 자신의 차에 태워 납치한다. 납치후 이 아이가 범인에게 물었던 최초의 질문이 또 나를 놀라게 했다. 나타샤는 범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신발 사이즈가 얼마야?"
"나를 강간할꺼야?"
납치된 그 순간 한 최초의 질문으로 보기에는 얼마나 당돌한 아이인가? 신발 사이즈를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은 나중에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게 말할때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나타샤는 범인 프리클로필의 지하방에서 8년을 보내게 된다.
아이의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기 위한 것도 아닌, 10살의 여자아이를 납치한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범인 볼프강 프리클로필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타샤는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악한면과 선한면을 모두 보았다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보낸 이야기들을 보면 너무도 잘 알 수 있다. 5평방 미터의 방에서 범인은 나타샤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으며, 게임을 하기도 했다. 나타샤가 부모님을 그리워할때면, 너의 부모님은 너를 생각하지 않아. 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마음대로 나타샤가 하길 바랬으며, 심한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나타샤는 어땠을까..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부모가 가끔씩 때려도 그 부모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처럼, 나타샤는 자신도 그 범인을 증오했지만, 자신이 그곳에 갖혀있는동안은 오직 프리클로필 단 한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중요했다고 말했다. 8년의 시간. 감히 상상도 되지 않을 시간인데, 무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악몽이었다. 범인이 한 순간 나타샤에게 눈을 떼었을때, 용기를 내어 밖으로 뛰쳐나와 길가는 세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을때, 그들의 반응에 또 한번 경악했다.
나타샤에게 세상은 그 작은 지하방을 나와도 똑같았다고 얘기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용기있는 결심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는게, 소인인 나로서는 대단하다. 라는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범인이 저지른 죄는 정말 크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안타깝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범인도 그렇고 나타샤는.. 더 말해 무엇하랴.
이 일이 실화라서 더 끔찍하고, 엄청난 일을 겪은 그녀에게 이 세상에 나와서 더 큰 속박보다, 더 큰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