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여자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멜론 / 2011년 9월
절판


제목을 읽고서 대충 생각했던 스토리는 태엽감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시계 태엽감는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거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에머슨 부인을 이어서 엘리자베스를 말하는 거였음을... 그냥 통틀어서 이 두여자의 삶을 이야기하는거였구나.. 를 알았다.

에머슨부인은 7명의 자녀를 둔 아줌마로. 사실 아줌마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잘 꾸미는 노부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녀는 집에서도 구두를 신고 있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곱게 차리며 매일 매일을 생활하는데, 아이들은 모두 출가하거나 집을 떠나 생활하고, 남편은 죽은지 얼마 안된 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가정부 여자와 잡역부 남자하나를 부리며. 첫장부터 에머슨부인은 잡역부 남자를 짜르고, 낑낑대며 의자를 나르다가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인 젊은 처녀 엘리자베스를 만나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일을 구하는 중이었고, 에머슨부인은 새로운 잡역부가 필요했던 시점. 그녀는 바로 엘리자베스를 채용하게 된다. 여자가 잡역부라니.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 일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고, 혼자 사는 에머슨부인과 정이 드는데, 사람들은 그 집 사람들을 조금 이상하게 여기는 구석이 있었다. 가족 한사람 한사람 모두 뭔가 신경질적이고 침울하고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누구나 그런 점 하나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보는 에머슨부인 가족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는데도 사람들은 그들 가족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잡역부 일을 하면서 에머슨 부인의 아들 티모시를 만나게 되고, 그는 엘리자베스 앞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총으로. 이를 계기로 이 가족을 떠나게 되는 엘리자베스. 자신의 고향에 되돌아간 그녀는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식 당일날 떠나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에머슨 부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그녀의 곁으로 가게 되는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또다른 아들 매튜와 결혼하게 되고 그들 가족을 보살피는 가족의 일원이 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태엽감는 일을 하는 이야기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장면은 엔딩부분이었다. 문제가 있었던 가족 모두 한자리에 모여..(물론 마지막까지도 문제가 끊이질 않았지만 말이다.) 한 공간에 있는 그 마지막 장면이 꽤나 좋았다. 에머슨 부인의 또다른 아들이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방문했던 그 마지막에 그는 엘리자베스를 비난하고, 불쌍히 여겼지만, 정작 그 반대인 사람은 그런 시선으로 보는 그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머슨부인과 그녀의 아들.딸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이야기. 돌봐주고 돌봄을 받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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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Thirty - 젊은 작가 7인의 상상 이상의 서른 이야기
김언수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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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에 접어들면서, 이십 대 땐 징글징글하게 여겼던 삶을 답습하는 나를 본다. 비굴과 비겁 사이에서 헤매다 참, 치졸해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그나마 방황하는 자신을 안쓰러워하다가, 손쉽게 안아준다. 뭐 어쩌겠어. 현실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알리바이를 주는 데 익숙해졌다-38쪽

꿈꾸는 대로, 노력한 만큼 잘 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어이 인정하게 된 서른의 마음이란 어떤 걸까? 그들의 생각과 일상을 메우고 있는 지배적 감정은 뭘까? 죽고 싶다.... 아닐까?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삶에 열기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남아 있을 리 없고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웃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마음이다. 이런 생각은 갑자기 인생을 괜히 심각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죽고 싶은 마음이란 사실 대단한 감정이 아니다. 누군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거나 이유 없이 외로워지거나 맥락 없이 우울해지는 것처럼 죽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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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Thirty - 젊은 작가 7인의 상상 이상의 서른 이야기
김언수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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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막 지나온 서른이라는 나이는 뭔가 아쉽고, 힘겹게 지켜온 것을 자포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생각을 바꿔본다면, 그래도 뭐든지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지 않는가? 한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고, 진취적으로 생각한다면. 좀 더 의미부여가 되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인데, 정작 서른인 나는 왜이렇게 여유로운 것인가. 아. 나는 서른이야. 서른이야. 벌써 20대를 다 지나왔다니, 이럴 수 없어. 라고 한번쯤 생각도 해 볼 만한데, 아직 철이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만 같은 서른의 나이. 하지만 이 책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서른을 말하고 있는 책이다. 서른과 죽음.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도 싶지만. 20대를 지나고 서른이 된 남자. 여자들은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도전하고 죽음을 선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꽤나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폴폴 풍기고 있는데, 내심 이래선 안돼!! 라며 소리치며, 책 속 주인공들에게 반감을 가지며 읽어 내려간 책이 되었다.

서른이 되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을 결심하려 산 속 고시원에 들어간 한 남자. 특이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하마를 키우며 죽음을 준비하는 남자.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른의 한 남자. 죽거나 죽이거나 죽음을 고민하는 서른살의 이야기들이 총 7편 담겨져 있다.

서른인 혹은 서른을 지난 젊은 작가 7명이 각각 한편의 단편들을 쓴 책이다. 말했듯이 죽음과 서른이라는 나이와 연관지어서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흘러서 그런지 내 타입의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좀 더 서른에 대한 깊고. 얕은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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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없어라 - 김한길 에세이, 개정판
김한길 지음 / 해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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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지 못했었다. 이별이 때로 값진 것은 새것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헤어지는 헌것들과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이별은 또다릉 재회이며, 그래서 이별은 그리움을 키우는 높은 이자의 빛이라는 거. 코끝이 빨개진 미나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꼬옥 쥐어주었다-16쪽

학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거짓말쟁이로 치부해 버렸던 내 생각은 어쩌면 수정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연과 막연의 뒤엉킴 속에서 질서와 법칙을 끄집어 내는 작업은 그런대로 재미있기도 할 테니까. 인생에 대하여 주시하고 그것이 품고 있는 비밀한 규칙을 터득할 수가 있다면. 그래서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스스로 오만할 수가 있다면, 나는 참으로 느긋하게 한세상 살다가 가련마는-124쪽

처절한 외로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삶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말은 반쯤만 옳다. 왜냐하면 너무나 지독한 외로움에 찌들어버린 사람은 삶에 대해 소리 내어 말하지 말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건 말하자면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142쪽

인생은 한마디의 농담 같은 거라고 지껄이고 간 놈은 대체 어떻게 한세상을 살고 갔을까. 정말이지 더도 말고 농담쯤이기만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자꾸만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왜, 무얼 위해서라고 할 때 나는 대답할 말이 궁색해진다. 벗어날 길이 없을까.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은 자꾸만 이런 질문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든다.-154쪽

삶이란 그런 거였다. 밥이 없으면 라면이라도 먹어야 하고, 라면에게는 모욕이 될지라도 밥을 원치 않을 도리가 없는 게 삶이었다. 저기서 살지 못하면 여기서라도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지 못하면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었다. 하찮게 구질구질하게 참으로 보잘것없이라도 꾸역꾸역 살아야 하며 그렇다고 이런 삶에 만족해서도 안 되는 게 인생이었다. 망설이지 말고 감이라도 먹어야 하며 그렇다고 감으로 만족해서도 안 되는 게 삶이었다. 나는 지금, 미나가 사온 감을 눈앞에 놓고 어쩔까 망설이고 있는 참이다-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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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없어라 - 김한길 에세이, 개정판
김한길 지음 / 해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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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1982년도에 시작해 1983년까지 문예지에 연재한 원고인 <미국일기>로 출간한 것을 제목을 바꿔 이번에 새로 책으로 내신 것이 이 책이다. 김한길 작가는 익히 잘 알고 있는데도, 그의 책들 중 마땅히 기억에 남지 않는 것 한 권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이제는 이 책이 그의 이름과 함께 <미국일기> 라는 제목으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 그가 군에 입대하고 4달간 쓴 일기인 <병정일기>와 졸업을 앞둔 작가가 쓴 <대학 일기> 두편이 더 실려 있어 읽는 재미에 쏠쏠함을 더 해준다.

한국을 떠나야만 했던 그 시절. 김한길 씨는 뭐랄까.. 우울해 보였다. 아내와 함께 떠난 미국. 그곳에서 그는 아내와 함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전전했었고, 주유소 밤일과 햄버거 집에서 쿡 헬퍼를 하며 돈을 벌었고, 공부까지 겸했던 그 시절동안의 일을 하루하루 간간이 일기로 남긴 것이 이 <미국 일기> 에세이다. 그의 진솔하고 짠한 이야기에 마음이 와닿아 한 남자의 일기를 읽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라는 생각을 했다. 꼭 그의 집에 침투해서 구석 한켠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김한길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읽었던 것 같다.

이혼한 첫아내와의 미국생활. 그 두사람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는데... 이유는 적혀 있지 않은 제일 마지막의 그들의 이혼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아이를 가지고, 낯선 곳에서 시작한 그들의 결혼 생활.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 이 <미국 일기>가 그에게는 참으로 뜻깊은 글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주유소 밤일에 관한 것이었다. 조금만 기름을 넣어달라는 외국인. 무수히 밤거리를 걷는 몸을 파는 여자들. 급여를 미루는 사장과의 한판승부. 등등. 그가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 이 일기는 허전한 가슴을 이야기함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행복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오랜만에 읽는 남자의 일기.. 그리고 그 미국생활. 재미있게 빠져들며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왠지 모를 외로움에 사무쳐야 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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