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에 접어들면서, 이십 대 땐 징글징글하게 여겼던 삶을 답습하는 나를 본다. 비굴과 비겁 사이에서 헤매다 참, 치졸해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그나마 방황하는 자신을 안쓰러워하다가, 손쉽게 안아준다. 뭐 어쩌겠어. 현실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알리바이를 주는 데 익숙해졌다-38쪽
꿈꾸는 대로, 노력한 만큼 잘 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어이 인정하게 된 서른의 마음이란 어떤 걸까? 그들의 생각과 일상을 메우고 있는 지배적 감정은 뭘까? 죽고 싶다.... 아닐까?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삶에 열기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남아 있을 리 없고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웃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마음이다. 이런 생각은 갑자기 인생을 괜히 심각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죽고 싶은 마음이란 사실 대단한 감정이 아니다. 누군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거나 이유 없이 외로워지거나 맥락 없이 우울해지는 것처럼 죽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