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김현 지음, 산제이 릴라 반살리 외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11월
절판


기억되는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퇴색되어간다. 증오도 분노도 회한도 미련도 결국엔 먼지처럼 스러지게 된다. 죽음을 준비하는 자에게 그 모든 인간적인 감정은 공허하고 허허로울 뿐이다. 죽음은 모든 것에 선행한다. 그럼으로써 지나온 것들을 잊게 한다. 용서하고 놓을 수 없다면 망각이라도 해야 한다. 이튼이 원하던 죽음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힘겨운 바람이 되어가고 있다-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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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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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다음으로 두번째로 만나는 박영규 작가의 책인데, 이번에는 순종에 관한 역사소설이다. 힘이 없는 왕이란. 역사의 뒤안에서 보면, 뛰어난 업적을 남긴 왕과 견주어 볼때 얼마나 많이 무시당해 왔는가 싶다. 나약한 왕. 외면받아왔던 왕을 되살리기 위해, 박영규 작가는 썼다 한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외면해 왔고, 기피해온 순종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 한번도 강한 왕이었던 적이 없었던 사람. 궁궐에 살았지만 한 번도 군림해본 적이 없는 사람. 평민의 삶을 더 부러워했던 사람이 그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중에서도 성공하고 화려하게 살기보다, 나서기를 두려워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 왕들중에서도 그러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왕의 위치를 부담스러워 한 사람. 왕으로서 성공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사람.

순종은 강한 왕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스스로가 그게 잘 안되는 사람이었다. 일본 앞잡이가 된 신하들 앞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던 그의 모습은 정말 답답해 보인다. 가고 싶지 않았던 도쿄로의 여행.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대한민국과는 완전 다른 생활상을 보고 놀라고, 그만큼 더 자신의 무능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책을 읽으면서 박영규 저자가 느겼던 것처럼 나또한 순종에 대해서,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화가 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그런 모습들이 왠지 모를 가슴 짠함으로 다가왔다. 순종의 도쿄방문기. 이런 마음으로 한번쯤 읽어보며,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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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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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이 죄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나약함이다. 나라 잃은 군주가 충성스런 신하를 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이다. 그자들은 단지 충성을 바칠 주군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주군을 찾은 것이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다. 그자들의 잘못이 아니다-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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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식인의 죽음 - 김질락 옥중수기
김질락 지음 / 행림서원 / 2011년 11월
품절


너무나 자유스럽다는 것은 반드시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거나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게을러졌다고 주장하는 따위는 모두 옳다고 할 수 없다. 자유를 가리켜 모든 필요가 충족된 상태라고 우겨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해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자유를 억압당하고 자유를 빼앗긴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이 이유 없는 반항으로 스스로 자폭하거나 걷잡을 수 없는 사상의 방랑자가 되는 것은 반드시 우리의 현실이 절망적이라거나 우리의 불행이 역사적 유산이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86쪽

따지고 보면 인간의 지혜란 대단한 것 같으면서도 무력하고 하잘것없다. 무엇이 옳고 그런가 하는 진위판단을 함에 있어서 인간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여 왔던가. 우리는 어떤 사물을 남에게 들었다는 것을 자기 신념의 기준을 삼아서는 안되며 오히려 그것을 전혀 듣지 않는 것 같은 위치에 자기 자시늘 두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믿지 않도록 되어야 할 것이다. 믿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대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믿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동의이고 우리의 이성의 흔들리지 않느 소리라야 하며 결코 타인의 것이어서는 안된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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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식인의 죽음 - 김질락 옥중수기
김질락 지음 / 행림서원 / 2011년 11월
품절


김질락. 한 인물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북한한의 무력남침에 대비한 사전 공작으로 조직된 단체인 통일혁명당 사건의 핵심부였고, 39살의 나이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 당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옥중에서의 적은 고백록 형식의 글로, 이번에 다시 재발간 되었다. 그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행동한 것을 옥중에서 뉘우친, 단순한 고백록인줄 알았는데, 그것을 차지하고서, 나는 무엇보다 그가 북한에서 보낸 약 20일간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 아니. 희망? 을 가졌었는데, 20살이 된 이후 그리고 점점 시간이 지난후 통일에 대한 생각은 점점 무뎌져 버린 듯하고, 통일은 안 될 꺼라는 생각을 했고, 통일은 이뤄져선 안되다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써내려간 북한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읽으면서.. 그냥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민족이지만, 같은 것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그들에 대해서... 안타까웠다. 김질락이라는 한 인물에 관해서보다는 여러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을까 한다.

어렷을적부터 자신의 삼촌인 김종태 라는 인물로 상당한 영향을 많이 받아온 김질락씨는 이 공산주의혁명도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것 같아 보인다. 삼촌으로부터 <청맥>이라는 잡지의 발간을 권유당한 그는 서울로 올라와 삼촌 김종태와 함께 사업을 하게 된다. 그는 삼촌을 경멸했지만, 그와는 조금 다른 민주적인 방식으로의 공산주의를 생각하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는데.. 어느날 삼촌은 북으로부터 그와 이민규를 북으로 올려보내 교육을 받게 하라는 지침이 왔다는 것을 전해듣고, 북으로 가게 된다. 여기서 그 과정이 상당히 놀랍다. 북한이 아무렇지도 않게 남한을 왔다갔다 했었다니...

사실, 이 책의 초반부는 상당히 지루하게 흘러갔다. 김질락씨 본인이 어떻게 <청맥>의 잡지를 발간하게 되었는지, 김종태 삼촌과의 이야기와 정치적으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사귐등을 이야기하는 글이어서, 내용도 살짝 어려워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는데, 그와 이문규가 북으로 가면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워진다. 실제 북의 생활과 상층의 생활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

북으로 간 김질락씨의 눈으로 본 생활은 그가 생각했었던 그런 생활들이 아니었다. 남한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무척 가난하게 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보다 더 심했고, 사람들은 얼굴에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한낮의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고,(모두 해뜨기 전부터 일을 하러간다.심지어 여성도 삽을가지고 아침일찍 일하러 간다.) 어느 날 강변에 멍하게 앉아 있는 한 학생의 얼굴에서는 어두움밖에 없었다. 그가 본 북한의 생활.. 참담했다.. 그리고 그는 책의 마지막에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고 적혀 있었다. 아마 이 글이 세상에 나왔을때 많이 놀라웠을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지금도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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