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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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척의 배위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유유자적하게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이의 모습이 여유롭다. 구부정한 그 뒷모습이 애잔해 보이면서도 모든 것을 통달한 이처럼 보인다. 장자의 말년 모습이 저리하였을까? 55세부터 10년동안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등용해 달라고 어필하였지만, 성과는 없었던 그의 외로움이 저 뒷모습에서 묻어난다. 하지만, 그는 결코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았으리라.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던 저자 강상구 선생님의 두번째 신간이다. 고루하고 지루하기만 한 고전을 쉽고, 재미나며 그만의 느낌으로 담은 글이 그대로 이 책에 실려있었다. 사실 장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적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현재의 신랑과 연애 시절에 장자에 관한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부터 였다. 그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니, 장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책도 찾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 영화에서 장자는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렸지만, 그 어떤 권력의 우위에 서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허름한 곳간 같은 곳에서 지푸라기로 무언가를 엮는 그의 모습과 그를 따르던 수많은 제자들의 모습이다.

 

손자병법보다 10배, 논어보다 4배에 해당한다는 저서 <장자>는 6만 5천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방대함을 눈으로 직접 본다면 놀랄 것이다. 영화속 장자는 어딘가로 이동할때 수많은 책들과 함께였다. 책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역시 장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에도 말이다. 그 방대한 책 속 중에 한구절 한구절을 이 책에 담아놓고 그에 대해서 저자만의 이해로 설명하고 이야기한다. 이 책이 더욱더 매력있게 다가오는 점은 유럽의 고전과 사건들을 함께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절대 지루하지 않는 장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자에 대한 한 마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장자의 말씀은 무위자연. 산으로 들어가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이라고 한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겪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태어난 진짜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그 안에서 상대의 본성을 존중하고 스스로 빈배가 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자와 장자중 장자 쪽으로 기울지만, 무조건 장자를 옹호하는 글을 쓰지는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말하고자 한 그의 책이 '장자' 를 만나면서 한층 더 빛나 보였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무위자연에 대해서 한번쯤 더 생각해 볼 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

 

 

 

 <수상록>을 쓴 몽테뉴는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매달릴 시간에 자신의 본성을 좀 더 들여다보라고 충고했다. "아는 것은 그대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불확실한 추측으로 그대를 짐작한다. 그들은 그대의 기교를 보는 만큼 그대의 본성을 보지 못한다. 그들의 판결에 매이지 마라. 그대 자신의 판결에 매여라. " (p.34)

 

에픽테토스는 인생살이를 우아한 파티 참석에 비유하기도 했다. 누가 먹을 걸 갖다주면 겸손하게 받아먹는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권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그럴 때 일부러 불러 세우는 건 교양머리 없는 짓이다. 내게는 왜 안주냐고 따지고 드는 건 더욱 안 될 말이다. 내게 아직 안 왔으면 기다리면 된다. 어차피 내게도 기회는 오니까. 이상하게 뭘 해도 꼬이기만 할 때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뭘 해도 안 된다. 파도가 오지 않은 때다. 기다려야 한다. 긴장은 풀고 마음 편하게, 그러나 새로운 파도에 언제든 올라탈 준비는 마친 채.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흐름을 따라가야 편하다. 결을 거스르면 피곤하다. 힘 빼고 결을 따르면 된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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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독서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근본적 읽기의 기술
에밀 파게 지음, 최성웅 옮김 / 유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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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는 현재 단단하게 읽혀지고 있는가?

 

학교를 다닐때 책대여점에서 한달에 두서너권 빌려 읽던 책들이 대학을 졸업하고선 점점 읽는 량이 늘어나 한주에 두서너권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책의 양이 늘어났다고 해서 책을 읽는 속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남들은 많은 책을 읽으면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는데 나는 왜 그대로인가?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었고, 서점에서 이런 독서 관련 도서의 문구를 접할때는 왠지 모르게 뜨끔하기도 했었다. 프랑스인들이 100년간 즐겨 읽었다는 독서법의 고전인 이 책! <단단한 독서>를 통해서 나의 독서법에 어떤 잘못된 점이 있는지 하나하나 꼬집어 봐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단단한 독서의 방법 두가지는 이것이다. 느리게 읽고. 거듭 읽어라. 나의 천천히 읽는 독서법은 틀린 방법이 아니었다. 하긴, 본인만의 독서하는 방법에 어떠한 것이 맞고 틀리다라는 것이 있을수 있겠냐마는. 천천히 읽는 습관은 계속 고수하면 될 것이고. '거듭 읽어라' 라는 이 문장은 나의 마음을 자꾸 자극하게 만들었다. 한번 읽은 책은 다시 들춰보지 않는 나에게는 비수와 같았다. 한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고, 다른 읽을 책들을 무수히 놓아둔 채 그 책을 다시 앞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도 어려운 숙제였다. 세상에 읽을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책들을 놔두고 읽은 책을 다시 읽겠냐고. 코웃음 쳤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거듭 읽어라! 라고 하는 이 문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여러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알차게 읽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의 독서법에 조금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독서법에 대한 것을 넘어서 에밀 파게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까지 곁들인다. 진정한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면 글을 분명히 쓸것이다. 라고 그는 결정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명히 글을 쓸것이니, 그래서 그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데카르트, 플라톤, 라로슈포코를 비롯해서 그들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느리게 읽고, 거듭 읽으라고! 희극을 보는것과 읽는 방법, 그리고 난해하고 조악한 작가의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그만의 단단한 독서법을 천천히 말해주었다. 프랑스인들이 왜 이 책을 100년간 즐겨 읽은 고전법의 고전이라고 일컫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자, 당신의 독서법을 좀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해

조언해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책 읽는 즐거움을 되외시한 비평적 독서는, 생트 뵈브의 말마따나 무미건조로 점철된 특별한 종류의 즐거움만을 제공할 따름이다. 극작가 사르케가 생의 마지막 시기에 했던 말도 설득력이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 말할 거리를 찾아야 하는 독서는 정말 진력이 다 나더군. 더는 책을 읽는다고 볼 수도 없어. 책에 자신을 내던지는 독서를 해야 하는데,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이야. 작가의 품 안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서의 독서지." (p.11)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가장 강한 감정은 바로 우리가 살면서 본 것들을 소설에서 다시 볼 때 생겨난다. 그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더욱 명확하고 더욱 두드러진 방식으로 말이다. 어떤 성격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옳지만, 그 상식은 일반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 종합적이지만 고정되지 않은 채 떠다닌다. 우리가 책에 넋을 빼앗기고야 마는 것은 그 상식을 소설 속에서 더욱 강한 빛으로 조명하여 다시 발견하기 때문이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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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연말정산 완전정복 - 한 번만 읽어도 50만 원 돌려받는
유흥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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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벌써 연말정산을 신경써야 하는 달이 왔구나. 싶었다. 아니, 벌써?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갔는지. 작년 신랑 연말정산 준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4년 한해의 소득을 연말정산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정말 시간이 유수와도 같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내년에는 얼만큼 제13번의 월급을 더 받을수 있을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실, 나는 연말정산을 알면 알수록 더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혼전 직장생활을 할때, 내 업무가 연말정산을 하는 일도 포함하고 있었기에, 그때 국세청에서 강의하는 연말정산 교육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때부터 연말정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돌려받기 위해 잘 배분해가며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한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솔직히 해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바뀌니까 매년 공부해야 하는것도 사실이다. 2015년 연말정산, 지금은 좀 늦은감이 있긴 하지만 알차게 챙겨보도록 하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했다.

13월의 보너스. 하지만 재작년부터 였을까? 13월의 보너스가 아닌 난데없는 세금폭탄이 되었던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해마다 바뀌니 더 업기만 하다. 이 책은 연말정산 관련해서 완전 초보이신 분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연말정산의 의미와 한해 소득, 그리고 얼마를 공제받을수 있는지, 서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지루하지 않고 아주 쏙쏙 들어오게 설명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고, 실무 초보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고, 이해가 쉬웠다는게 메리트가 있는 책이다.

 

사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연말정산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본인이 아는 만큼 챙겨가는 것이다. 아직도 연말정산을 하는것조차 알지 못한 많은 분들이 계시다. 다만 회사에서 제출하라고 하니, 의무적으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서류를 인쇄해서 내시는 분들도 많다는 말이다. 각회사에서도 이런 분들을 위해서 연말정산 교육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알면 더 가져가고 싶은게 사람 심리이니까. 아무튼 2015년 연말정산 이 책으로 좀 더 도움을 받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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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 세상 모든 여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알파맨으로 사는 법
남인숙 지음 / 해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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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에 읽었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라는 책의 저자인 남인숙 작가의 신간이다. 이번에는 남자다! 여자작가가 남자의 인생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잘 알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는 50명의 남자분들을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20대가 아닌, 30~40대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한 알파맨들을 말이다. 그들은 20대를 치열하게 보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20대를 보냈던 것일까? 그들만의 인생 조언들 54가지의 비밀이 책속에 숨어 있다.

 

나의 20대에 저자의 책을 만나서 많은 부분 좋은 글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30대에 다시 저자의 책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또 그 시기가 지났어도 많은 부분 배울점들이 역시나 많다는 것을 깨닫는것은 참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도 해본다. 50명의 알파맨들의 가장 중요했던 점은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그들에게는 무엇인가를 다시 해볼수 있다는 용기가 있었고, 그것이 잘 될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비록 실패했었을지라도.

 

사실 남자의 인생에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굳이 20대 남자들만 읽으란 법이 없는 책이었다. 20대 이하의 남자도, 그리고 그 이상도, 또한 여성들이 읽어도 다 해당될 좋은 글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이러저러한 복잡하고 달성하기 힘든 계획들을 세우는 것보다 하루하루 단순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알파맨들의 조언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 성공한 그들은 깊은 생각없이 눈앞에 있는 일들에만 그때그때 집중하며 살았었고 그런 파이팅이 그들의 성공을 이루었던 것이다.

 

남자의 20대는 군복무 때문에 여자들보다 훨씬 짧게 느껴져서 20대에 이미 성공을 했다는 사람이라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남자의 30대에는 아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알파맨들처럼 매일 하루하루를 긍정적인 마인드와 그날 그날의 실천에 따른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만족할만한 성과들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남자들, 파이팅! 하길 바래본다. 그리고 여성들도 파이팅!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20대의 안정은 상황에서 오는 게 아니다.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과 경륜이 없는 20대는 누구나 쪽배 하나 타고 비바람 부는 바다에서 흔들리고 있는 처지다. 오히려 안정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의한 것이다. 쪽배 위에서 파도에 시달리고 있다면 바다가 얼마나 막막한지, 여기서 좌초된다면 어떻게 될지에 골몰하기보다는 키를 단단히 잡고 배의 중심을 잡으려 애를 써야 한다. B의 말대로 한 번에 하루씩을 살며 '오늘'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항구에 닿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37)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더라도 앙갚음하려 애쓰지 말라. 가만히 강가에 앉아 있으면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지니." 노자의 말이다. 사회에 나가 부침을 겪으며 살아나가는 가ㅗ정을 지켜보면 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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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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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의 신간 장편소설이다. 이 책 또한 영화로 상영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연꽃 빌라 사람들의 생활이 조용히 표현되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독신의 몸으로 작은 방에 일 없이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 중에서 특히 일본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주인공 교코씨 또한 무직으로 세평짜리 빌라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 빌라의 이름은 연꽃빌라. 그녀의 나이는 적지 않은 마흔다섯 살이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을 떠나 연꽃빌라에서 혼자 자립한 그녀의 생활은 여유롭고 찬란하기만 하다.

 

교코씨가 마흔다섯 살에 유명한 광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잔소리 심한 엄마에게서 벗어나 정착한 곳이 연꽃빌라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쉴새 없이 일만 하고 집과 직장을 오갔던 그녀는 연꽃빌라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시간을 보낸다. 사실, 그녀가 그런 결정을 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인생의 아무런 즐거움도 모르며 가족을 위해 일만 하다 55세의 젊은 연세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교코는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으로 한달에 10만엔씩 쓴다면 평생을 놀면서 살수 있겠다는 계산으로 연꽃빌라에 정착했다.

 

주택가 안쪽 구석에 위치한 세평짜리 연꽃빌라는 한여름에는 모기와 사투를 벌이고, 겨울에는 추위에 꽁꽁 얼어붙는 낡은 빌라였다. 하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교코는 그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엄마는 그곳을 '더러운 곳'이라며 고개를 저어대고, 변함없이 굴지만 교코는 그런 말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교코는 이사하고 처음 얼마동안은 할일이 없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지만, 곧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면서 옆방의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그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생활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너무도 평온해 보였다.

 

연꽃 빌라의 선배 주민인 할머니 구마가이씨와 직업이 '여행가' 라고, 외국인 남자를 좋아하는 고나쓰라는 아가씨. 그리고 폭력을 일삼는 주방장에게 요리 수업을 받으며 고군분투하는 사이토군. 연꽃빌라 이웃들과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들이 교코의 조용한 일상에 큰 재미를 안겨 준다. 평생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우리만의 연꽃빌라를 마음속에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흐르는 강물에 제 몸을 맡긴 사람은 기분 좋게 흘러가지만, 도중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는 사람에게 현실은 고달프다. 아무 생각 않고 매 순간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흘러가는 데 능숙해져 오히려 그쪽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p.55)

 

결국은 스스로 정해야 하더라고. 가족이 있어도, 무슨 일을 하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거야. 누군가를 흉내 내는 건 할 수 없어. 너는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으니까 시간이 나서 뭔가를 생각해 보고 싶다면 앞으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때?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거기서 또 생각을 해야 돼 하고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잖아. (p.141)

 

조금은 어른이 됐구나 싶어 교코는 스스로를 살짝 칭찬했다. 부족할 것 없는 주거 환경에서 에어컨 신세를 지며, 창밖이 어떤 날씨이건 간에 쾌적하게 지내 왔던 삶 쪽이 오히려 가짜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본래 인간은 이렇게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래?" 하고 중얼거리며, 어느 때는 감사하고 또 어느 때는 당혹스러워하면서 서로 타협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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