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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ㅣ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평점 :
입양된 한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과,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그린 책이다. 한때 입양 열풍이 불었던 때, 갓난아기부터 시작해, 아장 아장 걷는 꼬마 애기들이 공항에 어른들 손을 하나씩 잡고, 티비에 나왔던 모습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은 현재 잘 살고 있을까... 또 그들은 행복할까? 라는..
고아원에서 자란 나는 몸에 흉터 투성이의 남자아이이다. 고아원에서 말을 잘 듣는 축에 속하는 아이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귀엽게 생기지도 않은 그런 아이. 몸 군데군데 난 흉터는 어디서 생긴지도 잘 모르는 아이.. 어느날 고아원 집 안으로, 들어오는 우락하게 생긴 이슬람 남자를 보고, 왠지 모를 따뜻함이 밀려온다. 하산 아저씨는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남자로 이슬람사람이다. 양자를 들이기 위해, 고아원으로 온 이 사람은 나의 손을 잡고, 아들로 입양하게 된다.
왜 이슬람 남자가 자신을 양자로 들였는지. 많고 많은 고아원 아이들 중 아주 평범한 자신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정육점 아저씨의 아들로서의 삶이 시작하면서, 충남식당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줌마와, 그리스에서 온 야모스 아저씨. 등등.. 타지생활을 하는 외국인 사람들 틈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하산아저씨는 이슬람의 종교때문에 육식을 하지 못하지만, 정육점을 운영하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기엔 우락부락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하산아저씨. 입양된 아이는 이 하산아저씨와 함께 살면서, 그의 따뜻함과 동시에, 하산 아저씨의 상처도 보게 된다.
허름한 골목에 사는 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입양된 아이를 포함해서 모두 제각각의 아픔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다만 조금 껄끄러웠던 점은, 이 입양된 아이가 인생을 대하는 생각들이 정말 인생 다 산것 같은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표현들 같다는 느낌이 와서 그 점이 좀 걸리긴 했다. 아무리 불운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라고 할지라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조금은 맑은 부분도 있었으면 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아이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도 어른스러웠다.
하산아저씨의 마지막.. 아이는 하산아저씨에게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단어를 내뱉었고. 자신이 입양한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은 끝난다. 약간은 우울한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로, 입양한 아이의 상처받은 삶과 정육점을 운영하는 하산아저씨의 삶이 함께 곁들인 책이었다. 그냥.. 읽는내내 약간 우울했지만.. 그냥.. 그럭저럭 정도.
나는 사람이 사람을 배우는 건 타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서라고 생각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건 나 자신뿐이니까. 심지어 잠든 동안에도 나는 나를 떠날 수가 없다. 하루 스물네시간 나 자신과 마주치며 살아야 한다. 고통스러웠다. 그럴수록 나 자신을 더 학대하고 싶었다. (p.14)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에 익숙해지기가 어려웠다. 불행과 비극은 온전히 타인의 것일 때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았다. 사람은 결코 자신과 닮은 타인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과 닮은 이들. 가난하고 억압받고 무시받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인간이 그처럼 한없이 나약하다는 것, 저 불결하고 끔찍한 인관과 내가 전혀 다르지 않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