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8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막바지에 이를때가지 해피.. 엔딩으로 끝나, 케말이 퓌순의 집에 매일밤 가서 그들의 가족들과 저녁시간을 함께 했던 그 공간을 행복한 순수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나..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 퓌순을 기리기 위해 만든 박물관.. 그러므로. 퓌순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케말은 파혼 후 다시 만난 퓌순의 결혼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 퓌순 가족들의 저녁식사 시간에 8년동안 일주일에 4번정도 참석하게 된다. 퓌순이 유부녀가 되었음을 알게 된 그 순간 이후에도 케말은 매일 저녁, 그들 가족의 저녁식사시간에 오직 퓌순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리고 다시 퓌순의 물건들을 훔쳐와 자신과 퓌순의 그 공간에 갔다 놓았다. 어떻게 보면, 케말의 이 행동들이, 아주 깊은 집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미 유부녀가 된 그녀이지만, 그녀의 물건을 훔친다거나, 매일 저녁 들른다거나 하는.. 하지만 전혀 그렇게 불순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의 한 여자에 대한 순수한 마음과 사랑이, 왜 이리 애틋해 보였는지..

그런데, 퓌순이 이혼을 하게 되면서, 케말의 사랑은 빛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합.. 곧 결혼을 앞두고 두 사람은 퓌순의 어머니와 케말의 운전사 아저씨. 이렇게 총 4명이 행복한 파리 여행을 시작한다.  그날밤, 케말과 퓌순은 행복한 사랑의 밤을 맞이하지만, 다음날 아침 술에 취한 퓌순의 운전으로 케말의 사랑은 다시 좌절의 아픔을 맛본다. 오직 그녀를 위한 순수 박물관. 케말은 그렇게 이 순수 박물관을 세우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오르한 파묵이 이 순수 박물관을 책에 나오는 그 지역에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단 한 여자만을 위한 박물관. 그녀가 쓰던 물건들과 체취가 담겨져 있는 순수 박물관. 오르한 파묵이 만들어 놓은 책의 환상과, 직접 존재하는 퓌순의 순수 박물관. 책에서 빠져나와 그곳의 박물관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도 강렬했던 작품이었다. 오르한 파묵 작가의 빠져들듯한 멋진 작품이었다..

케스킨 씨네 집 식탁에 앉아 있던 팔 년 동안, 나는 퓌순이 피운 4213개의 담배꽁초를 가져와서 모았다. 한쪽 끝이 퓌순의 장미꽃 같은 입술에 닿고, 입속으로 들어가고, 입술에 닿아 젖고 입술에 바른 립스틱 때문에 붉은색으로 멋ㅁ지게 물들어 있는 이 담배꽁초 하나하나는, 깊은 슬픔과 행복한 순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아주 특별하고 은밀한 물건들이다. (p.199)

 여자와 남자가 단 둘이 만나지 못하고, 마주 보며 대화하지 못하는 나라에는 사랑이 있을 수 없다. 왜 그런지 아니? 남자들은 적당한 여자다 싶으면, 착한지 나쁜지, 예쁜지 못생겼는지를 보는게 아니라, 몇 주 동안 굶주린 동물처럼 달려들기 때문이야. 그게 습관이 됐어. 나중에는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이런 곳에서 사랑이 존재할 수 있겠니? 절대 너 자신을 속여선 안 돼.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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