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절판


어떻게 내가 그녀에게 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생각과 행동이 서로 조화를 이루거나 아니면 서로 어긋나곤 하는 현상의 표본을 당시의 사건에서 발견하게 된다. 나는 생각을 해서 결론을 이끌어내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 결론에 집착한다. 그리고 나서 깨닫는다. 행동은 별개의 것이며 결정은 따를 수도 있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23쪽

나는 <오디세이>를 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읽었으며 그것을 하나의 귀향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귀향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똑같은 강물에 결코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사실을 앍 있는 그리스인들이 귀향을 믿겠는가. 오디세우스는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출발하기 위해서 귀향하는 것이다-194쪽

우리의 인생의 층위들은 서로 밀집되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나중의 것에서 늘 이전의 것을 만나게 된다. 이전의 것은 이미 떨어져 나가거나 제쳐둔 것이 아니며 늘 현재적인 것으로서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나는 이 사실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그것이 정말로 참기 어렵다고 느낀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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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품절


천재가 둔재로 변해가는 그 상실감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상실감을 언니는 모를 거야. 난 옛날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해. 그저 읽기만 하면 그게 다 외워졌어.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난 보통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했어. 이 쉬운걸 왜 끙끙거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낸겐 세상이 너무 쉬웠어. 아빤 한의사가 되라고 했지만 난 의사 같은 거 하기 싫었어. 더 큰 걸 하고 싶었어. 제대로 큰물에서 놀고 싶었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꿈이 점점 작아졌어. 보통 사람들처럼 머리가 보잘것없어졌어. 하지만 죽어도 평범한 사람만은 되기 싫었어. 무서웠어. 나중에 평범한 사람이 되고 나서는 뭐든지 되고 싶었어. 뭐든 좋으니까 사회가 인정해주길 바랐어-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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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품절


고예나. 작가. 어린나이에 첫 소설 <마이 착퉁 라이프> 로 등단했다. 2년전 그녀의 그 첫 소설을 읽고 상당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두번째로 만나는 이 책. 첫번째 표지를 넘기니, 작가의 프로필과 그녀의 사진이 등장한다. 처음 든 생각이, 글 쓰는 작가가 너무 이쁘다는 것! 물론 글쓰는 작가가 이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지만, 글만 쓰기에는 너무 이쁜 외모잖아! 라고 속으로 소리쳤다.

어린나이에 오늘의 작가상으로 등단해 두번째 소설을 쓰기까지 많은 맘고생도 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녀의 첫번째 소설에서 받은 신선함과 약간의 기대(왠지 고전의 작가들보다, 함께 시대를 지나가면서 작가가 쓴 글들을 한권 한권 읽어내려가는 기쁨은 또 다른 기분이 들게 한다. )는 나에게 더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책의 제목만 보면, 연인의 이야기인줄 넘겨짚었는데, 자매의 이야기였다. 글쎄, 나는 언니나 여동생이 없어서 이런 기분을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왠지 동감가고, 너무 코믹하게. 또 살짝 감동도 섞인 책이었다. 여작가는 따뜻한 불행의 이야기보다는 차가운 행복이 전해지도록 쓰고 싶었다고 한 그녀의 의도가 너무도 잘 전해져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권지연. 권혜미 자매. 앞에 먼저 읊은 사람이 동생이다. (책의 진행이 이렇게 시작되므로 나도 따라함. ㅋ) 어릴때부터 머리가 좋고, 미모가 뛰어났던 동생. 그리고 특별히 공부를 잘하지 않았고, 미모도 동생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던.. 평범한 언니. 그러나 언니 혜미는 첫 소설로 작가로 등단하면서 동생보다 한발 먼저 앞서계 된다. 그리고 성격부터 시작해서 상극인 두 사람의 한집살이가 아주 재미있게 그려진다. 자매라는 이름은 글쎄. 상극이면서도 그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싶다.

고예나 작가의 본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언니인 혜미처럼, 첫소설로 등단했고, 여동생이 있으니, 그녀의 성격이 소설 속 혜미처럼, 또 그녀의 동생이 지연처럼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매간의 이야기를 잘 살려낸 것 같아 참 재미나게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나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잘 해줄수 있을텐데. 쩝. ㅋㅋ 다음 그녀의 세번째 소설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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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2
마르시아스 심(심상대)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11월
품절


잠들지 못하는 밤이 나날이 늘어가기만 했습니다. 사랑도 운명도 이유가 되지 아니하였습니다. 인고의 정신도 예술가로서의 자만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가슴은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에도 영영 식을 줄 몰랐습니다. 사랑은 여전히 몸속 깊은 곳으로부터 배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166쪽

여보게, 자네는 더없이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야. 그러나 인생이란 놈은 그런 것만으로는 만족치 않는단 말일세. 이를테면 교활하든가, 무모하든가, 아니라면 어리석음 같은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네. 왠가 하면 인생이란 게 대체로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지. 내가 보기에 자넨 누군가 아주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모양이로구만-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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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2
마르시아스 심(심상대)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11월
품절


책의 제목 그대로 사랑과 인생에 관한 딱 여덟 편의 소설이 담긴 책이다. 다만, 내가 읽은 느낌은 조금 서걱서걱하고 우울한 내용의 소설들이라,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종류의 책은 아니었다. 오늘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분. 박완서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참으로 슬픈 하루였다. 그분의 글 정말 좋아했는데, 더 많은 좋은 글들을 만나뵐수 없다는게 슬플 뿐이다. 거기에다 이 책의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의 책을 읽으니 더 기분이 가라앉아 버렸다.

남편과의 오후 공연 약속 때문에 공연장에 나온 여자.. 약속 시간은 4시인데, 나와놓고 보니 2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남편의 제자인 한 남자와의 정사. 이건 정말 이해할수가 없었던 내용이었다. 갑자기 차를 타고 모텔방으로 가는 건 모... -.-; 당신의 2시간을 생에 없던 시간으로 하라는 말을 남겨두고 떠남....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단편들도 있었고, 첫사랑의 은행나무에 관련된 한 남녀의 만남은 나름 괜찮았다. 조금 식상하긴 했지만..

저자의 단편모음집은 순차대로 적어나간 것이 아니라, 여러곳에서 낸 책들중에 뽑아낸 단편들이었다. 각각의 색깔들이 독특했음은 인정하겠지만, 너무 몰아서 간 이야기들도 있는듯하고, 이만큼이 여기서 그침이 아쉬웠던 단편도 있었다. 하루종일 우울했던 내 기분탓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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