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인간
아베 고보 지음, 송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절판


마음의 방향 감각이 마비되는 것은 상자인간의 지병이다. 그때마다 지축이 움직이고, 뱃멀미 같은 구역질에 호되게 고생한다. 단지 어찌된 일인지, 낙오자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상자를 꺼림칙하게 느낀 적조차 한 번도 없다. 상자는 내게 있어 고생 끝에 이르른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오히려 별세계로 나가는 출구와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어디로 나가는 것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어딘가 별세계로 가는 출구....라고는 했지만, 조그만 엿보기용 창으로 밖을 살피며 그저 구역질을 견디고 있을 뿐이라면, 막다른 골목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허풍을 떠는 것은 관두자. -32쪽

나는 나의 추함을 잘 안다. 낯 두껍게 타인 앞에서 알몸을 드러낼 정도로 뻔뻔스럽지는 않다. 하긴 추한 것은 결코 나만이 아니다. 인간은 99퍼센트가 덜떨어진 존재다. 인류는 털을 잃었기 때문에 의복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알몸의 추함을 자각해서 의복으로 감추려 했기 때문에 털이 퇴화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타인의 시선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눈의 부정확함과 착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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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인간
아베 고보 지음, 송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절판


독특한 소재!! 나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만드는 아베 코보의 내가 접하는 세번째 책이었다. 읽는 순간 온통 입안에 모래의 깔깔함이 느껴졌던 단연 1위의 책 <모래의 여자> 그리고 한 아이가 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으며, 그가 얼굴의 붕대를 푼 순간 거머리가 꿈틀거렸다는 그 문장을 나는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었던 <타인의 얼굴> 이 두권의 책들을 읽고 아베 코보의 책들은 모두다 이런 독특한 소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 다음책을 만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역시나 이 <상자인간>의 소재 또한 독특하다. 다만. 이제는 더이상 더 많은 그의 책들을 접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는 1993년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읽은 전작들보다는 조금 읽기가 힘들었다. 상자 속 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풍자는 좋았지만, 책에 조금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 나로 하여금 읽기에 버거웠다고 할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책 속 이 글을 쓴 주인공처럼 허리 부근까지 내려오는 상자를 써보고 타인을 엿보고 싶어졌다. 엿보이게 하는 사람은 엿보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것처럼 말이다. 부랑자들처럼..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남아있는것이라고는 이러한 이상스런 기분뿐이었다.

나는 지금 이 기록을 상자 안에서 쓰기 시작한다.

라고 글은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 상자 만드는 법이 재료준비부터 설명되어 진다. 처음에 자신의 아파트 앞 상자인간이 그곳에 몇일간이나 거주하는 것을 목격한 후 그에게 공기총을 쏘고 남자는 자신에게 배달되어지고 잔재만 남은 상자박스를 개조해 자신이 들어갈 상자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면서 상자인간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타인의 행동들을 상자인간으로서 그 안에서 엿보게 된다. 이 무슨 바보같은 행동일까. 싶다가도. 타인은 그의 행동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음에도 상자인간은 타인을 엿본다. 우리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 의해 스스로를 규명하고 있는지. 현대사회에 나아가길 거부하는 사람들은 상자인간으로 되길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제일 마지막 뒷부분 이야기 때문에 오롯한 상자인간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굳이 상자를 쓰지 않아도. 우리들 중 몇몇은 이미 상자인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다음의 아베 코보의 몇권 남은 책들도 곧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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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숨은 왕 - 문제적 인물 송익필로 읽는 당쟁의 역사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품절


성혼은 출세와 거리를 두려했고 송익필은 출세를 하려 해도 할 수 없었고 이이는 출세와 도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래서 출세 문제에 관한 한 성혼과 송익필은 공동전선을 펴며 이이를 압박하곤 했다-147쪽

송익필은 유언 만들기의 달인이었다. 길삼봉 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장본인도 송익필이었다. 길은 당시 사ㅏㄻ들이 도적떼의 수령으로 여기던 홍길동의 길이고 삼봉은 국초부터 대역죄인의 우두머리로 간주되던 정도전의 호다. 도적과 반역을 떠올리니 이처럼 주상의 마음 깊은 곳을 뒤흔들 수 있는 가명도 없었다.-317쪽

자네에게 정치를 하라, 하지 말라는 말은 않겠네. 나도 그 유혹을 이겨내지는 못했으니. 대신 굳이 정치를 하려거든 민생을 중심에 두는 곧은 정치를 해야 하네. 오로지 위만 바라보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야. 곧은 정치를 할 수 없으면 미련 없이 초야에 머무르시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예라는 것은 이미 잘 알 테고. 정치를 하더라도 예로써 하시게. 예가 없는 정은 아귀다툼에 불과하다네. 시국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시고 대국을 짚어 진퇴를 결정해 주길 바라네-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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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숨은 왕 - 문제적 인물 송익필로 읽는 당쟁의 역사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품절


송익필이라는 인물에 대해 당신은 알고 계시는지? 나는 그동안 역사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한번은 지나쳤을 법한 그의 이름에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애매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이 책이다. '조선의 숨은 왕' 이라는 수식어를 그의 이름앞에 붙인 이유. 그것이 궁금했다. 송익필.이이. 그리고 성혼.. 정철. 김장생. 그리고 송시열.. 송익필 말고 나머지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낯선 송익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우리는 왜 잘 모르고 있는지...? 이 한권의 책이 그의 인생에 대해 낱낱이 고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가 있는 자리에서 태어난 송익필은 송사련의 넷째아들로 태어난다. 그가 그토록 유명한 이이.성혼.정철.김장생 이라는 사람들을 알고 있고. 또 그들이 송익필을 대가라고 일컫는데도 그가 정치에 나서지 못함은 가족사에 관계가 있다. 그는 비첩의 자손으로 과거를 허용하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정치의 일선에서 물러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는 서인을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이었다. 정치판을 주무르는 사람. 정치판에 있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송익필의 첫번째 제자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계휘의 13세 아들 김장생이었다.

송익필은 자신의 벗들인 이이. 성혼과는 달리 정치에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구봉산 초가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그곳에서 공부에 몰두했고, 정치판에 있는 거물급들은 모두 송익필을 찾아온다. 물론 반대세력은 아니고. 선조때는 당쟁의 시간들이었다. 서로 편을 가르고 상소를 올려 상대편 세력을 유배보내고 죽이고. 이것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송익필이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송익필과 이이.성혼. 그리고.. 당쟁으로 휩싸인 조선. 큰물결과 작은이야기의 물결들이 조금씩 섞여있다. 역사서였지만, 정말 지루하지 않게 한 인물에 대해 파헤쳐 내려간 책이었다. 사실, 이런 인물이 있었다. 라는 것을 알게 된 책이었지만. 정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치란 그때도 참 허무한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배움들이 이뤄낸 것은 무엇이었던가.. 라는 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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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말 걸기 - 명로진 쓰고, 정아 그리다
명로진 지음, 정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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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랑과 연애에 관한 책을 가볍게 읽는 시간을 가졌다. 흔하고 흔한 사랑에 관한. 그리고 연애에 관한 이야기. 사실 다른 연애 관련 책과 그리 다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체계를 갖추고, 사랑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책은 아니었다. 약간은 자유롭다고 할까.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다들 그렇듯 비슷하고 비슷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의 몇몇 문장들 중에서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구절들이 있었다. 나는 처음 사귐을 시작한 사람과 10년째 연애를 해오고 있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 책에서 기염 뮈소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은, 처음의 열정이 다 식은 후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다는 말에, 왠지 가슴이 뿌듯해져왔다.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가 않다. 10년째 한결같이 봐와도. 저자 명로진 씨의 말처럼 사랑은 사랑을 하고 있을때는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사람이거나 사랑을 끝맺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이 이러저러하다 논한다고 말이다. 오랜 사랑을 해오면서 한가지 분명한 건. 그 사람의 장점보다 단점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되었지만 그 단점들보다 더 큰 장점들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단점들에 나의 반응이 시들해지고, 곤두섰던 단점들에 나의 관점이 변해간다는 것. 그랬다..

아! 그리고 저자의 글 중 기억나는 문구가 있었다. 이 저자의 뿜어내는 말에 아! 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고.. 아..... 라는 감동이 일었다. 연애를 하면서 혹은 이별을 통고받았을 때 두 사람중 한 사람은 상대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거냐고.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냐고. 이란 말들. 이때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준만큼 상대편에게 그것을 받으려 하지 말라고. 내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주었을때 당신은 상대에게 다 받은거라고. 준 그 순간 당신도 행복을 맞보지 않았느냐고. 그러니, 상대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자고. 이 문구를 읽으면서 아.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구나. 그리고 정말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 내가 무언가를 줄때 당연히 나도 행복했었으니. 그것으로 됐다. 라는 마음. 내가 무언가를 주었으니,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말자. 라는 것.

수많은 연애사연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사랑을 시작하려는 분들. 그리고 연애중이신 분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이별을 하고 있으신 분들이 읽으시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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