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인간
아베 고보 지음, 송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절판


독특한 소재!! 나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만드는 아베 코보의 내가 접하는 세번째 책이었다. 읽는 순간 온통 입안에 모래의 깔깔함이 느껴졌던 단연 1위의 책 <모래의 여자> 그리고 한 아이가 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으며, 그가 얼굴의 붕대를 푼 순간 거머리가 꿈틀거렸다는 그 문장을 나는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었던 <타인의 얼굴> 이 두권의 책들을 읽고 아베 코보의 책들은 모두다 이런 독특한 소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 다음책을 만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역시나 이 <상자인간>의 소재 또한 독특하다. 다만. 이제는 더이상 더 많은 그의 책들을 접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는 1993년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읽은 전작들보다는 조금 읽기가 힘들었다. 상자 속 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풍자는 좋았지만, 책에 조금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 나로 하여금 읽기에 버거웠다고 할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책 속 이 글을 쓴 주인공처럼 허리 부근까지 내려오는 상자를 써보고 타인을 엿보고 싶어졌다. 엿보이게 하는 사람은 엿보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것처럼 말이다. 부랑자들처럼..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남아있는것이라고는 이러한 이상스런 기분뿐이었다.

나는 지금 이 기록을 상자 안에서 쓰기 시작한다.

라고 글은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 상자 만드는 법이 재료준비부터 설명되어 진다. 처음에 자신의 아파트 앞 상자인간이 그곳에 몇일간이나 거주하는 것을 목격한 후 그에게 공기총을 쏘고 남자는 자신에게 배달되어지고 잔재만 남은 상자박스를 개조해 자신이 들어갈 상자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면서 상자인간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타인의 행동들을 상자인간으로서 그 안에서 엿보게 된다. 이 무슨 바보같은 행동일까. 싶다가도. 타인은 그의 행동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음에도 상자인간은 타인을 엿본다. 우리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 의해 스스로를 규명하고 있는지. 현대사회에 나아가길 거부하는 사람들은 상자인간으로 되길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제일 마지막 뒷부분 이야기 때문에 오롯한 상자인간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굳이 상자를 쓰지 않아도. 우리들 중 몇몇은 이미 상자인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다음의 아베 코보의 몇권 남은 책들도 곧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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