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책과 서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 가득한 거리들이 존재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인 장샤오위안씨는 중국의 책벌레이시다. 그는 책 읽는 것이 너무나 좋아서 삼만 권의 책이 가득한 그의 서재에서(현재는 아마 더 책이 많을 것이다) 매일매일을 뒹굴뒹굴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아직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엔 이르다는 사람들의 충고에 번역가, 편집자, 서평가 등 많은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또한 과학사 학자이며 천문학자, 성학자이시기도 하다.

 

저자에게 독서는 낙이었고 정신적 지주이며, 독서는 그가 꽉 차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고 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갈 문구가 아닐까 싶다. 하루를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고, 꽉 차 있다고 느끼는 것 또한 그렇다. 누군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 독서를 왜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그런 말에 대해 신경을 쓰지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을 따름이다. 다만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로 행복해서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끈 부분은 저자의 서평 생활에 대해 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나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어느 정도 앞으로 서평을 쓰면서 배워야 할 많은 점들을 일깨워준 부분이기도 하다. 서평 생활을 하다 보면, 서평을 써야 할 책들이 많이 밀릴 때가 있다. 나의 작은방에도 책장에 꽂혀 있지 못하고 바닥에 산처럼 쌓여 있는 책들이 있다. 아직 읽지 못하고 남겨져 있는 책인데, 서평이 밀릴 때 가끔은 이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나. 하는 한숨 아닌 한숨을 내쉬게 될 때도 있는데, 저자는 그때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나의 독서를 독촉해 줄 사람이 이것이다.'라고. 이런 서평 생활이 없었다면 누가 나의 독서를 독촉해 주겠는가.라며.. 이 부분에서 느낌표(!)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저자가 서평에 대해서 세 가지를 중요하게 말한 부분은 이것이다.

 

1. 책을 소개한다.

2. 책을 평가한다.

3. 책에서 어떠한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 독자와 공유한다.

 

물론 위 세 가지를 다 충족하기 위해서는 책을 두루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서평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그의 서평 생활을 읽고 많은 부분 생각하고 또 참고할 부분도 꽤나 많았다. 나의 개인적인 글에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방법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나 청년 시절에는 감동을, 중년 시기에는 그리움을 주는 책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에게는 <서상기>가 그런 책이다. 청년 시절의 감동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말했거니와 중년의 그리움은 그 시절에 읽던 내 심정이라고 하겠다. 어떤 이해관계도 없이,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느릿느릿 책을 읽고 깊이깊이 감동하는 그 마음은 겉은 안온해 보여도 속은 거친 들판 같았다. 이제 더는 그런 마음을 만날 수 없다. (p.58)

 

난 이제 책에 대한 욕심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서재에 며칠에 한 번씩 새 책이 나타나지 않으면 나는 견디지 못하고 새책을 사냥하러 나가려고 한다. 한동안 이런 탐욕을 그냥 내버려 두었지만 더는 방치할 수 없게 되었다. 서재에 더는 자리가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으로 막 이사 왔을 때 내 움직이는 책장에는 책을 채우려면 한참 걸릴 듯한 너른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든 가득 차서 요 몇 년 전에는 벽에도 책장을 놓은 데다 딸아이의 방까지 침범한 상태다. 책에 대한 탐욕이 늘자 수많은 좋은 책을 점점 더 챙기지 못하게 되었다. 책상 위에 봐야 할 책이 한 무더기 쌓인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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