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닦고
후지타 사유리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방송인 이미지가 연예인의 전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 또한 '사유리'라는 방송인의 이미지에서 보이는 엉뚱한 면만 봐왔었고, 그게 그녀의 전부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쓴 글이 사실은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아, 내가 그녀를 잘못 봐왔던 거구나 아니, 잘못 봐온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의 그 모습이 그녀의 전부가 아니었구나! 그녀에게도 이런 감성적인 면과 따뜻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구나.라고 새삼 그녀를 이 책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서 반가웠다. 그리고 나보다 상당히 어린 줄 알았는데, 어? 그녀는 79년생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네. 상당한 동안이었구나..라고 놀랐다.


그녀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또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녀는 거기서 한국인 친구를 만나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 벌써 한국에 온 지도 10년차라고 한다. 책에서의 그녀의 이미지는 방송과는 달리 차분했고, 따뜻했으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 전해졌다.

 

 

그녀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점,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송을 하면서 겪은 일들, 인종차별에 대하여, 도움을 줄줄 아는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그녀 자신만의 생각과 그림으로(그녀가 그린 그림들이다) 따뜻한 글들이 여기 실려 있다. 자신은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이 당당해 보였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데는 사유리 부모님의 영향도 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서. 교육방식이 너무도 훌륭해 보였다.

 

그녀가 자주 가는 남대문 앞에서 하루 종도록 서서 붕어빵을 파는 할머니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붕어빵을 나눠주는 할머니였고, 사유리는 그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고 한다. 나눔을 베풀 줄 아는 할머니의 모습에 감동했던 것. 어느 날, 촬영을 하고 다리를 따뜻하게 하는 기구를 선물 받고, 그녀는 남대문으로 뛰어갔다고 한다. 할머니에게 그것을 주기 위해. 그녀의 이런 모습에 나는 감동했다.

 

그녀가 말하는 진정한 애국자란, 함부로 다른 나라를 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좀 뜨끔했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아주 많이 흉보고 있지 않는가? 어쩌면 그녀의 그런 말은 우리 국민의 그런 부분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 인종을 차별하는 발언이 당신의 나라를 욕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그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역사 속에 내재되어 있던 상처들이 가끔씩 비쳐 나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녀는 말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한순간만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것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그녀 자신을 위해서라고. 한때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지만 이제는 그런 일들을 후회하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그녀의 글이 성숙하게 느껴졌다. 나를 포함하여 방송의 이미지가 그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그녀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보는 시점이 될 책인 것 같다. 그래서 따뜻한 그녀가 포함하고 있는 발랄하고 엉뚱함이 더 빛을 발하길 희망해 본다.

 


우리는 상대가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을까 봐

불안하고 화가 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상대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는 것을

먼저 두려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그 사람 자체가

무엇보다 정성을 받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p.50)


1508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그릇에 얼굴을 담글 때 물이 각막의 굴절력을 바꿔서 더욱 잘 보이게 되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것이 콘택트렌즈의 원조라고 한다. 1508년에 상상했던 것이 몇 백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현실이 되었다. 이 세상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도, 이 세상을 더욱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p.76)


나이를 먹으면서 남에게 상처받은 것보다 남에게 상처를 준 일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것은 사람이 나이를 먹는 맛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남을 배신한 것보다 남에게 배신당한 것이 마음의 구원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 자신이 스스로 준 상처가 더욱 아파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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